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5월 2일 토요일 8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본관-

택시기사의 이름은 솔로다. 그는 세네갈 출신이며, 미국에서 살고, 가족이 있다. 세네갈의 대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밥벌이가 아직 지겹지 않으며, 꿈이 있다.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아내는 임신을 했다. 아내가 있으니, 사실 솔로는 솔로가 아니다.

  노인의 이름은 윌리엄이다. 나이가 일흔이고, 미국 출신이다. 아들이 하나 있는것 같은데, 아들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다. 일거리가 없으며, 밥벌이를 넘어 인생이 고단하고, 꿈이 없다. 그야말로 쓸쓸하게 죽어가는 노인네의 표본이다. 죽을 장소를 찾아 다니며 버스 운전 기사를 찾다가, 솔로를 찾았는데 이 놈이 보통 귀찮게 구는게 아니다. 윌리엄은 다만 며칠 후, 블로윙록이라는 죽을 자리로 데려가줄 운반자가 필요했을 뿐이다.

  꿈이 넘치는 솔로는 가족이 많은 만큼 친구도 많다. 그리고 영 하는 행동이 이상한 위리엄을 데리고 그가 내켜하든 말든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즐겁게 해주려고 한다. 본토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베풀 만한 친절이 역전 되어 나타나고 있는 꼴이다.

  윌리엄은 정말 짧게나마 솔로와 그의 친구들과 교감을 나눈다. 솔로의 친구들은 대개 솔로가 꾸는 꿈하고 거리가 멀다. 그들은 약을 사고 팔고 한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솔로의 친구들과 당구를 치거나, 술을 마실수 있다. 그리고 그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늙은이의 굳게 닫힌 입은 별 말을 하지 않지만 그가 깨작깨작 적어온 일기장에 그 짧은 시간에 대한 감상과 솔로에 대한 우정이 묻어난다.

  솔로가 윌리엄을 구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마치 그의 아메리칸 드림의 한 측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대책없이 경험 없고, 순진하고 믿는 구석도 있어 보인다. 마치 가정에 억눌려 살다가 뜬금없이 폭발해서 기타를 두들기는 가장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그는 아내에게 이제 내 꿈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점하고 비슷하게 윌리엄을 자신의 집에 들이거나, 모텔에서 같이 몇일 밥을 먹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꿈이 현실과 맞닥트릴때 비로소 윌리엄과의 시간도 끝난다. 솔로는 꿈을 펼치기 위해 직장을 찾아 다니고, 또 말을 지나치게 아끼는 윌리엄에 대해 이것저것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솔로는 면접을 보고, 윌리엄이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에도 꽤 확신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솔로는 면접에서 떨어지고, 윌리엄은 그의 밀실 속으로 지나치게 들어오려는 솔로를 내쫓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꿈과 소통에서 좌절하는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

  마지막에 블로윙록으로 떨어지기 위해 올라가는 윌리엄과 솔로는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제목 「굿바이 솔로」는 결국 윌리엄이 차마 솔로에게 하지 못했던 마지막 말일 것이다. 블로윙록은 바람이 쎄서 나뭇가지를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데, 윌리엄은 그 쎈 바람에도 불구하고 솔로와 다시 만나지 못한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의 순진한 꿈이 얼마나 쉽게 산산조각나는지 만큼 완벽한 소통이라는 것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자식에게도 차마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미국인 노인이 유일하게 마지막 자리를 함께한 사람이 그와는 너무도 다른 세네갈 출신의 택시기사라는 점은, 우리에게 이해를 해보려는 노력이 결코 쓸데 없다고 고개를 도리 젓는 행동이 아니다. 소통은, 최소한 딱 그정도의 가치는 있다.




뱀다리. 전주는 정말 다시 가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멋진 동네였다. 전주 사람들이 모두 전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는 충분히 동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도 내년에는 솔로가 아닌 커플로 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시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