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60년대-고백: 경찰관, 경찰악대원

잠복 경찰관, '리차드'

"60년대 말 아스날은 스탠드에서, 특히 노스 뱅크에서 좋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골치를 썩고 있었습니다. 1967년 레인저스가 하이버리에서 친선경기를 치렀을 때가 압권이었습니다. 제 동료 중 하나가 지역 주민이 우유병을 도난당했고, 누군가 집 외벽을 쿵쿵 두들겨 댄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레인저스 팬들이 감자에 면도날을 박아 던지는 바람에 아스날 팬들은 다쳤구요. 그때, 메이너 하우스 역에서, 경찰들이 레인저스 팬들에게 나이프를 무더기로 압수하였습니다. 10대도 채 벗어나지 못한 아스날의 골칫덩이들과는 달리, 서른이 넘은 성인들이었습니다.  구단 측에서 우리에게 연락해 아스날 팬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수다스러운 것들은 노스 뱅크로 라이벌 무리가 들어오면 으레 문제를 일으키거든요. 당시에는, 관중들이 스스로를 감시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습니다. 아스날 구단에서는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생각한 것이구요.

  잠복 임무에 자원하자, 우리는 훌리건 식으로 옷을 갈아입으라고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레이스를 차고, 커다란 검은 부츠를 신고, 머리를 밀었습니다. 사실 꽤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잠복근무에 지원하는 사람이 위험을 피하려 하지는 않겠죠. 그리고 아스날의 악동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그들 흉내를 내야 했습니다. 머리가 쭈뼛 스죠. 잠복이란 것은 그들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삶을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물, 알코올
뭐 여러가지 이유로요. 몇몇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토요일 오후 한 때 기분내려 온 것이었어요. 그들 중 몇몇은 나중에 경찰이 되었죠. 그들 사이에서는 제일 유명한 사람이 있었어요. 모든 스킨헤드들이 조니 호이를 안다고 주장했죠. '조니가 널 잡으로 올 거야.'라고 노래를 불러대는데, 로빈 훗 같은 건가봐요. 사실 그 무리 중 실제로 맞딱트렸을 때 호이 씨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그저 허풍이었습니다.

  몇 주 후, 드디어 경기장 안에서 일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브리핑을 받고, 킥오프 직전에 그 무리들 사이에 껴들었습니다. 망원경을 낀 관찰자들도 있어 각자 잠복장소에서 문제가 어디서 일어나는지 찾기 위해 하이버리의 관중들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무전기로 관찰자들이 문제의 시발점이나 무기의 흔적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스탠드에서 움직이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빵, 신호를 받으면 접근해서 체포를 합니다. 이때 제복 경찰관들이 지원을 합니다.

  올해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스트레스가 극심한 일이기도 합니다.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도 어렵고, 잠복 중이라는 것을 들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계속 시달립니다. 일단 임무를 끝내면, 다른 장소로 가서 정체를 숨겨야 하죠. 원래 무리로 돌아가서 들킬까봐 두렵거든요. 잠시 후, 몇몇 훌리건 무리들이 완전히 창을 닫아, 외부인이 무리에 끼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래도 꽤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클럽을 응원하면서 원정경기를 다니는 골칫덩이들의 리스트를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대중들에게 훌리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1960년대 말에 이미 상황이 심각했지만, 대중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인식했습니다. 우리가 없었더라면, 문제가 훨씬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거물이 되기 전에 미리 싹을 잘랐죠.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노스 뱅크의 아이들 사이에서 누가 말싸움만 한 건지, 아니면 진짜 싸움에 가담을 했는지 구분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입을 꾹 닫고 말을 잘 안 하잖아요. 특히 맥주 몇 잔 마시고 난 후 축구 경기 볼 때는요."

경찰악대원, 클라이브 스펜서

"하이버리의 아스날 팬들은 1913년부터 악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메트로폴리탄 경찰 중앙 악대의 일원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경찰이었습니다만, 동시에 아스날의 열렬한 팬이기에 토요일 하이버리를 무척 기다렸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하루에 취미 생활을 두 가지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축구도 보고 음악도 연주하고. 경기 전에 먼저 연주를 합니다만, 관중들이 정말 좋아했던 것은 하프 타임에 하는 행진이죠. 우리 악대장의 특기는 메이스를 훅 던져 다시 받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전통이 되어버렸죠. 자기애가 그렇게 넘치는 사람도 드물었을 겁니다.

  늘 노스 뱅크 앞에서 했어요. 자기 모습을 그렇게 내세우고 싶었나봐요, 거의 음악계의 페널티 킥이었죠. 그러면 스탠드 전체에서 '우우우우우' 소리를 내지르고 그가 공중에 메이스를 던지기만을 기대하죠. 요즘 키퍼가 골 킥을 준비할 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는 것 처럼요. 100번을 던지면 99번은 멀정히 받아냈어요. 그런데 어느날 그 한 번이 일어난거에요. 메이스가 올라가서, 내려오더니, 손을 스치고 땅으로 떨어졌죠. 노스 뱅크 전체가 골이라도 넣은 것처럼 열광했습니다. 드디어 손자에게 말해줄 거리가 생긴 셈이죠. '지상으로 추락한 메이스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이면 되겠어요.

  그는 완전히 상심했지만, 나머지 밴드원들은 별로 동정하지 않았고, 웃음을 참고 있었죠. 마치 다 죽은 사람 같았어요. '이제는 못 하겠네. 난 끝났어.' 그가 계속 읖조렸습니다. 살짝 미안하기는 하지만, 너무 웃기잖아요. 제 말은
…그러니까 세계 인구의 반이 굶어죽는 마당에 막대기 하나 떨구었다고 고깃덩이가 된다느니 뭐니 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60년대에도 어린 아스날 팬들 눈에는 우리가 부끄러운 존재였을 겁니다. 피치 위를 행진하고 있지만, 관중들 입장에서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보였겠죠. 차라리 그라시에 필즈 공연을 보고 말지요. 밴드와 팀이 겹쳐보였을 겁니다. 불쌍한 팀, 영광의 날은 가버리고 아직도 알렉스 제임스 이야기를 하는 늙은이들이 보는 팀이라구요. 젊은 팬들에게는 아무 소용 없는 것이잖아요? 우리는 과거에 갇혀있었고, 서포터들이 더 이상 우리에 대해 할 말이 사라졌어요.

  그때 빌리 라이트가 조이 비버리와 나타나고,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그러니까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죠. 리버풀 팬들은 비틀즈가 있고, 맨유에게는 소녀들을 몰고 다니는 조지 베스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아스날은 악대와 비버리 시스터즈가 있어요. 하이버리에서 80년대까지 악대 공연을 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항의가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있어도 살 수 없었고, 우리가 없어도 살 수 없었던거죠. 요즘 제가 제 손자를 데리고 경기장에 가는데, 확성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파요. 그리고 고맙게도, 제가 밴드를 하던 시절에는, 멍청하게 생긴 초록생 공룡이 우리를 따라다니지 않았죠."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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