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널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게
골방속에 쳐 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걸 잘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게
다 절룩거리네
이예 워어우 워어
우워우워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 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20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게 아니라면 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오우워
절룩거리네


  바로 아래 저런 글을 써놓고, 누군가의 명복을 빌어야 한다니 참 세상 얄궂기도 하다. 달빛요정은 사실 음악만 놓고 보면 크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 가사 때문에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덩치 큰 옆집 형님처럼 생긴 그의 외모를 보고는 더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가 정말 '절룩거리'게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수입이 월 100만원이 안 된다고 해서 그런가.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가 올해 발표한 곡 중에 '주성치와 함께라면'이라는 곡이 있었다. '웃겨도 눈물이 나와. 그래, 숨기고 싶었어'라는 가사가 있었다. 아, 이건 내가 주성치의 <희극지왕>을 보면서 한 생각과 똑같은 생각 아닌가. 왜 내가 그의 노래를 계속 듣게 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도 세상의 미미하고 시시한 것에 웃고 우는 사람이었구나. 별 볼일 없는 언론인 뉴시스의 한 기사에서는, 그가 평소에 정치적인 가사로 인기를 얻었다고 적었다. 그들은 이 퉁퉁한 요정이 비록 자학적일지라도 얼마나 따듯한 눈길로 세상을 보는지 결코 들어본 적이 없으리라. 여전히 유쾌하고 따듯한 사람부터 떠나가는 세상의 생리가 이해는 안 가지만 일단은 보내야겠다. 안녕, 햇살보다 따사로웠던 달빛요정.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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