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80년대-찰리 왕자님의 길

1983-84 시즌 루튼과의 개막전, 아스날의 선수들이 모두 차분히 기다리는데 새로 영입된 찰리 니콜라스의 심장은 거칠게 뛰고 있었다. "미디어에서 벌써 제게 이런저런 별명을 붙이고 있다는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먼저 찰리라는 이름 때문에 찰리 조지랑 저를 비교하기 시작했죠. 그 다음에, 이적 당시 저를 너무 띄어주어서, '런던의 케니 달글리쉬'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그리고는 저한테 맨날 붙어다니는 기자들이 제가 정신 놓는 순간 제 2의 피터 마리넬로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60년대 후반 잉글랜드 축구에서 실패한 그 사람 말이에요. 그 사람은 잘 생겼고, 머리 스타일도 독특했고, 음악계하고 친분도 있었지만, 경기장 위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본보기가 되고 말았지요. 벌써부터 사람들이 제게 제가 아닌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40,000명의 관중들은 새시대가 동터오는 것을 감지했다. 상대가 루튼인것 치고는 경기장의 열기가 너무 대단했다. 새 확성기가 설치되어 (에이전트인 제롬 앤더슨이 고른) 왐과 듀란 듀란의 히트곡을 틀었고, 앤더슨은 시시각각 새로 발족된 쥬니어 거너스를 클럽을 홍보하였다. 하지만 관중들이 정녕 미치도록 보고싶었던 사람은 22세의 니콜라스였다.

  "터널에서 제 옆에 릭스가 서 있었는데, 제 어깨를 자기 팔로 두르더니 '좋아, 나가보자고.'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제 팀 전체가 때를 지어 나갈 참이었는데, 갑자기 클럽 관계자가 '잠시만 다들 물러나봐요, 따로따로 나갈 겁니다. 한 명 한 명 씩 차례대로.'라는 거에요. 선수들 몇몇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어요. 몇몇은 화가 났어요. 경기 시작하기 전에는 보통 엄청 긴장해 있었고, 늘 대처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거든요. 우리 모두 이 소란에 편치 않았지요. 돌이켜보면 정말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어요. 이게 무슨 미식축구도 아니고, 축구에서는 어느 선수도 팀 나머지보다 크게 대접받아서는 안 되잖아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때문에 이러는 거구나.'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클럽의 선수가 되어 천천히 하나가 되고 싶었거든요. 말했다시피, 제 영입에 돈을 좀 들여서 다른 사람들보다 환호를 더 받는 셈이잖아요. 제가 원한 것은 이런게 아니었어요."

  니콜라스의 걱정에는 아랑곳않고, 관중들은 그에게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환호를 질렀다. 브라이언 맥더못이 2-1 승리로 끝난 그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그는 관중의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열광적이었지요. 말 그대로 달아있었어요. 시즌 첫 경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찰리를 무척 보고 싶었기도 했을테니까요. 그는 80년대 식으로 젊고, 화려하고, 멋졌지요. 그리고 제 기억에 그 첫 경기에서 꽤 잘 했어요. 패스도 좋았고, 개인기도 좋았고. 하지만 보고 까무라칠만한 활약은 아니었지요. 곧 그에게 잘 해야 한다는 괴상한 압박이 강해졌어요. 클럽과 팬들이 모두 필사적이었죠. 그는 당장 무언가를 해내야만 했어요. 적응기간 따위는 별로 받지도 못하고."

  2일 후, 니콜라스는 울브스 전에 두 골을 넣어 팀을 2-0으로 승리하게 한다. 아스날은 2경기를 치르고 리그 1위였다. 미디어에서 열광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그 후 3개월동안 득점하지 못했고, 12월 27일이 되서야 버밍엄전에서 페널티로 하이버리에서 첫 골을 넣었다. 아스날의 구원자가 될 것 같았던 찬란한 이미지는 간 데 없었다. 경기장에서의 영향은 짤막했지만, 그 시기 아스날 팬들은 그의 패션에 대한 영향력만큼은 침이 마르도록 찬양했다.

  그는 아스날과 계약할 당시 <어벤져스>의 엠마 필의 그것과도 닮은 주문제작한 이탈리안 슈트를 입고 왔다. 니콜라스는 신문지에 카우보이, 군인, 혹은 소방수 복장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톱 맨'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인기있는 브랜드를 입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패션에 관심있는 아스날 팬들이 그를 주시했다. 스티브 에드워즈가 회상했다. "찰리가 오기 전에, 아스날 팬의 대부분은 경기장 갈 때 뭐 입을지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몰개성 천지였죠, 스카프 좀 두르고 모자 좀 쓰면 눈에 띌 정도로요. 하지만 찰리가 경기장 복장에 대해 관심을 부추긴 것이었어요. 루턴 전에 노스 뱅크는 캐주얼로 넘쳐났어요. 그래 보였다니까요. 캐주얼의 파도였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사람들이 찰리의 머리를 따라해요. 꽁지머리요. 나중에는 살짝 파마도 하더니, 그 다음에는 포인트도 좀 주고…나중에는 이어링까지 하더군요. 노스 뱅크에 제 주위에 서있는 사람들은 좀 위험한 동네에서 하고 온 것 같더라구요. 곪은 귀 투성이였죠.

  아스날 팬들은 사는 곳 근처에 브랜드 파는 곳이 많아서 좋았어요. 일단 밑에 옷부터 보면, 보통 레비스 청바지를 사요. 혹은 찰리가 그랬던 것처럼 얇은 줄이 있는 바지를 입죠. 트레이닝 복도 필수에요. 대부분 퓨마를 입지만 조금 독특한 사람이다 싶으면 리복을 입었죠. 그리고는 랄프 로렌이나 휴고 보스의 폴로 셔츠를 사 입었어요. 아스날 팬들의 캐주얼이 다른 캐주얼과 뭐가 다르냐 하면 바로 자켓이에요. 대부분의 아스날 팬들이 아르마니 자켓을 입었어요. 보통 소매를 조금 접어 올렸죠. 자켓에 돈 다 쏟아붓기 싫다 그러면 버하우스나 고어텍스에 만족해야죠. 그때 사람들은 경기 보는 것 보다 다른 사람 뭐 입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니까요. 그때 아스날 경기력이야 놀랄 것도 없었다는 점은 알아두세요. 조지 마이클처럼 차려입고 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어요. 하얀 수트를 입고, 자켓 소매는 살짝 접어 올렸지요. 늘 바지를 딱 발목 위까지 접어 올리고 양말을 신지 않던게 기억나네요. 우리가 펍을 지나갈 때마다 그 사람에게 휫파람을 휙 불었지요. 그러면 그 사람이 '아르마니 자켓 사서 입을 정도는 되고 나서야 휘파람 불어라.'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죠. 우리들은 사실 이상한 놈 하나 구경하는 기분이었어요."

  아스날 팬 모두가 니콜라스가 경기장 패션을 바꿨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데이비드 위너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보노와 듀란 듀란이 원인이었겠지요. 셀틱에서 니콜라스를 데려왔을 때 '머리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었나'라는 문구도 나왔지만 니콜라스가 있든 없든 패션이 변했을 거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많금 축구선수들이 그렇게 영향력 있진 않아요." 스티브 에드워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나 젊은 시절 아스날에서 정말 패션에 영향을 준 유일한 선수였어요. 물론 다른 영향도 있겠지만 주로 우리는 찰리처럼 되고 싶어서 꾸민거니까요. 요즘 애들이 베컴처럼 되고 싶어하는 거랑 마찬가지요."

  그 스스로는 찰리 조지가 자신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가차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패션 리더이자 혁명이었다고 말을 합니다만, 저는 그냥 다른 10대들처럼 유행을 따라간 거에요. 제 머리 스타일은 보노가 먼저했죠. 제가 유투(U2)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옷은 하고 싶은대로 한 것 뿐이구요. 축구계의 첫번째 캐주얼이라는 별명은 어색한게, 사실 전 캐주얼의 개념도 몰랐어요. 제가 추구하고 원하던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트렌드를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제 나이의 두 배는 되는 사람이 와가지고 꽁지머리를 들어올리고 이어링을 보여주더니 '당신 따라한 거요.'라는 말도 들어봤어요. 그러더니 찰리 워들이 펌을 하고 그러더니만 신문에서 그 사람이 '니콜라스 룩'을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세상에, 그런 것 좀 어떻게 벗어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감당해야할 일이겠지요. 특히 사람들이 젊은 선수들을 많이 따라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캐주얼의 왕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구요."

  딱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역대 아스날 홈 유니폼 중 가장 몸에 짝 달라붙는 것을 입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요즘 웨일즈 국가대표나 스퍼즈가 입던 짝 달라붙는 상의를 보면서 약간이라도 누가 붙으면 반칙이 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20년전 그 엄브로 유니폼들은 훨씬 안 좋았어요. 그 가는 세로줄 무늬하며, 최악은 가랑이가 불룩 튀어나오는 바지였다니까요! 그때 그걸 어떻게 입었나 싶었어요. 짝 달라붙는 나일론 옷은 입고 있으면 땀이 줄줄 흘러요. 젖꼭지도 딱 보이구요. 유니폼 아래 티셔츠를 입을 수도 없고 하니, 그래서 우리는 가슴에다가 바셀린을 잔뜩 발라서, 그 위에 반창고를 덧대었죠. 안 그러면 마찰이 일어나서 루튼이나 QPR의 빌어먹을 경기장에 구르는 것보다 더 아팠을 테니까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옆집 골리기(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통치의 종말-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노스뱅크여 안녕-옆집 골리기(2)-개불알?-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 특급-심장 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옆집 골리기(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새천년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옆집 골리기(4)-고백:변호사, 암표 장수, 관리인, 수위-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재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