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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가사만 봐도 돈냄새가 질질 나는 음악들이 있다. 돈냄새가 나는 소설하고 비슷한 이치다. 대책없이 따듯한 음악 말이다. 가수들은 노래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노래하며 연대가 필요하다고 외치고는 돈을 챙긴다. 그들이 팬들을 향해 외치는 사랑의 연가도 크게 차이는 없을성 싶다. 이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물론 먹여 살려주는 팬에게 감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 돈냄새를 코막고 안 맡더라도 그들이 과연 그 '가난'의 본질을, '팬심'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분명 확실히 해야 한다. 휘성은 '만져주기'를 불렀지만, 그는 그 무관심이 어디서 나오는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싸이는 죽어라 정치인을 깠지만, 군면제도 시도해볼만직함 기득권층이었던 그 자신에 대한 썰은 하나도 풀지 않았다.

  세계적인 밴드 U2의 아프리카 지원 활동은 지지자도 많지만 그만큼 적도 많다. 요컨데 인기몰이를 위한 백인의 가식적인 제스쳐가 아니냐, 네놈들은 이런 음악으로 떼돈 벌잖아! 이런 것이다. 그러나 U2의 보컬이자, 사실상 그 지원 활동을 이끌고 있는 보노는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관광 말고 빈민촌을 돌고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것은 빈곤이 부정부패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빈곤은 그들 자신의 부패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서방의 부패한 관계, 즉 무역협정이나 오래된 부채들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대규모로 펼치는 자선 사업의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이 일어나곤 하지만 그래도 그들 스스로가 빈곤의 근원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꾸준히 살피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자가 떨어지지 않고 활동이 몇십년이나 지속될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읽어봅시다


  내가 자주가는 꿀꽈배기님의 블로그의 글이다. 예전에 잠시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저 블로그에 적힌 설명대로 백인과 유색인종을 남자와 여자로 바꿔 읽으면 패러디한 원문이 비슷하게 나온다. 아아, 원문 쓴 사람은 참. 어쨌거나, 나는 그 글의 궁극적인 주장, 그러니까 차이가 있으니 눈높이를 맞추자라는 말에는 살짝 공감하면서도 댓글로는 '어쨌거나 표현이 졸라 무섭다'라는 거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려서 말했다. 그러니까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더라. 아, 한심해라. 어쨌거나 한심한 댓글에 열심히 댓글을 다시 달아주셨다. 분량은 비슷한데 밀도는 확 다르다. 아, 쪽팔려라. (내 댓글은 모종의 사건으로 지워버렸다. 안좋은 기억따위는 다 잊겠어.)

시니사군님의 댓글을 읽는 동안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이라든가, 중국의 전족 풍습이라든가, 아프리카의 할례라든가, 중동의 명예살인이라든가, 조선의 칠거지악이라든가, 피맺힌 역사가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존속되고 있는 여성 학대의 여러 사례가 떠오릅니다만 마침 대선 정국이고 하니, 대표적인 사례 딱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류 역사에서 처음 참정권이라는 권리가 인정된 것은 기원전의 일이죠. 바로 그 첫 참정권이 시작된 아테네에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부류가 셋 있습니다. 외국인, 노예, 그리고 여자. 그리고 참정권이 여성의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그 후 한세기, 두세기도 아닌 19세기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전제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린 것과 동시에 참정권을 행사했던 남성들에 비하면 한참 늦죠.

시니사군님의 댓글을 보면서 저도 한 가지 새롭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시니사군님께서는 이 글에 대해 너무 쉽게 공감하는 사람들을 보셔서 불편했을 수도 있다고 하셨지요.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다른 분들은 그동안 불편했기에 이 글에 대해 너무도 쉽게 공감하셨을 수 있겠군요. 그런 공감은, 사실 좀 슬픕니다.

  나름 평등을 지향한다는 내 말은 저분이 왜 저런 강렬한 패러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단지 1차원적으로 봐서 거칠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왜 수많은 분들이 저 글에 그리도 강렬한 동감을 표했는지도. 사실 저 글의 요지는 내가 좋아한다는 '평등'과 '평화', 혹은 '복지 정책'같은 것의 요지와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조악한 비유를 하자면, 특권이 있다면 혼자 소갈비 먹는 대신 조금 돈 아껴서 돼지 갈비 먹고 라면이라도 돌리자는 것 아닌가? 물론 남녀평등은 그 이상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다.

  어쨌거나

  4대 보험도 안 해주고 저임금으로 백골이 진토될때까지 굴려먹어서 화난 비정규직 막노동자가 시위 현장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고 치자. "공권력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빨갱이"같은 조선일보 식의 보도야 말도 안된다 치더라도 "대화로 해결해야죠."같은 말도 그리 정당한가라고 볼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데 저 사람이 왜 주먹을 휘둘렀어야 했는지 최소한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또 주변 동료들이, 그들 모두가 폭력을 좋아하진 않는데도 왜 동료를 변호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그래도 폭력은 안되요."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고 할수 있는한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케빈 베이컨 주연의 「일급 살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몸을 움직일수도 없고 대소변마저 제대로 볼수 없는 알카트라즈의 독방. 헨리 영은 5달러 훔친 죄로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탈옥을 시도한 죄로 그 끔찍한 독방에서 3년을 구르고 만다. 그러다 식사시간에 탈옥을 밀고하고 비교적 편안하게 큰집 생활을 즐기는 수감자를 보자마자 눈이 뒤집혀서 죽이고 만다. 애송이 국선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서 헨리 영의 암울한 상황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고, 결국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데 성공한다. 누가 그 모든 전말을 이해하고는 "그래도 살인자일 뿐이에요."와 "그래도 탈옥은 안되요."를 말할수 있었을까? 게다가 재판에서 이기고도 지옥같은 알카트라즈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죄를 인정하고 사형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헨리 영에게 "그래도 사는게 좋지."를 쉬이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이들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이해는, 차라리 몰이해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정말 "공권력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빨갱이"라는 발언이 완전한 몰이해라면, 피상적인 이해는 몰이해와 이해의 저울에서 몰이해 쪽에 좀더 무게가 실려있을 것이다. 그렇다. 불완전한 이해가 아니라 불완전한 몰이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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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니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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