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50년대-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50년 전,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그럭저럭 사이가 좋았다. 정말 사이가 좋아서, 맷 버스비가 이끄는 맨유가 경기를 치르고 런던에 하룻밤 머물면, 포병대의 선수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눌 정도였다. 1958년, 에드워즈나 찰튼, 테일러 같은 선수들이 그 팀의 핵을 이루어 잉글랜드 축구계를 앞으로 몇 년간은 휘어잡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이런 점이 영광의 30년대의 흔적들이 빠르게 잔상마저 지워져가던 아스날과는 두드러지게 대비되었다. 1951년 알렉스 제임스가 죽었다. 1956년 톰 휘태커가 죽었다. 1957년 조지 앨리슨이 죽었다. 좋았던 옛날이여 안녕.

  아슬아슬하게 거머쥔 1953년의 우승 이후 아스날은 몰락을 향해가고 있었다. 1953년 8월 허더스필드 전에서 처음으로 홈 팬들에게 인사를 올린 16살 322살의 당시 아스날 최연소 데뷔자였던 게리 워드의 말은 이렇다. "클럽에서 경영진이 선수들에게 큰 금액을 쓰지 않으려는 조짐이 보였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축구계는 변하고 있었는데 말야. 최고의 선수들을 원한다면, 당연히 돈 뭉치를 내놔야지. 아스날의 경영진은 그럴 생각이 없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아스날 선수로 지낸 세월이 즐겁지는 않았어. 팬들은 우리에게 곧 부담이었지. 빅 그루브스 일이 생각나. 그가 막 이적했을 때 경기력이 좋지 않아 고생을 했어. 결국 아스날 팬들에게 야유까지 집어먹고 조롱하는 편지들도 받았고. 나도 관중들이 어려웠어. 내가 아스날에서 줄곳 자랐고 나이도 어렸기 때문에 차세대 괴물이라고 띄어주었지만, 나 스스로, 혹은 관중들이 기대하던 것보다 발전이 없었거든."

  1950년대 후반의 아스날에는 몇몇 괜찮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기는 했다. 데이비드 허드, 데렉 탭스콧, 그리고 지미 블룸필드. 그러나 진정한 최고의 선수는 없었고, 톰 휘태커의 감독 자리를 물려받은 '신사' 잭 크레이스턴도 썩 좋은 감독이 아니었다.

  아스날 팬 데이비드 화이트씨는 그 시절의 팀을 퉁명스럽게 평가했다. "못 써먹을 놈들이었지. 고든 넛하고 데니 르 루 같은 놈들이 경기를 뛰고 있어. 세상에, 완전 자살행위 아니야. 우리가 예전에 어떤 선수들을 봤었는지 생각해보면 고개를 못들겠더라. 경기장에 오는 관중들은 줄어갔지만, 1958년의 맨유 전에서는 갑자기 모두 돌아왔어. 아스날 팬들은 모두 유나이티드의 명성을 듣고 있었지. 언론 같은데서 밀어주고 그런 게 아니야. 그 시절에는 요즘과 달랐어. 입에서 입으로 퍼진거지. 당시 나는 할러웨이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반 애들이 던컨 에드워즈가 무슨 신이나 되는듯이 말을 하더라. 경기 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신문에서 사진을 봤든가, 담배 카드[각주:1]에서 봤든가 했겠지만, 당시에 일반 가정에 텔레비전이 보급되 있을리가 없고, 그 전설이라는 건 정말 문자 그대로 입에서 입으로 떠돌수 밖에 없지. 그때가 남부 사람들이 맨유를 응원하기 시작하던 때인 것 같아. 버즈비의 아이들이 내뿜는 아우라가 죽였지. 까놓고 말하자면, 그날 하이버리에 간 관중 대부분이 맨유를 보러 간 거지, 아스날은 관심 밖이었어. 63,000명이 상대팀을 보러 갔다는 거지. 그 당시에도 놀라운 일이었지."

  1958년 2월 1일, 단 90분 동안, 하이버리에 좋았던 옛날이 돌아왔다. 브루스 스미더스가 추억했다. "1945년부터 하이버리에 꼬박 들렸지만, 그 맨유 전이 단연컨대 내가 본 최고의 경기였어. 당시에는 두 팀간에 요즘 있는 악감정 같은 것이 없었고, 관중들은 에드워즈의 힘과 찰튼의 기술에 입을 쩍 벌릴 준비가 되어 있었어. 요즘에는 팬들이 상대편에게 감탄했다는 말은 별로 안해. 시절이 변한거지."

  경기 초반은 예측한 그대로였다. 맨유의 힘과 속도의 조합을 내세운 파상공세는 아스날의 불안한 수비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던컨 에드워즈와 보비 찰튼은 박스 외곽에서 면도날 같은 슛을 꽂아넣었고 맨유는 2-0으로 앞서나갔고, 30분 후 토미 테일러는 맨유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관중의 반이 발을 돌리는 것 같았어." 브루스 스미더스 씨가 거들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아스날이 전반이 끝나기 전 6분 동안 파상공세를 펼쳤고, 블룸필드의 두 골과 허드의 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게리 워드가 말했다. "관중석이 난리가 났어. 팬들이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을리가 없고, 사실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야! 하프 타임에 라커룸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들은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지. 맨유의 스타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보였고, 우리 아스날 선수들은 이 위대한 팀을 상대로 여기까지 해냈다는 것을 믿을수가 없었어. 후반전에는 집중력이 바닥 나서, 맨유가 우리에게 한 수 가르쳐줬지. 팬저 군단처럼 공격 하는 법에 대해서."

  바이올렛과 테일러의 득점으로 맨유가 다시 5-3으로 앞서나갔다. 그러자 데렉 탭스콧이 한 골 따라붙어 홈팬들의 혼을 빼놓았다. 아스날의 동점을 부르짖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총잡이들은 마지막 10분동안 총공격을 퍼부었다. 게리 워드가 이어 회상했다. "아까웠지. 지미 블룸필드와 태피(데렉 탭스콧)이 거의 넣을뻔 했어. 우리는 공만 오면 그냥 때리고 봤고, 팬들은 완전 미쳣어.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맨유가 이겼어. 마지막 휘슬이 울렸을 때, 나는 토미 테일러에게 바로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고, 그가 내게 윙크했지. 우리 생애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했어. 우리 다 같이 저녁이나 같이 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맷 버스비가 다음 주에 유러피언 컵 경기가 있어서 오늘은 맨체스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서 성사되지 못했어. 맨유 선수들하고 노는 것은 매번 즐거웠거든. 세상에, 같이 술 먹고 담배도 폈다니까! 그리고 모두 알듯이, 이 경기는 축구 역사에서 더더욱 중요해지고 말았어. 그리고 이날 일어났던, 아니 일어나지 못했던 일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되었지."

  하이버리에서 열린 이 경기가 바로 뮌헨 참사 이전, 버스비의 아이들이 영국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다. 참사로 맨유에서 번, 콜먼, 존스, 그리고 에드워즈(참사 15일 후에 사망)가 죽었다. 이 비보는 아스날 선수들을 참담하게 했다. 워드가 이어 말했다. "너무 충격이었던 것이 저번 주까지만 해도 하이버리에서 같이 축구했던 사람들이, 그리고 맥주도 같이 마시던 사이인데 죽다니. 그 경기 생각하면 토미 테일러나 던컨 에드워즈 생각나. 토미가 내게 윙크하던 것이 어젯일만 같아. 던컨이 살아있었더라면 훨씬 더 이룰 남자였는데. 경기 중에 에드워즈가 자기 친구인 대니 클랩튼의 발을 거칠게 걸었어. 좀 있다가, 던컨이 공을 몰고 가는데 데니스가 복수해서 자빠트릴 기회가 있었지.

  데니스가 늘 하는 말이 있어. '그 때 내가 발을 걸었으면 던컨이 비행기에 타지도 않았을 테고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 데니스가 하는 말이 던컨 에드워즈이기 떄문에 태클하려는 발을 거두었다고 하더라. 매우 특별한 선수라서. 사실 다른 사고도 있었어. 테일러를 상대로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그가 그냥 공을 확 몰고 가더라. 내가 만약 토미 테일러에게 태클을 했으면, 그도 살았을지 모르지. 하지만 가정은 의미없어. 그리고 아스날 선수들은 상대 선수를 발로 차는 취미는 없어. 그것이 우리의 문제이기도 했지.

  던컨의 안 좋은 면모도 드러난 경기였지. 그에게 태클 하는 것은 거의 죄를 짓는 기분이야. 그가 누군지, 또 얼마나 어린지를 생각하면. 그러나 던컨은 그런 보호가 필요없어. 나이 17살에 떡갈나무 기둥 같은 다리로 뛰는 사내였다고. 내가 잘 알아. 그리고 욕도 잘만 하지. 대니 클랩턴을 덥쳤을때, 옆에 서가지고 소리를 지르더라. '아 씨발 안 일어나?' 그 말 할때 근처에 있었어. 그리고 관중들 대부분이 선수가 욕하는 것을 처음 들어봐서 당황하더라. 깜짝 놀랐나봐. 우리 선수들도 던컨의 어두운 면모를 본 날이었지."

  브루스 스미더스가 그날 경기가 끝난 후를 회상했다. "관중 전체가 다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두 팀의 선수들에게 환호성을 질렀어. 에드워즈와 테일러가 나와 아스날 팬들에게 박수를 쳤지. 그리고 아스날 팬들도 맨유 선수들에게 정이 들어서, 기립박수를 쳐줬고. 아름다운 날이었어. 아르센 벵거가 얼마나 타이틀을 따내든가, 나는 그 경기를 늘 추억하면서 우리에게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주던 던컨 에드워즈를 기릴거야. 가슴에 사무치는 기억이지. 아스날이 졌는데도 말이야!"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담배 회사에서 담배곽을 뻣뻣하게 하고 브랜드를 홍보할 목적으로 곽 안에 박아두었다고 한다. 스포츠 스타, 영화 배우, 새로운 발명품이나 풍속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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