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지음

사이드웨이 (2020)

 

 

도시계획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대해 옹호하기 위에 쓰인 책이다. 댐에 관한 꼭지 하나, 지하철에 관한 꼭지 하나, 도로에 관한 꼭지 하나, 아파트에 관한 꼭지 하나, 이런 식으로 특정 시설과 관련된 여러 꼭지로 되어 있다. 일단 재밌게 읽긴 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작가 본인 경험담 중 흥미로운 게 많았다.

주로 개발반대론자들에게 반박하기 위해 쓴 책 같다만, 그들이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개발반대론자도 아닌 나 같이 서울 사는 직장인에게도 좀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서울시에 민간주도로 주택공급이 확충되고 서울시 지하철이 128호선까지 깔렸으면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하지만 근거로 든 통계들은 문제가 좀 있어보인다. 숫자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만, 예를 들면 아파트 건축사들이 수익을 별로 못 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순이익률을 그 근거로 드는 것은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숫자 자체가 틀린 경우는 없을 것 같은데, 그 숫자를 근거로 드는 게 맞는지는 모를 부분은 꽤 있었다. 책 전반적으로 그렇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전반적인 꼭지의 구성이 "특정 시설이나 구조물의 필요성 -> 예상되는 반박 소개(주로 환경문제) -> 재반박"으로 되어 있는데, 재반박 부분이 특히 약하다. 주로 반박부분에 대해 새로 시행되는 정책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반박하는데, 이를 두고 재반박이라 하려면 그러한 정책의 효과나 현실성을 제대로 검토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고선 정책홍보물 팜플렛하고 다를 게 없다. 이 책이 논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적인 측면을 다루는 태도는 굉장히 아쉽다. 기본적으로 개발된 곳이 생활이 편리하고 녹지비율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낫다는 논지다. 그런데 내가 평생 주택가나 원룸촌에서 살아왔다. 아파트에서 안 살아봐서 아파트에 대해선 왈가왈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주택가가 그렇게까지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집 바로 앞에 녹지 비율이 낮은 것은 단점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에 산이 몇 개인데 그렇게 산책로가 아쉬울 것도 없고. 마트가 조금 멀어도, 특히 요즘같이 인터넷 배송이 잘 된 시기에는 좀 덜 아쉽고. 또 특히 계획된 신도시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social mix는...이건 사람마다 의견이 많이 다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장점이라 본다.

환경보호론자의 주장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이 책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회 전반에 퍼진 분위기 같다. 사실 환경보호론자들이 상대 진영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고. 도시개발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다투듯이, 환경보호론의 많은 의제들도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다. 예를 들면 반핵주의자들은 원자력의 위험성과 핵폐기물처리문제를 지구온난화와 대기질문제보다 중시하는 것인데, 반대파들은 그들이 지구온난화와 대기질문제에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상정하고 간다. 이러니 서로 대화가 될리가 없다.

그래도 환경문제의 대안으로서의 인프라 확충을 제시한 꼭지들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 말고, 그 자체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들 말이다. 도시계획하시는 분들이 환경문제를 굉장히 섬세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산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이 산을 돌아가는 도로보다는 소음, 매연문제가 오히려 적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준다는 주장 말이다. 정말 그런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직관적으로는 와닿았다.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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