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70년대-때리고 부수고

1970년대 노스 뱅크 뒤쪽의 푸른색 천막에서 차, 던디 케익, 그리고 맥주를 팔곤 했다. 제대로 관중석을 즐기고자 하는 팬들이 천막으로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고, 이 악명은 다른 곳의 축구 팬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마침 브리티쉬 레일이 축구 특급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한 참이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잉글랜드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결코 피해야 하는 굴러다니는 쓰레기통이나 마찬가지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크리스 테리는 매년 하이버리로 순례 오기 위해 맨체스터 피카딜리에서 축구 특급 열차를 탔다. "특급은 정말 구질구질했어. 좌석 시트는 뜯겨 나갔고, 낙서로 뒤덮여있었지. 화장실은 냄새가 나고 넘쳐흘렀고, 최소한 그냥 넘쳐흐르기는 했어. 가끔 화장실 문이 잠겨져 있곤 했는데, 그러면 유스턴에 도착할 때면 객실 상태가 말을 못하지. 모두들 파티 세븐은 기본적으로 챙겨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차내 판매도 이용했어. 런던으로 가는데 3시간이든 몇시간이든 얼마가 걸리든 간에 도착하고 나면 혼이 다 빠졌지. 하지만 머릿속이 멍해져 있는데도 어떻게든 생각이 난단 말야. '천막까지 기어가야겠다.'고. 제대로 정신이 나가고 싶으면 꼭 가야할 장소였지."

  아스날 팬인 스티브 챔버스가 회상했다. "아버지와 같이 천막 옆으로 걸었지요. 안에서는 언제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았어요. '여기 맥주 한 잔만…….'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아스날, 아스날' 고함치는 함성이 들리다가 다같이 박수를 쳤죠. 또 뜬금없이 조용해 지다가, 웃음소리가 둑처럼 터져요. '우리는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을 위해 싸울테다!'라는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며 안의 사내들이 벽을 쿵쿵 두들기죠. 저는 아버지에게 안에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그는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다른 곳으로 끌고 갔어요. 한 번은, 아버지가 화장실에 가셔서 기다리다가, 문 안 쪽으로 슬쩍 머리를 집어넣었어요. 남자들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문신, 술배, 땀내. 남자들의 장소였죠."

  스티브 애쉬포드도 천막의 단골이었다. "타디스랑 똑같아요. 밖에서 보면 작은데,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한가득 있습니다. 안의 분위기가 참 좋았고, 보통은 아스날 팬들로 붐볐습니다. 반주 좀 든 다음에 노스 뱅크로 다시 돌아와 경기를 봤습니다. 70년대 아스날을 응원한다는 것은 뭔가 다르지만, 그래도 아스날은 아스날이고 저는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제 말은, 우리팀이 80년대 중반에는 완전 쓰레기였다고 하지만, 70년대 축구는 전체적인 수준이 더 낮아서, 경기장 안에서 돌아다니는 상인들도 좋지 않았죠. 그래서 종종 노스 뱅크는 한산했어요. 그러다가 볼만한 경기면 다시 관중들이 몰려오고 열기가 돌아오죠."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들이 오면 분위기가 변했다. 아스날 팬인 짐 나이트가 말했다. "당시에는 홈팀 관중과 원정팀 관중을 따로 넣지 않아서, 원정팬들이 노스뱅크로 들어오기가 쉬웠어. 대개 세력과시였지만. 리버풀 팬들이 천막 안에 와서 한다는 얘기는 자기들이 오늘 아침에 웨스트 엔드에서 무엇을 삥뜯었다든지 그런 말들이야. 허세가 듬뿍 들어있긴 하다만 60년대에는 더 심했지. 그들 중 몇몇은 스탠리 나이프를 번쩍이며 협박했지만 정말 휘두르지는 않았어. 내가 아는 한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도 똑같지. 말도 많고 욕도 많고, 종종 격화되기도 하고. 하지만 맨유 팬들은 클록 엔드에 모여가지고 경기 끝나고 싸우기를 좋아했찌. 하지만 첼시와 웨스트 햄이 하이버리에 오면, 그게 정말 문제였어. 자기팀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최초의 팬들이었지. 머플러를 손목에 두르고 말했어. '우리가 누군지 알면 알아서 기어라.' 노스 뱅크로 쳐들어온다는 선전포고였지. 킥오프 5분 전에, 올라가서 노래를 막 불러. '지거, 어이, 재거, 어이, 지거 재거, 지거 재거 어이, 어이, 어이!' 그러면 스카프, 동키 재킷, 그리고 DM 부츠를 입은 첼시 팬 300여명이 무리를 지어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며 지나갔어. 나는 겁이 많은데다가 도망가는 사람들이 하도 비명을 질러대는 탓에 그냥 도망갔지. 그러면 경찰이 와서 관중들을 둘러쌓고, 수백명의 경찰들이 경기 끝날때까지 그냥 가만히 서 있었어. 한번은 아스날 팬들이 계단 제일 위에서 대기하고 있어서 첼시 팬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어. 첼시 팬들은 뒤로 빠져야만했고, 결국 바로 나가야했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야. 지금 나는 두 아이의 아빠인데, 돌아보면 어떻게 그걸 매주 견뎠나 싶어. 그때 축구는 매일 상대를 열받게 만들고 난투극을 치러야 하는 젊은이들의 인내 그 자체였어."

  1975년 웨스트 햄과의 FA컵 8강전 경기 때 노스 뱅크에서 최악의 사태가 터졌다. 적게 잡아도 20,000명의 해머스 팬들이 하이버리로 들어와, 그 중 절반이 노스 뱅크에서 경기를 보았다. 스티브 애쉬포드 씨가 회상했다. "경찰들 헬멧
사이로 본 경기는 셀 수도 없어요. 지금처럼 안전요원이 없었어요. 스스로가 감시자였는데, 사실 위험한 노릇이죠. 경찰은 문제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터지면 막기 위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웨스트 햄 전은 차마 그것마저 할 수 없을 정도로 웨스트햄 팬들이 많았습니다."

  테리 클라크가 첨언했다. "그 시절 웨스트 햄은 마일 엔드와 ICF가 있었지. 겁 없이도 몇 번이나 천막을 침범하였어. 성질나는 일이었지. 그래도 참 능력들은 대단해. 일부는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그 주위를 둥글게 포위하거든. 양동작전인 셈이야. 잘은 모르겠는데 서로 신호를 주고 받았나봐, 왜냐면 갑자기 다들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함성을 지르거든. 이게 킥 오프나 마찬가지였어. 웨스트 햄 팬들은, 정말 발로 차댔지. 쇠톱을 절연테이프로 칭칭 감아 가져오더군. 또 그걸 휘두르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어."

  짐 피셔는 노스 뱅크 단골이었다. "분위기가 날카로웠어. 3시 쯤에 갑자기 수백명의 웨스트 햄 팬들이 날 포위하는거야. 그날 아스날 응원가라곤 단 한 곡도 못 들은 것 같아. 웨스트 햄 노래 밖에 없었지, 아스날 팬들을 '이제 그 대가리가 날라갈 거야.'라고 조롱하는 노래만 가득. 앨런 테일러가 노스 뱅크 쪽 골대에서 웨스트 햄의 첫 골을 넣었을 때, 갑자기 난동이 일어나서 우리는 계단까지 밀려나갔지. 그날 밤 <매치 오브 더 데이>에 방송됐는데, 앞쪽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쓸려가는 모습이 찍혔어. 무척 위험했지. 난 덩치가 좀 있거든, 그래서 웨스트 햄 팬 하나를 보고 그만 좀 밀라고 했지. 그러니까 갑자기 그 사람이 칼을 꺼내들더니만 '입 다물지 않으면 그어버린다.'라고 해. 남은 시간 내내 경기가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빌었어. 최악의 날이었어. 나는 죽을 뻔하고, 아스날은 신나게 두들겨맞았지. 70년대 하이버리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이었어. 하이버리는 런던 더비를 할 때 정말 위험한 장소였어."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옆집 골리기(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H 범스-이건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구-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통치의 종말-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노스뱅크여 안녕-옆집 골리기(2)-개불알?-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 특급-심장 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옆집 골리기(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새천년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옆집 골리기(4)-고백:변호사, 암표 장수, 관리인, 수위-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재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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