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Public Service Broadcasting이 2015년 발표한 앨범 <The Race for Space> 자켓에 있는 라이너 노트를 번역한 것이다.


작가의 말


본질적으로 거의 팝 앨범에 가까운 물건에 '작가의 말'을 적는다는 것이 꽤 드문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나 스스로도 라이너 노트를 읽는 것을 즐기는데다가 이 앨범이 왜 결과적으로 이렇게 완성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드린다. 어쨌거나 하긴 할 것이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우주 경쟁에 대한 앨범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는 어떻게 해야 현대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15년을 겨우 9곡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그 수많은 사건들, 극적인 순간들, 최고의 시간들과 최악의 시간들을 겨우 43분 안에 어떻게 우겨넣을 수 있을까? 당대의 정치적 함의를 가져와 이야기 속에 어떻게 엮어넣을 수 있을까? 어떤 종류의 음악을 써야 공포, 혼란, 흥분, 그리고 최후의 성취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짧게 답하자면, 모든 사건들을 앨범 하나 안에 담아내려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이며, 멍청한 짓이다. 그 대신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당대의 이야기 중 내게 감적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흥미로웠던 것 몇 개를 추려내고, 그것들을 서로 맞대게 세워둔 후, 우리가 다뤘던 이야기를 반복된 주제로 엮으면서 동시에 다른 스타일로 대조를 시키는 것이었다. 여러번 다뤄졌을 것 같은 것들은 피하려고 했다. 우주 경쟁에서 가장 유명한 몇 개의 사건, 그러니까 헐리우드에서 했을 법한 사건들은 이 앨범에 없다. 비록 몇 개는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작업하면서 나는 시간대를 자유롭게 골랐고,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시도했는데, 이는 모두 당대의 이야기를 말하는 앨범이자 그 자체로도 이야기가 되는 앨범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나는 언제나 샘플들로 곡을 쓸 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시도했다. 이에 수반되는 불합리 대개 마음에 들었거니와, 나는 세상일이란 게 언제나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다른 이유로!) 우리가 사이비훵크 슈퍼히어로 주제곡인 'Gagarin'과 같은 곡을 써낸 것이다. 처음으로 우주에 간 인간에 관한 음악이 이런 곡일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겠지만 영국영화협회의 소장 영상을 보면서 나레이션("별들로 향하는 길을 연 영웅", "지구의 모든 이가 그를 알았고 사랑했습니다.")을 듣고있자니, 당대의 승리와 행복을 포착하는 곡을 쓰는 게 적절해 보였다. 동시에, 7년 후 비행기 사고로 인한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멜랑꼴리가 곡이 끝을 향하면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불합리, 그리고 지속되는 위험이 아폴로 1호 발사를 위해 훈련하던 세 명의 우주비행사의 아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다룬 'Fire in the Cockpit'를 가가린의 첫번째 우주비행고 레오노프의 첫번째 우주유영 사이에 찰싹 붙여넣은 이유이다. 오랜 시간동안 아폴로 1호의 이야기를 넣어야 할지 숙고했는데, 언급하지 않는 것이 그러는 것보다 더 큰 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그들의 죽음에 따른 변화로 목숨을 구한 생명들을 생각하면 더욱이. 앤드류 처킨의 걸작 'A Man on the Moon'을 포함하여 당시 비행사들의 기록을 읽어보니, 아폴로 1호 승무원들의 죽음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고 그들의 동료들이 강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싶었다. (세 명의 죽음과 관련되어 정말 비극적인 점은, 이르면 1961년에 소비에트 우주비행서 발렌틴 본다렌코가 매우 비슷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만약 소비에트와 미국이 서로 쉽게 정보를 교환할 방법이 있었고, 어쩌면 서로간에 신뢰가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그의 죽음과 관련된 상황이 이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외부세계에 미스터리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두 개의 의심할 여지 없는 우주 경쟁 사상 '최고의 순간들' 사이에 이 곡을 끼워둔 것은 위험이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방법 같았다.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첫번째 우주 유영에서 'E.V.A.'에서 언급된 것처럼 '10분 동안 우주'에 있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나는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와, 그녀를 다룬 노래에서 '스모크 페어리스(Smoke Fairies)'의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다루는 소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시대에 여성 목소리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역사는 주로 남자가 쓰는 것이라고 말해도 그 이상으로 적절할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우주에 간 여성의 영상은 입수하였으나, 그 영상들 모두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남성 목소리로 번역되어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남자가 더 떠들기 보다는 (이 경우는 우리가 되겠다), 객원 보컬의 여성 목소리를 요청하는 게 나아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Valentina'에서 다른 방식을 시도하였고 나는 우리가 이렇게 했다는 데 매우 기쁘다. 스모크 페어리스는 이 곡에서 최선을 다해주었고, 우리에게는 흔치 않은 시도인 이 곡이 당신들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오프닝 트랙은 우리에게는 위의 곡보다도 더 드문 시도이다. 나는 합창용 곡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편곡에서 피터 그렉슨의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앨범을 사람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 옳아 보였다. 섬세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강력한 것의 일부가 되는 목소리들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가진 힘을 반영하고자 했다. 작곡가로서 무언가 어렵과 위험한 것을 하는 것이, JFK가 말하는 투쟁을 반영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쉽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럽기 때문에 한다'는 그 결정 말이다. 합창은 (그때까지 나온 다른 노래들에서 가져온 멜로디와 함께) 마지막 트랙에 다시 등장하는데, 오프닝 트랙부터 시작된 원 한 바퀴를 마무리하여 닫기 위함이나, ('달의 부름'과 같은 종류로 들리기를 바라며) 짧은 앰비언트 소리를 추가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있다고, 언젠가 우리가 달에 다시 한 번 유인탐사를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각 국가의 노래를 다른 드럼 킷으로 녹음한다든가 패닝을 정반대로 한다든가, 혹은 더 확실하게 NASA의 비프음(퀸다 톤이라고 한다.)과 스푸트니크의 신호음을 대비시키는 것과 같은 미묘한 디테일로 두 개의 진영을 대비시키는 것도(분명 오디오 매니아들이 좋아할 것이다!) 우리가 앨범에 엮어넣으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스푸트니크의 신호음으로 곡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발상은 상대적으로 일찍 떠올렸으며, 곡에게 맥박처럼 뛰는 전기적 위협의 느낌을 부여하자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그들 머리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이 소비에트의 목소리가 방송되는 걸 듣는 미국인들은 분명 심하게 불안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것이 위에 있다는 것을 아는 소비에트 사람들은 경외와 자부심에 가득찼을 것이다.


아직 언급 안 한 두 곡 'Go!'와 'The Other Side'는 매우 유명한 사건을, 잘 알려졌거나 자주 사용된 대사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을 피하면서 비교적 새롭게 다뤄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두 곡 다 휴스턴의 미션 컨트롤이 중심이 되었고, 달에 처음으로 착륙한 사람을 다루는 지상의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특히 좋았다. "장비를 정지한다"는 말 다음에 "알았다. 다들 조용히 할 것."이라는 말이 즉각 이어진다. 존경스러울만큼 냉철한 일이며, 이 두 곡은 장막 뒤에서 미국의 성취에 이렇게 크게 기여한 그들에게 바치는 작은 헌사이다. 감정이 절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폴로 8호가 달의 뒷편을 돈 후 본부와 연락을 복구하는 순간은 커멘테이터도 기쁨을 차마 숨기지 못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내게는 이 부분이 앨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몇몇 청취자들이 아폴로 11호에서 한 트랙만에 17호로 건너뛰는 이 앨범이 너무 급하게 끝난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소비에트 소유즈 11호의 비극이라든가, 아폴로 13호를 둘러싼 일 같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우리들의 우주 이야기에서 11호에서 17호로 건너뛴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다. 그 시대에 살면서 이 모든 일을 동시간대에 겪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사람으로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는, 달이 가기 쉬운 곳처럼 보이게 되고, 대중들이 빨리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아폴로 11호가 17호 사이의 3과 1/2년 동안, 소비에트는 이미 상상력을 덜 자극하는 우주정거장에 집중하며 달을 포기하였고, 미국은 6번의 탐사를 더 보냈다. (그 중 다섯 번만 성공하였고, 아폴로 13호는 '성공적 실패'로 여겨진다.) 그리고는, 그만큼이나 빨리, 유인우주탐사의 황금시대가 저문다.


이 짧은 노래들은 우주 경쟁의 전체 이야기의 한 조각조차 결코 되지 못할 것이다. 여러 차원에서 부족하며, 나 스스로도 무엇이 부족한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우리들의 우주 이야기이며, 이게 당신들과 공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우리가 이 앨범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며, 어떻게 약간이라도 우리가 해냈기를 바란다.



J. Willgoose, Esq.

32 1/2세

2014년 11월 런던에서


















Posted by 시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