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70년대-잊혀진 영웅

여느 축구 클럽의 유망주들이 다 그렇듯이 자라는 과정에서 한둘은 수렁에 빠져 다시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새멀스, 암스트롱, 스토리, 심슨, 래드포드로 이루어진 무리는 빌리 라이트 덕에 1군 진입의 기회를 얻고, 버티 미에게 중용받으며 자신들은 예외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버티 미가 1966년 이슬링턴 가제트에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이 성실한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 수년간 아스날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처음에 존 레드포드는 홈 팬들의 분노를 빗물처럼 얻어맞았다. 프랭크 맥린톡에 따르면 이렇다. "관중들은 그가 느리고 성가신 존재라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곧 1968년 울브스 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누명을 벗겨내고 지체없이 나아갔죠. 강인한 사람입니다. 그게 존 래드포드입니다."

  존 새멀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는 관중들이 그에게 욕을 퍼붓기까지 10년 반 동안이나 하이버리에서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 밥 윌슨이 말했다. "존은 너른 시야를 가진 환상적인 선수였습니다. 공을 뒤로 덜 튀기며 잡아낼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공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무거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실력이지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골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공이 들어가기 전까지 온갖 방향으로 휘감기는 듯 했죠. 진정한 실력자였고 타고난 아스날 선수였지요. 아스날의 모든 미드필더 중 가장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였을 것입니다. 축구를 잘 아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습니다."

  아스날 팬 마이크 제임스가 회상했다. "아스날에 여러 선수가 있었는데, 다들 장점이 확연한 선수들이었어. 조지 암스트롱은 사이드라인을 질주하며 놀라운 크로스를 하였지. 피터 스토리는 상대 수비를 제거하고, 존 래드포드는 골을 넣거나 도움을 주기도 했지. 새멀스는, 요즘 선수로 치면 질베르투랑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 인간은 대체 뭘 하는거지? 하는 게 있기는 있는건가?' 질문을 하는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새멀스는 현대 축구에서도 잘 했을거야. 공을 잘 지켰고, 패스 한 방 한 방이 대단했지. 더블을 했던 시즌에 그에 대한 대접이 참 좋지 않았어. 자기 선수에게 욕을 해대는 팬이라는 게 보기 좋은 건 아냐. 혼자 궁시렁댔던 것도 아니라구. 관중석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오다가 전염이 되는 거지. 우리가 이해를 못한 것이겠지만, 그가 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렇게 묻고 했거든. '존, 너는 대체 팀을 위해 하는 것이 뭐가 있냐?' 그런데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세상에, 우리 스스로 좋은 선수를 망쳐버린거야."

  아스날에 관련된 많은 책들이 새멀스가 몇 년 동안이나 팬들의 분노를 참아왔다고 전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60년대 후반 내내 그의 아름다운 기술은 라이벌 타팀 감독들의 눈길을 끌었고, '새멀스를 국대로' 운동이 언론에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먼저 전용 응원곡이 만들어진 아스날 선수 중 하나다. 그가 득점할 때마다 아스날 팬들은 노래를 불렀다. "존 새멀스, 당신의 골을 보기 위해, 이역만리를 걸어왔지요." 그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는 아직도 "…아스날 팬이지. 클럽을 위해 뛰는 것이 행복했어. 유소년 팀에서 1군으로 치고 올라오면 더 이상 행복할 것이 없거든. 세상이 모두 내것만 같아. 페어스 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것은 겹경사였고. 하지만 래드포드와 다른 선수들과 같이 올라왔기에 더 특별해. 팀 스피릿과 우정이 강화되니까. 선수이자 한 사람으로서 발전하는데 큰 부분이야.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이고. 나와 클럽,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의 유대감은 매우 끈끈했지."

  프랭크 맥린톡은 (새멀스의 놀라운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유대감이 지나치게 강했다고 생각한다. "존은 클럽을 사랑하는 멋진 친구였습니다. 진정한 아스날 팬이기도 하구요. 그게 문제였나 봅니다. 너무 민감하고, 무엇이든지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어떤 선수도 팬들에게 비난을 받을 때가 한 번 쯤은 있고, 대부분은 잘 이겨냅니다. 만약에 누가 찰리 조지를 보고 한 마디 하면 그는 '엿이나 쳐먹어.'라고 하겠죠. 밥 맥냅은 '개새끼'라고 욕을 할 거에요. 그들은 흘려듣거나 술 좀 마시고 잊어버리겠죠. 존은 달랐어요. 집착을 했고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진정 새멀스가 난처하게 된 것은 1970년 말부터였다. 무릎 부상 때문에 더블 시즌의 초반 출장하지 못했고, 그의 자리는 다른 선수들이 차지했다. 때로는 조지 그레이엄이 나왔고 때로는 피터 스토리가 나왔다. 그가 돌아왔을때, 총잡이들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고, 그 없이도 잘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10월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 돌아왔는데 '팬들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지만 애써 고민하지 않기로 하였다. 스티브 애쉬포드가 말했다. "새멀스가 마침내 리버풀 전에서 돌아왔지만, 다시 만나서 반가운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축구 팬들은 참 잔인하기도 해요. 축구선수들이 충성심이 없다며 욕을 퍼붓지만 팬들도 그만큼 나쁘기도 하죠. 잠시 좀 궤도에서 이탈하면 잊혀지다니요. 새멀스가 돌아왔는데 '여기서 뭐하나? 없어서 잘만 하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요. 잔인하지만 진실이죠.

  프랭크 맥린톡에 따르면 그의 경기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존은 나긋하고 우아한 선수였습니다. 사람도 좋아보이구요. 하지만 공을 잡고 있으면 불안불안 하죠. 강하게 밀어내면 공을 뺏을 수가 있었어요. 때때로 피치에서 악몽이 펼쳐지면, 일단 쉬운 동작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존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겠다고 마음 먹고 전방으로 긴 패스를 뿌리려고 하지요. 그때 그가 자세만 잡으면 상대방이 와서 공을 채가요. 1971년 3월에 쾰른에서 펼쳐진 페어스 컵 4강전은 그에게 정말 끔찍한 날이었죠. 그가 건드리는 대로 공이 다시 흘러나가요. 돈 하위는 전반이 끝나지마자 그를 빼고, 보란듯이 교체선수가 득점을 했어요. 운이 그렇게 없으니 앞으로 벌어질 일은 안 봐도 뻔하죠. 그가 공을 받을 때마다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었어요. 끔찍한 일이죠. 그때 쯤, 관중들에게는 새로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거든요. 찰리 조지나 레이 케네디 같은 선수요. 존이 돌아왔을 때 세계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어요."

  새멀스가 관중들에게 완전히 배척당할 때. 밥 윌슨에 따르면 팀도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고 한다. "경멸스러웠지요. 당연히 경멸스러워요. 존이 왜 야유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보비 굴드 같이 지 앞가림도 못하는 선수도 60년대 후반 내내 팬들에게 사랑 받았는걸요. 굴드가 제 좋은 친구이기는 합니다만, 그 스스로도 존이 실력만 놓고보면 두 배는 더 좋은 선수라고 인정할 겁니다."

  버티 미는 새멀스를 다음 경기 선발로 내세웠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원정 경기. 그리고 다음 토요일, 블랙풀과의 홈 경기에는 빠졌다. 새멀스가 더 이상 하이버리 관중들의 변덕을 견딜 수 없다는 공개적 선언이기도 했다. 그는 타이틀을 따낼 때에도 외부인 같았다.

  그는 1971년 초반의 어려운 시기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대신 긍정적인 측면을 말했다. "클럽에서 머문 처음 10년은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 6개월이 좋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저는 팀을 떠나 레스터로 가서 6년을 즐겁게 보냈고, 총 20년 가까이 현역으로 보냈습니다. 나쁠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 마지막 몇 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면, 이관왕을 이룩했던 친구들의 업적에 흠이 갈까 두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아직도 친구이고, 다 같이 즐거웠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제가 레스터의 동료들과 같이 하이버리에 갈 때마다 열광적인 환호를 받아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요."

  밥 윌슨이 덧붙였다. "존은 제 룸메이트였는데, FA컵 결승전 전날 그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져 있었어요. 하이버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하필 더블 시즌의 클라이막스를 놓치는 그 심정을 차마 상상도 못하겠더군요. 팀메이트가 관중들에게 욕을 먹는다는 것은 우울한 소식이에요. 팬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훨씬 많은 영향력이 있습니다. 팬들이 선수들을 만들기도 하죠. 아니면 부셔버리거나."

  클럽이 이후 15년 가량 부침을 겪으면서, 존 새멀스는 비극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어진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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