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주로 크릴과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산다고 한다. 동물원의 펭귄들에게는 주로 꽁치를 준다고 하는데, 간혹 비실해 보이는 펭귄이 있으면 안에 영양제를 듬뿍 담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부르주아 펭귄 같으니라고. 남극에는 영양제가 없는 고로 알아서 취향껏 골라먹어야 한다. 남극에는 얼음, 물, 얼음물, 크릴, 물고기, 펭귄 밖에 없을 것 같아 펭귄이 포식을 하고 살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남극에는 바다 표범이 산다. 물개랑 닮았는데, 이름에 '표범'이라 써 있듯이 육식을 즐긴다. 펭귄 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가끔은 먹는 척만 해서 펭귄을 죽어라 도망가게 만들고, 자신은 쫓아 다니면서 장난을 계속 치는 악질적인 짓도 한다고 한다. 맨들맨들한 피부와 커다란 눈망울에 속으면 안된다. 간혹 사람을 잡아먹으려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03년에는 정말로 성공했다고 한다. 그 동네 먹이사슬에 정점에 서 있는 놈이다.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못한다고 이곳저곳에서 말하곤 한다. 대통령께서는 젊은이들이 죽어라 몸을 굴려야 할 때가 아니냐, 하고 여전히 염장 지르는 소리를 하신다. 비슷한 이유로 동물원 동물들이 건강하지 못한거 아니냐, 안 뛰어다니잖아, 이런말이 많다. 동물원 펭귄은 영양제나 쳐먹질 않나. 그런데 요즘같아서는 남극 펭귄도 영양제를 먹고 살아야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굶어 죽고 있다고 한다. 햇살이 따사로운게 그 원인이라고 한다. 눈이 자주 녹아 땅이 자주 갈라지는데, 사람도 떨어진다. 이래 보면 죽어라 헤엄쳐도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것이 펭귄 탓은 아니다. 어쨌거나 남극 펭귄이 굶어 죽어서, 덩달아 먹이사슬의 정점 바다표범도 가지고 놀 상대가 없어 심심해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물원 펭귄도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 아닌가. 몸을 보여주는게 일이니 영양제라도 꾸역꾸역 넘겨야되지 않겠어. 나름 열심히 일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의 펭귄집은 대개 이글루다. 정말 얼음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스티로폼 같은 것으로 조잡하게 만든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어쨌거나 얼음집은 얼음바닥 위에 있고, 얼음바닥 옆의 물에도 얼음을 띄어놓는 경우가 많다. 일본하면 닌자와 나루토밖에 못 떠올리는 멍청한 스페인놈[각주:1] 만큼이나 빈약한 상상력인데, 남극에 이글루가 없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대부분의 펭귄은 남극에 살지 않는다. 따듯한 곳에서 괭이갈매기처럼 알 놓고 잘 사는 놈들이 많고, 심지어는 적도 부근에 사는 종도 있다.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정말 치떨리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림책 보면 얼음위에 앉아있는 놈은 있어도 풀숲을 헤치는 펭귄은 없잖아. 펭귄아프리카에 사는 친구들도 있다. 아마 타조와 같이 초원을 달릴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들은 아예 아프리카 펭귄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아프리카 여러 곳에 퍼져 사는데, 한때는 150만마리 가까이 살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펭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관광 명물인데, 그렇다고 영양제가 든 꽁치를 받아 먹지는 않고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한다. 마치 트루먼 쇼같이 광대 노릇에 대한 댓가는 없다. 그 광대들은 하필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가까이 다가가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중국에서 절인 펭귄 고기를 판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펭귄들도 이제는 좀 신경 써야되지 않을까. 다행히 바다 표범은 근처에 없다고 하니 여기야말로 펭귄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상어가 천적이긴 하나, 상어들도 샥스핀을 위해 충실히 잡아먹히고 있는 추세다. 사실 그들은 펭귄보다 제몸 건사하기가 더 힘들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뒤지던 나는 아프리카 펭귄의 또다른 천적을 찾고 말았다. '표범'이란다. 젠장, 지구 어디서나 나타나는 이 지겹고 더러운 연속성이라니.



  1. 내 MSN 친구. 그는 일본은 닌자의 나라라는 시덥잖은 공식을 세워두고 있다. 멀쩡한 한국인인 내게 일본에 대한 질문만 던졌다. 참고로 맨유팬이다. 빌어먹을, 혹시 내가 아스날 팬이라니 일부로 그런거 아냐?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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