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70년대-머리부터

그의 여러 동년배 선수들처럼, 조지 베스트는 인생의 마지막 나날들에 그의 현역 시절 추억을 풀며 돈을 벌었다. '베스트와 그리브스[각주:1]와 함께하는 저녁'에서 그가 한 말로 미루어볼 때, 베스트는 아스날 전을 썩 좋아하지 않았나보다. 베스트가 상대한 최고의 난적은 누구일까? 피터 스토리다. "그는 경기마다 내 뒤꽁무니를 90분 내내 쫓아다녔어. 나는 도저히 공을 찰 수가 없었다니까. 만약 실점만 막을 수 있다면 자기 할머니도 걷어찼을거야." 베스트의 커리어 사상 최악의 순간은 언제일까? "1970년 아스날 전에서 모두 다 비껴내고 골키퍼 밥 윌슨만 앞에 남았어. 늘 하던대로 왼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오른쪽으로 꺾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밥이 공을 낚아챈거야. 아직도 어제일처럼 선선해. 가끔가다 밤마다 벌떡 깨어나서 왜 못 넣었을까 고민하기도 하지. 30년 전 일을 가지고 말야!"

  BBC의 매치 오브 더 데이는 1970-71 시즌, 눈에 띄지 않는 푸른색 셔츠를 입은 맨유를 상대하는 아스날의 홈 개막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늘 그랬듯이 맨유전은 가장 기대되는 경기 중 하나였고, 3개월 전 페어스 컵 우승으로 기대치도 높았다. 55,000명의 많은 관중들이 하이버리에 몰려 들어와 관전하였다. 이 경기는 시즌이 흘러갈수록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1960년대의 부진을 넘어, 관중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이 돋아났다.

  스티브 애쉬포드가 회상했다. "1970-71 시즌 초반은 굉장했어요. 허송세월하다 마침내 아스날에 다시 한 번 위대한 날들이 온 것 같았죠. 이제 선수들은 개성이 강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뭉쳐 팀을 이루지만, 한 명 한 명이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거에요. 요즘은 팀들이 경기장에 들어올 때 두 팀이 같이 들어와 스포츠맨쉽을 보여주기 위해 악수를 하잖아요. 그때는 상대팀이 먼저 들어와서 클락 엔드 쪽으로 달려갔죠. 하지만 분위기를 달구고 싶은 팀은 노스 뱅크 쪽으로 달려가요, 그러면 관중들 모두가 야유를 퍼붓죠. 맨유, 토튼햄, 리버풀이 그런 짓을 했어요. 하지만 보통은 우리 팀이 노스 뱅크 쪽으로 오죠. 제일 먼저 오는 것은 대개 밥 윌슨이에요. 종종걸음으로 뛰어와 모자와 장갑을 네트 안쪽으로 던져넣죠. 그러면 우리는 '윌슨, 윌슨, 윌슨' 이름을 외쳤어요." (윌슨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들어가기 전까지 결코 서포터즈들에게 응대를 하지 않았어요. 관중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리고 소리에 귀가 터져나갈 것 같으면 응대를 했죠. 그 순간을 즐겼어요. 우리는 보통 관중들이 이름을 부를 때 듣고 있었어요. 당연히 그랬지요. 중요한 일이니까요.")

  스티브 애쉬포드가 말을 이었다. "다음은 팻 라이스의 차례였습니다. 1972년부터, 우리는 '팻 라이스, 맛있는 골!'이라고 환호를 질렀죠. FA컵 레딩전 골을 스스로 그렇게 말했거든요. 다음은 "조디, 조디 암스트롱. 최고의 윙어 조디 암스트롱"고, 몇 년 후에는 암스트롱 대신 브라이언 마우드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조지 그레이엄 차례에요. '그레이엄, 그레이엄, 그레이엄' 이런 노래였지요. 피터 마리넬로 노래가 최고였죠.
스팀의 노래를 따라서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헤이, 헤이,헤이, 마리넬로'라고 했어요.[각주:2] 그리고 "스토리, 스토리, 알렐루야'였고 다음에는 '하이버리의 제왕으로 태어났네'라는 찰리 조지를 위한 곡이었지요. 선수들이 반응을 안 하면 우리는 야유를 했어요!"

  맨유전은 축구와 텔레비전의 관계의 중요한 발전이 이루어진 경기이기도 했다. 조지 암스트롱이 말했다. "1970년 월드컵이 직전에 있었잖아. 브라질이 컬러 TV이 없었다면 그렇게 충격을 줄 수 있었을까 싶어. 싱그러운 푸른 잔디 위를 달리는 햇살처럼 반짝이는 치자색 셔츠의 남자들…강렬한 인상을 주었지. 많은 아스날 팬들이 그때부터 아직도 내게 그 맨유전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그게 그 사람들이 컬러 TV로 처음으로 본 아스날 경기였거든. 우리는 늘 입는 흰 소매의 빨간 셔츠를 입고 있었고, 맨유는 짙은 파랑색의 셔츠였어. 색깔들이 대비가 잘 되었지. 컬러 TV로 경기를 본다는 것은 혁신이었어. 거기다가 존 래드포드가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밥 윌슨의 선방에, 조지 베스트가 있었지. 그 사람은 서있는 그 자체만으로 게임에 광채를 더했지. 마침내 현대가 온거야."

  베스트를 바라보는 아스날 팬들의 심정은 복잡했다. 스티브 애쉬포드가 말했다. "다른 팀의 스타 따위에는 관심 없어요. 키건, 치버스, 베스트가 하이버리에 오든 무슨 상관이랍니까. 봐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나는 아스날만을 바라보는 아스날 팬입니다. 몇 년 동안 베스트가 묘기 좀 부리는 것을 봤다고 베스트가 잘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팀이 잘 하려면 상대가 못해야 하지 않겠어요. 상대편 선수가 잘 하길 바란 사람이 있덨다는 것은 옛날옛적 이야기죠, 정말로." 프랭크 스탠든의 말은 다르다. "베스트에게는 그 어떤 선수에게도 없는 아우라가 나왔죠. 그가 터치라인으로 뛰어 와서 스로인을 하든가 하면 물론 야유를 퍼부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망할, 조지 베스트가 손 닿을 거리에 있다니하고 생각하죠. 베컴에게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베스트는 달랐ㅅ,. 축구를 멋진 스포츠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축구로 끌어들였죠. 아스날과 맨유의 경기를 역사상 어느 때보다 화끈하게 만들었죠."

  스티브 애쉬포드는 기쁘게도, 그리고 베스트는 기분 나쁘게도, 베스트는 하루 종일 피터 스토리에게 시달렸다. "껌처럼 달라붙었지" 베스트가 이렇게 인정했다. 존 래드포드의 세 골, 그리고 조지 그레이엄의 영리한 헤딩 골 덕에 아스날은 4-0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프랭크 맥린톡이 지적한 대로 시즌 전체의 축소판 같은 경기였다. "레이 케네디와 존 래드포드가 이끄는 우리 공격은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조지 그레이엄처럼 훌륭한 기술을 지닌 선수가 있었구요. 제가 있던 시절 아스날 팀은 늘 맨유를 상대로 선전하였습니다. 피터 스토리로 베스트를 꽁꽁 묶었죠. 스토리는 늘 그 역할을 맡기면 툴툴거리고 싫은 소리를 했어요. 기본적으로 그 자리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경기 내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베스트를 경기 내내 괴롭혔죠. 우리 팀 중 누구도 베스트에게 공을 가지고 무언가 보여줄 찰나를 주지 않았어요. 기회만 된다면 선수 하나는 미끄러지듯이 제치고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이었지요. 사람들 말로는 그가 경기중에 말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건 기억이 나지 않네요. 경기 내내 그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똥쭐이 빠졌거든요."

  4-0이라는 대승에도 불구하고, 밥 윌슨의 선방은 아직도 회자된다. 그가 말했다. "공격수들은 전력으로 달려오다가, 언젠가 한 순간 정도 공을 살짝 길게 차게 됩니다. 한 번 정도는 파고들 순간이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제가 머리부터 들이댔기에 미쳤냐고 물었지요. 하지만 그것이 저 스스로를 두려움에서 꺼내는 수단이었습니다. 제 축구의 가장 핵심이었지요. 공격수들의 발에 어뢰처럼 달라붙는 것이요. 제가 수비진의 마지막 선수이니 제가 나가 떨어지면 곧 실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조지 베스트는 그런 상황에서 아마 10번에 8번 정도는 득점을 할 것입니다. 어깨를 기울이고 제 왼쪽으로(그의 오른쪽으로) 가려고 했죠. 그런데 그 잠시동안 공이 살짝 그의 발에서 떨어져있었고, 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저를 보았죠. 그는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고, 저는 제 발로 일어났습니다.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조지 베스트를 막은 것이기 때문에 제 생애 최고의 선방입니다. 제가 그를 막았을때 관중석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경기 시작한지 20분 정도 밖에 안 되었으니까요. 시즌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3경기째였긴 하지만.

  윌슨의 서재에 그 장면을 찍은 연속사진들이 액자로 갈려있다. 그 위에 베스트는 이렇게 적었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밥. 조만간 한 방 먹을줄 아시오. -조지." 윌슨이 말했듯 그 경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간다. "우리가 베스트, 찰튼, 로, 그리고 스타일스가 있는 맨유를 이겼다는게 중요해요. 비록 맨유가 지고 있는 시기였다고 해도, 그 날 아스날의 승리는 페어스 컵 승리에 이어 클럽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메세지였으요. 환상적인 시즌의 멋진 징조였죠."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닭집의 전설적인 닭 지미 그리브스(Jimmy Greaves)의 별명. 현역 시절 공격수였다. [본문으로]
  2. Steam이 1969년 발매한 싱글,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를 말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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