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의 가격이 극적으로 내려갔듯이, 홈씨어터를 구성하는 음향장비의 가격도 언젠가 내려갈 것이다. 음향장비 뿐일까, 거기에 따라오는 방음장비도 비슷하게 될 것이다. 즉 스크린의 사이즈만 제외하면 영화관과 비슷한 환경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적어도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으니 단성사보다는 괜찮은 환경이겠다. 데이트 갈 생각이 아니라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집에서 봐도 괜찮은 날이 올 것이다. CGV에서 영화 시작하기 전마다 하는 광고제도 볼 일이 없다.

  컨텐츠를 구하는 것도 쉬워졌다. DVD가 있고, DVD에 비해 압도적인 화질을 자랑하는 블루레이가 있다. 분명 불법유통은 심각한 문제가 맞다. 어느 매체에서나 문제가 있지만, 다들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아이튠즈 스토어와 우리나라의 멜론이 성공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점점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데 적응하고 있다. 다만 그 양식이 CD가 아닐 뿐이다.

  나날이 고단수의 락과, 고단수의 파해법이 등장하던 PC 게임 시장도 많이 변했다. 밸브 사의 온라인 유통 체계인 스팀은 아마 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밸브 사에서 스팀으로 얻은 수익을 공개하지 않으니 정확히 알 수가 없단다. 이미 EA, 액티비전, 세가 등의 대형 유통사가 스팀을 통해 게임을 공급한다. 올해 최다 판매 타이틀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패키지를 사도 스팀을 통해서만 게임을 할 수 있다. 내가 덕분에 잠을 못잔다.

  영화계에서 조금 늦었지만,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여 수익을 올릴 발상을 하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우리나라 공유 사이트에 영화 다운로드는 추가금액이 붙는다. 다만 영화는 지금까지 극장과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에, 확실한 체계가 잡히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영화와 극장은 더 이상 운명공동체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만 영화를 배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넷픽스 사는 천만명에 가까운 고객이 있다.

  그러면 이제 극장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12년부터 줄곳 그래왔듯이 팝콘이나 씹어먹으러? 마음만 먹는다면 홈씨어터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팝콘과 콜라를 갖추는 게 더 쉬운데. 평론가들의 말대로 <아바타>가 영화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지만, 동시에 <아바타>는 극장들의 구세주일 수도 있다. <아바타>는 12월 17일 개봉한 이래 벌써 400만 관객을 넘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돈을 더 내는 것을 감수하고 3D로 보고 있다. 또 그 이상의 돈을 내고 아이맥스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맥스는 자리가 없어서 못 볼 지경이다. 실제로 3D관과 아이맥스관은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스크린 크기가 깡패라는데, 3D 밖에 못 본 나는 매우 아쉽다.

  결국 아이맥스와 같이 지금까지의 장점들, 즉 디스플레이와 음향설비를 극단적으로 특화시키는 것이 미래의 영화관들이 나아갈 길일테다. 의자가 흔들리고 물이 뿜어져 나오고, 바람에 옷자락이 살랑인다는 4D 영화관도 그런 시도일 것이고. 영화에 관련된 것은 이런 일이고, 데이트 온 손님들을 위해 2인석을 제공하는 것은 영화 외적인 것이다. 주구장창 3D 아이맥스 용 영화만 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컨텐츠 면에서는 다른 방법도 있다. 영화처럼 재생되어야 하나, 큰 화면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영화관으로 끌어올 수 있다. 스페인의 극장에서 '엘 클라시코'를 실시간으로 상영했다고 하니, 축구팬들이여 환호하라! 아마 올해 월드컵은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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