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록키를 추억하며

2001년 4월, 아스날과 스퍼즈 선수들이 하이버리 피치로 나오자, 늘 그렇듯이 관중들이 환대해주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날은 스퍼즈에 멀찍이 앞서있는지라, 경기는 사실상 1주일 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FA컵 4강전의 리허설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퍼즈가 솔 캠벨의 대활약으로 전반전에는 아스날을 묶었지만, 후반전에 티에리 앙리와 급성장하고 있는 로베르 피레스의 골로 2-0으로 승리하였다. 경기 후, 피레스의 골에 관심이 쏟아졌고, 그도 "7번을 입고 골을 넣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하였다. 아스날 팬들은 스퍼즈를 다시 한 번 무찔렀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느 유명한 7번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조프 화이트가 이야기했다. "그날 일찍 올드 트라이 앵글 펍에 들렸어요. 경기 전에 늘 거기서 노래를 부르고 가거든요. 특히 북런던 더비 때는 더 그래요. 1시 반쯤 되자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사람들이 '토튼햄이 싫어요' 노래랑 다른 노래를 불렀어요. 갑자기 노래를 주도하던 테이블이 뚝 멈추더니, 서로를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그들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말해서. '방금 데이비드 로캐슬이 죽었다고 합니다.' 술집 전체가 싸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테이블이 '록키, 록키, 록키 로캐슬' 노래를 열성적으로 불렀어요. 머리를 흔들면서 왜 그리 젊은 사람이 죽었는지 고민해보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노래 부르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가 암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얼마 전에 신문에서 낫고 있다고 기사가 난데다가 아스날에서 코치직도 제의받았다고 했단 말이에요. 너무 슬픈 소식이었어요. 겨우 서른세 살이었거든요. 저랑 동갑이었어요.

  전 록키가 너무 좋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제 나이 또래의 선수였으니까요. 아스날 정신을 보여주는 선수였고, 80년대 후반 클럽을 최고로 끌어올려준 선수였습니다. 아담스, 토마스, 퀸 같은 그 세대 선수들 중에서도 전 록키가 제일 좋았어요. 그 악동 같은 모습이 좋아요. 팬들하고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할 줄 알지만, 브라이언 맥클레어와 아스날 선수가 충돌하자 동료를 도우러 싸우기도 했지요. 신문에서 늘 헤드라인에 그의 이름을 사용해보려 했어요. 노만 화이트사이트를 발로 차 퇴장당했을 때는, '록키 호러 쇼'였습니다. 그가 대활약해서 아스날이 4-0으로 이긴 경기에서는, '록키 4'였구요. 하이버리에서 열린 리틀우즈 컵 4강전에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그하고 미키 토마스가 에버튼을 농락했습니다. 둘 다 놀라운 드리블 후 멋진 골을 넣었고, 우리는 그들이 앞으로 몇 년동안 아스날과 잉글랜드 중원을 책임질 줄로만 알았습니다.

  한 번은 록키를 런던의 와인 바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선수들하고 팬들이 어울려서 술을 마시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페리 그루브스처럼 멋진 사람이었고, 클럽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절히 느껴졌어요. 1990년 올드 트래포드에서 난투극을 벌인 직후였는데, 그가 동료들을 '피를 나눈 형제들'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그게 바로 제가 말한 아스날 정신이에요. 제가 18살 때 팀에 가지고 있던 꿈을 그가 다 나타내고 있었어요. 아스날은 수년동안 부진했었지만, 록키와 그 세대의 선수들이 다시 하이버리에 우승컵을 들고 왔잖아요. 1993년에 조지 그레이엄이 록키를 리즈에 팔았을 때, 록키가 조지의 품 속에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아스날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졌어요. 축구는 그저 비지니싈 뿐이라구요. 사실 될 수만 있다면 11명의 록키로 팀을 꾸리고 싶죠. 축구도 잘하고, 우리 팀에서 자란 선수들로요.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돌아가지가 않죠."

  이 책에는 아스날의 팀스피릿에 대한 이야기가가 많다. 하지만 그게 곧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도 친구라는 소리는 아니다. 아스날에서 뛰었던 선수 하나가 필자에게 말했다. "저는 하이버리에서 오랜 세월 있었고 대개 선수들은 잘 지냈습니다. 어느 직장에서나 그렇듯이 충돌은 있는 법이고, 대부분은 결국 화해를 하기는 해도 굳이 친해지려고는 하지 않죠. 나이도 원인이었어요. 젊고 결혼 안한 선수들이 30대의 결혼한 선수들하고 어울리기는 힘든 법이에요." 예의 아스날 선수에 따르면 많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도 어색하다고 한다. "축구계는 기본적으로 늘 경쟁이 있어요. 만약 주전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한다면, 친해지기는 힘들죠." 하지만 데이비드 로캐슬의 동료들은 그를 열렬히 좋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캐슬이 대체했던 선수인 스티브 윌리암스가 가장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최고의 남자였어요. 퀸이나 미키 토마스 같은 또래 선수는 물론 저나 데이비드 오리어리 같은 선수들하고도 잘 지내는 사람이었죠. 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감이 남쳤던 행복하고 영리한 소년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겁니다. 그는 1985년 하이버리에서 열린 뉴캐슬 전에서 데뷔했습니다. 한 골도 터지지 않은 끔찍한 무승부였죠. 그 시절에는 그런 경기가 많았어요. 이 경기는 진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라디오 기자가 아무것도 보도하지 못해서 유명해진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록키 얘기는 해주었어야 해요. 그 친구가 뛰는 것을 보면 바로 알잖아요. 강하고, 결단력 있고, 공격적입니다. 참 희안한게, 스튜어트 롭슨, 록키, 미키 토마스 모두 언론에서 미래의 잉글랜드 주장이라고 추켜세웠 거든요. 그런데 그들 모두 스물네 살 때 아스날을 떠나 말 그대로 산화해버렸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우연이거나, 조지 그레이엄이 미드필더들이 목숨을 걸고 공수를 같이 하길 바랐기 때문이겠죠. 저는 그런 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하이버리를 떠났을 때 록키랑 다시는 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주위까지 분위기를 띄어주는 열정과 미소가 그립네요. 록키는 멋진 남자였습니다."

  2001년 토튼햄 전 직전, 록키의 전 동료였던 아담스, 시먼, 딕슨이 뛰고 있는 아스날 선수단에게 록캐슬의 부음 소식이 전해졌다. 실비뉴가 회상했다. "사람들은 외국 선수들이 클럽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우리가 위성 채널로 잉글랜드 축구를 그들만큼 보는줄 모르는 거에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로캐슬은 아스날과 동의어였어요. 그가 하이버리의 전설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어서 전 동료들은 특히 슬퍼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그들도 로캐슬이 죽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젊은 사람이 죽는 것은 참 슬픈 일이잖아요. 토튼햄전 전에 1분 동안 다들 엄숙히 묵념을 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라이벌 팀들끼리 불상사가 벌어지는 곳이라서요. 하지만 하이버리는 쥐죽은듯 조용했어요. 경기 후에, 잉글랜드 선수들은 7번을 입은 로베르 피레스가 득점을 해서 기뻐했지요. 토니 아담스가 씩 웃었어요. '로베르, 록키도 네가 7번을 입고 골을 넣어서 기쁠 거야. 격에 맞는 조사였어."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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