유행은 돌고 도는 거라서 결국 언제나 복고가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극장가에서 <써니>의 관객몰이를 보면 영 범상치가 않은 것도 같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서 사람들이 추억을 복기한다고 하기에는 과거를 그리는 데는 딱히 특별한 시점과 근거가 필요한 것 같진 않다. 풍족하면 풍족한대로 그러지 못했던 날들의 순박함이 절실할 거고, 빈곤하면 빈곤한대로 풍요롭진 못해도, 최소한 꿈이라도 넘쳤던 시절 생각을 하면 되니까. 그래서 잘만 짠다면 복고는 언제나 좋은 소재다. 그런데 다들 좋은 소재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정말 잘해야한다. 그 와중에도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 동안 준비한 <소중한 날의 꿈>은 특별하다. 따뜻한 애니메이션은 많고, 복고 애니메이션은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소중한 날의 꿈>은 그 사이에서도 변종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70년대 말. 달리기를 좋아하는 방앗간집 딸 이랑이는 어느 날 학교 체육대회에서 뒤쳐진 후 지는 게 겁이 나서 달리기를 관둔다. 그런 그녀 앞에 눈부신 전학생 수민이 나타나고, 우연히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과학소년 철수와 친해지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 철수와 그의 삼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소중한 날의 꿈>은 그 시절을 정말 섬세하게 재현하고, 그 시절은 아마 찬란했을테니 영화도 맑고 투명하고, 그 시절 강산만큼이나 푸르고 푸른 꿈을 끝에 가서야 정말 교훈적으로 풀어놓는다. 이러기만 해서야 다들 즐기기에는 많이 지루했겠지만, 사실 <소중한 날의 꿈>의 가장 큰 힘은 큰 긴장 없는 플롯을 뒷받침해주는 섬세한 디테일이다.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오직 공들이느라 만든 시간이 이래 길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영화를 보다 대사 때문에 여러번 웃었다. 아마 대사 하나하나도 웃기기 위해서 바로 짜냈다기보다 지나치게 튀지 않게, 생활감 있게 지어내느라 여럿이 머리를 맞댔을 것이다. 몇 마디 하지도 않은 단역들도 그 대사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림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 눈에 편한히 다가오는 깔끔함은 물론 빛에 비친 티끌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모두 담겨있어 이랑이의 고교시절을 예쁘게 채색한다. 그리고 시대배경을 알려주듯 이곳저곳에 늘어놓은 당대 문화의 산물들. 그런데 이 물건들이 좀 특이하다.
오스텔지아(구 동독에 대한 향수)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끈 <굿바이 레닌>에서도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각종 소품이 나온다. 동독에서만 나오던 피클 제품 같은 것들이다. <소중한 날의 꿈>에서도 그런 의도가 배어있기야 하겠지만, 영화 내내 나오는 소품들의 시간은 이 영화의 정확한 연도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먼저 직접적으로 연도가 나오는 대화는 철수가 막 목성을 지나간 보이저 1호에 감탄하며 이랑이에게 자기 꿈을 늘어놓는 부분이 유일하다. 보이저 1호는 1979년에 목성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랑이는 극장에서 1970년 영화인 <러브 스토리>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 한국에 언제 개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9년이나 차이날까. 이랑이의 방에는 듀란 듀란의 포스터가 걸려있는데 듀란 듀란은 81년에 데뷔앨범을 냈다. 그리고 이랑이가 음반가게에서 살까말까 고민하던 송골매 3집은 1983년. 게다가 운동회 때 나오는 만국기에는 인공기가 걸려있다. 심지어 이랑이를 착잡하게 한 TV광고는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주창한 90년대 삼성의 광고다. 이건 정말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것들이 모두 플롯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리고 철수와 이랑이가 같이 본 공룡발자국도 역시 90년대에나 발견된 것이다. 영화는 이렇듯이 특정한 연도를 잡고 그 시절의 유행가를 부르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예쁜 연애담을 만드는데도 크게 관심이 없다. 그 장면장면들이야 하나 같이 아름답고 풋풋하지만 애를 써서 로맨스의 매듭을 지으려 하진 않는다. 오히려 마치 졸업앨범 뒤져보듯이 '그때 이런 일도 있었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랑이와 철수의 만남에서 진지하게 이끌어가지를 않는다. 거의 모든 장면마다 웃기는 대사와 상황이 한 번은 튀어나오고, 특히 여자 사귀어 본 적 없다는 철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웃음이 터지게 된다. 오히려 그 상황에 진지함을 더하는 것은 철수가 아니라 벙어리지만 비행을 꿈꾸는 그의 삼촌이다. 삼촌은 다시 달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랑이에게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면 달리면 되지 않냐"고 조언한다.
결국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랑이의 꿈과, 꿈에 대한 메세지다. 그 메세지가 좋지만 약간은 식상하다는 것과, 마무리와 그 과정이 정말 대부분의 10대처럼 별 반전 없이 평온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 평온한 플롯을 집요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대사와 디테일로 흥미롭게 끌고 간 것이 이 영화의 힘이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약점이기도 하다. 옛 향수에 끌려왔다면 <써니>를 보는 편이 낫고 사랑이야기를 원한다면 대체재가 충분히 많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우부터 척박한 나라이니 장르로서도 매력이 떨어진다. 일단 보기 시작한다면 그 집요함 만으로도 끝까지 끌고 갈 힘이 있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극장까지 옮기게 하기가 힘들다.
<소중한 날의 꿈>은 좋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척박한 토양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다. <심슨>부터 <토이 스토리>까지 자본과 표현력, 그리고 시장까지 확실히 갖춘 미국. <원령공주>부터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까지 애니메이션마다 타겟층이 확실히 정해져있고, 그 타겟층을 공략할 수 있는 공식까지 있는 일본. 그에 비하면 자본과 시장, 그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문화가 확실하지 않은 한국이니 풋풋한 사랑고백과 약간은 차가운 농담 같은 장면들이 섞일 수도 있고, 극중 TV광고로 배경보다 한참 후의 삼성 광고를 박아둘 수도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보는 광고로는 소니 광고가 나올 일이 없을 거고, 호머 심슨이 TV로 광고를 본다면 분명히 뭐라 시니컬하게 한 마디 내뱉을 거다.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겠다. 어떤 길을 가든 간에 <소중한 날의 꿈>은 애니메이션 사에서 중요한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름다운 작화와 선곡으로 풋풋한 사랑과 고민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그 시절의 농담과 진솔한 풍경을 녹아냈던 애니메이션으로. 물론 그 진솔한 풍경에는 아름다운 강산과 눈 내리는 학교뿐만이 아니라 아니라 아파트를 짓겠다고 박살나는 동네 모습과 터덜터덜 언덕을 내려가는 철거민들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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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득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정말 영화를 몇 년 동안 상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9년은 좀 무리기는 하지만. 아는 분이 있으면 답 좀 부탁드린다.
2. 짧은 대사를 가진 인물들도 하나 같이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대사들도 아닌데 말이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이 아주 오버할 필요가 없다는 증거다. 극중 구청직원 같은 경우는 좀 특이했지만. 물론 오버 자체가 목적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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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그의 삼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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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그의 삼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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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읽기를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유 감사합니다,반환 방문을 환영합니다
철수와 그의 삼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촌의 연구소는 철거당하고, 계주팀으로 복귀하라는 체육선생님의
이것은 알고 정말 멋지 네요. 당신이 우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체육선생님의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