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첫째, 포스터가 예쁘다. 베이직하우스 흰색 면티 만큼이나 상큼하지 않은가. 포스터가 예쁜 영화가 나쁜 영화일리가 없다. 뭐, 아님 말고. 둘째, 주이 데샤넬이 나온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DVD가 집에 있을 정도다. 비록 소설판 전권 세트로 구입할 때 딸려온 것이기는 하지만. 셋째, 스푼의 'The Infinite Pet'이 OST로 나온다. 하지만 막상 영화볼 때 기억에 남은 곡은 주인공 톰이 고래고래 부르던 픽시스의 'Here Comes Your Man'이었다. 내가 네 남자라니까!

  평단에서 이 영화를 <하이 피델리티>나 <이터널 선샤인>과 비교했다. 이 영화는 정녕 그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자격과 재미가 있다. 마크 웹 감독이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자꾸 미셸 공드리가 겹쳐보였다.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는 물론 훌륭했지만, 그의 손짓과 발짓이 예술가의 고뇌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모든 남자는 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고 옆에 적혀 있는데, 썸머가 60억명과 사귄 적이 없다 하더라도 저 말은 진실하게 들린다. 이 영화는 평소라면 술독에 절여 하수구로 흘려보내야 할 기억을 멋지게 필름 안에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진짜 사랑보다, 사랑에 관한 텍스트가 더 감명 깊다. 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 텍스트대로 되지 않는 걸까? 라면서.

  영화 초반에 썸머가 어떤 여자인지 나레이션이 나올 때, 그녀를 보러 온 손님들 덕에 그해 벨 & 세바스챤의 음반이 그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날개돋은 듯 팔렸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아무 언급이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벨 & 세바스챤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의 음악과 무척 닮아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밝지만 어딘가 시니컬하고. 대체적으로 즐거운데 한숨도 살짝 나오고. <가든 스테이트> 이상으로 OST에 좋은 곡이 많았고, 그 곡들이 영화 그 자체처럼 들려서 남은 여백은 모두 OST로 채우겠다. 영화는 그저 보기만 하시라. 무어라 말하기 힘든 그 공감을 가슴 꽉 차게 품고 문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어 한숨만 푹 내쉬게 될테니. 그래서 대신 음악이 있는 것이다.


Belle & Sebastian-The Boy with the Arab Strap
-이 영화를 좋아했다면 분명 벨 & 세바스챤도 좋아할 것이다.



The Smiths-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둘은 스미스의 노래를 계기로 만나게 된다.



Pixies-Hear Comes Your Man
-톰이 가라오케 때 부른 곡이다.



Zooey Deschanel-Sugar Town
-원래는 낸시 시나트라가 불렀지만, 주이 데샤넬의 목소리로 듣도록 하자.



Spoon-The Infinite Pet
-나는 스푼의 곡을 고르는 사람이 결코 좋지 않은 영화를 만들리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극장을 찾았다.



Feist-Mushaboom
-나는 파이스트를 데샤넬 만큼 좋아한다. 많이 좋아한다는 말이다.



Belle & Sebastian-Like Dylan in the Movie
-영화에는 없는 곡이지만, 영화와 벨 & 세바스챤을 연결시키며 가장 많이 생각난 곡이었다.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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