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저스트 던 잇

1997년, 이안 라이트의 팀동료 몇몇은, 그가 있으면 타이틀을 결국 손에 쥐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이트를 둘러싼 이 불편한 분위기는 결국 원 닐 다운의 편집장인 토니 윌리스가 사설에 다음과 같이 적게 만들었다. "라이트가 없으면 팀으로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아스날 스트라이커는 공개적으로 윌리스의 사설에 대해 주장했다. "몇몇 아스날 팬들의 말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라이트의 동료였떤 글렌 헬더가 회상했다.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갔지만 이안은 여전히 골에 목말라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지요. 그가 아스날에서 나이를 먹어갈 수록, 스스로도 두가지를 깨달았어요. 첫번째, 이제 나이가 많다는 점. 두번째, 그가 최다득점자 기록을 세울 수 있고, 거기에 집중한다는 점이요. 이안 같은 스트라이커들은 목표를 세워두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계속 나가는 거에요. 타고난 기질입니다. 그가 골을 얼마나 원했는가만큼 놀라운 일입니다. 제가 공을 받기도 전에, '어이 글렌, 일로 줘'라고 하기도 한다니까요. 저나, 조 하트슨, 케빈 캠벨 같은 선수는 이안이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았더라면 아스날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차원적인 생각이에요. 이안의 기록은 다들 알잖아요. 그리고 그가 위기상황에서 몇 번이나 우리를 구원했는데요, 몇 번인지 세지도 못하겠어요. 전 이안 때문에 화나거나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이안에게 공을 줘야겠다'라고 생각하기는 했을 거에요. 이게 팀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요. 벵거의 팀이 왜 그렇게 성공적이었냐면, 공격수들이 모두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공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었기 대문이죠. 이안은 골감각은 뛰어났지만 그런 종류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라이트는 이 책에 인터뷰를 하는 것을 거절했지만, 그의 에이전트는 1998년에 '프라이데이 나이츠 올라이트'(Friday Night's Alwright)에서 필자가 그와 한 질의응답을 인쇄해주었다. 필자는 그에게 골을 넣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고, 그가 대답했다. "저는 길거리에서 공을 차던 꼬맹이일 때부터 골만 넣으면 흥분이 됐어요. 중요한 경기일 수록 함성이 커지죠. 어릴 때 '웸블리'라는 놀이를 했는데, 다음 경기에 나가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하는 놀이었어요. 만약 못 넣으면, 출전 못 하구요. 그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정말 짜릿한 거에요. 골을 넣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을 비쳐질 때도 있고, 사실 제 커리어에서 많은 골을 넣으려면 이기적일 필요도 있죠. 하지만 그래도 골을 넣는 짜릿함에 비견될만한 것은 없어요. 아무것두요."

  1997년 9월, 라이트에게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만한 기회가 찾아왔다. 시즌 개막전에서 리즈를 상대로 득점했다. 이제 하이버리에서 한 골만 더 넣으면, 무려 반세기 동안 깨지지 않았던 클리프 바스틴이 175골로 세운 아스날 최다득점자 기록과 동률이 되는 것이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아스날 프로그램에는 지난 6개월 동안 카운트다운을 했고, 대형스크린에서는 그가 작년에 넣은 골을 몇 개 선정해 보여주었다. 아스날 팬 닉 선더스(Nick Saunders)가 말했다. "일이 꼬이고 있었어. 경기장에 가보면 베르캄프와 비에이라 같은 선수들이 있는데도 어떤 얼간이들이 '이안 라이트 FC라네'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야. 멍청한 것들이지. 90년대 중반에 우리가 골찬스도 못 만들 때 이야기 아냐. 우린 나아졌고,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 아닐 걸. 이 기록이고 뭐고를 치워버리고, 팀 전체에 집중하자고.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 라이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야. 토튼햄 전에서는 쉬운 찬스 두 개를 날려먹었고, 솔직히 이제 잘 못하니까. 게다가 기술적으로나 팀에게 이득이 되는 걸로 보나, 베르캄프가 라이트보다 몇 광년은 앞서있었지. 완전 다른 별에서 온 선수잖아. 하지만 라이트는 라이트답게 큰 경기에서 강한 승부사라는 것을 보여줬어."

 찌는 듯한 9월의 오후, 새로 승격한 볼튼이 베르캄프의 창의력을 농락하고, 알란 톰슨(Alan Thompson)의 골로 앞서나가기까지 한다. 그러자 라이트가 불이 붙기 시작했고, 유시 야스켈라이넨(
Jussi Jaaskelainen)이 지키는 골대 아래로 집어넣었다. 그는 아스날 유니폼을 잡아 올렸고, 안에는 나이키 로고가 박혀있고 '저스트 던 잇(Just Done It)'[각주:1]이라 적힌 셔츠가 있었다. 사실, 그가 착각한 것이다. 아직 동률이었다. 10분 후, 그의 아스날 선수 시절 가장 쉬운 골을 집어넣고, 아스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팀동료 레미 가르데(Remi Garde)가 회상했다. "이안은 언제나 골세레모니를 즐겼어요. 골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주었죠. 물론, 그가 흥분하면 관중들도 같이 날뛰었어요. 리 딕슨(Lee Dixon)과 데이비드 시먼(David Seaman)이 그를 축하하려 달려왔던 걸 보면, 얼마나 다들 기뻐했는지 알 수 있죠. 그리고 그들에게 그 기록이 어떤 의미인지도요.  이안은 세레모니를 끝내고 한 골을 추가하여 해트트릭을 달성했어요. 팀은 4-1로 승리했구요. 멋진 오후였어요." 그
프라이데이 나이트 올라이트'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아스날 팬들은 그날 제게 너무 잘해줬어요. 신기록을 세운 골 때는 아예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서 공에 뽀뽀할 기세던데요. 제게 너무 기쁜 순간이었고, 아스날 팬들이 그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스날 팬 매튜 올굿(Matthew Allgood)이 경기와 경기 끝난 후를 말했다. "5시 아베넬 가였습니다. 이안 라이트가 누드 쇼를 펼치고 있었지요. 유니폼을 벗어가지고 드레싱룸 창문 밖으로 던지는 거에요. 아래에서는 아스날 팬들이 열광하고 있었구요. 누군가는 속옷도 가져갔겠죠. 하지만 '저스트 던 잇' 셔츠는 다들 가져가려다 찢어지고 말았어요. 기쁜 날의 참 희안한 마무리였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도 있고, 9할은 옳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라이트는 예외에요. 유일한 예외. 그런 업적은 당연히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축구에도 개인 업적을 쳐줘야해요. 라이트가 그날 해트트릭을 한 것도 중요하죠, 팀에게도 도움이 됐으니까요."

  경기후, 아르센 벵거는 체력안배를 위해 라이트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시가 하나 있었다. 그날 라이트를 교체한 것은 니콜라스 아넬카(Nicolas Anelka)였고, 벵거는 그가 라이트를 몇 년 안에 대체할 것이라고 믿었다. 벵거는 라이트가 계속 골을 넣어 200골을 넣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그의 컨디션이 빠르게 떨어져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달 후, 이안 라이트는 다시 한 번 드레싱 룸 창문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블랙번에게 3-1로 진 이후 항의하는 아스날 팬들과 마주친 것이다. 익명의 팀메이트가 말했다. "폭풍은 빨리 사그라들기 마련이죠. 기록을 세웠지만, 이제 배고픔과 욕망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것만이 요인이 아니고, 나이가 들면서 잡다한 부상도 많아졌어요. 그런 면에서 아르센 벵거는 운이 좋았어요. 라이트 본인 앞에서 '나가게'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그냥 알아서 사라졌어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이안 라이트가 아스날에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위대한 선수였긴 하지만, 우리가 성공적인 팀이 되려면 우리의 자세가 변해야했구요."

  벵거의 팀이 보여줄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나이키의 캐치프레이즈는 'Just Do It'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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