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60년대-텅 빈 공간

려할 징조는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1940년대 후반의 관중수는 기본이 50,000명 이상이었다면, 이제 1960년대 초에는 20,000명의 열혈 팬만이 남았다. 스퍼즈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잠시 기적처럼 관중들이 돌아왔다가, 카디프와 스토크 같은 팀들이 원정을 오면 연기처럼 사라졌다. 1965-66 시즌에 드디어 임계점에 도달했다. 아스날이 중위권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이 하이버리에 원정오니 단 8,000명의 관중들이 하이버리에 온 것이다. <이슬링턴 가제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한 때는 많은 관중들이 왔던 하이버리의 현재 모습이다." 밑에는 밑이 있었고, 1965년 4월, 아스날이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한 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날씨도 안 좋았고, 리버풀이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를 맞은 컵 위너스 컵 결승전도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누구도 아스날과 리즈의 경기에서 겨우 4,554명이 경기장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티브 하트는 바로 그 선택된 소수 중 하나였다. "펍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관중이 정말 안 올것이라는 직감이 와. 7시에 거너스 펍에 들어갔는데, 문자 그대로 사람이 없었어. 진짜로, 우리가 문을 열었더니만 술집 다섯 명이 팔짱끼고 있더라니까. 우리 빼고 손님이 전혀 없었어. '오늘 영업 안 해요?' 내 친구 존이 바텐더에게 물어봤는데, 영업 하는 날 맞대. 그래서 맥주 좀 들고, 경기장을 향해 나갔지. 경기장에 가니까 횡하더라. 입구에 아무도 없어. 사람들이 입구에 들어갈 때 나는 짤깡짤깡 하는 소리가 안 들린단 말이야. 노스 뱅크에 들어가 보니까 도서관이 따로 없더라. 매우 이상한 분위기였지, 선수들이 소리 지르는 것이 경기장 전체에 울릴 정도라니까. 밥 맥냅이 이안 어를 보고 '고개 좀 쳐들어!'라고 소리 지르는 것도 들었어. 우리 팬들이 늘 해주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더군.

  노스 뱅크 앞 쪽에 앉아 있던 녀석들이 종이와 쓰레기를 뭉쳐가지고 횃불을 만들어 가지고, 인디언들처럼 빙빙 돌며 춤을 추던 것이 인상깊었지. 그것 빼고 딱히 할 일도 없었어. 나랑 내 친구들은 꽤 재밌게 봤었어, 그러니까 자학 개그 같은 것으로. 최후의 발악 같은 것이었지. 우리는 마지막으로 남은 충성스러운 팬들이고, 다른 모든 것들은 의무를 포기한 것이고."

  하이버리에 텅 빈 공간이 많은 이유가 여럿 있다. 먼저 토튼햄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1961년 더블을 달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리프 존스나 존 화이트 같은 선수들이 토튼햄에 가기 전에 아스날이 먼저 데려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지 스윈든이 이끄는 아스날은 그런 준비를 하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총잡이들이 허더스필드의 데니스 로를 영입하려 하다가,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고 말았다. 조 베이커가 회상했다. "아스날 선수가 되는 것이 자랑스러운 날들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한때는 하이버리가 '장엄한 극장'이라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1960년대에는 다 빛이 바랜 명성이 되었습니다. 죽은 셈이나 다름 없었죠. 게다가 스퍼즈의 성공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놀라운 팀이었지만, 그만큼 아스날 팬들은 상처받고 있었습니다."

  많은 아스날 팬들은 아직도 빌리 라이트와 그의 행적에 악담을 퍼붓는다. 아스날 서포터 빌리 헤이스가 말했다. "빌리 라이트라, 사람은 좋았지. 아스날에게는 재앙이 따로 없었지만. 팀 스피릿을 끌어 올린 적이 없어. 선수들이 팀으로서 뭉치지를 않아. 내가 다 부끄럽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열 받는 것은 그 좆같은 비버리 시스터즈 년들하고의 관계야. 이사진에서 라아스날을 현대적이고 트렌디하게 만드려고 그를 데려왔다는 소문이 있었지. 라이트가 지 아내 조이 비버리하고 얼간이 같은 옷 입고 찍은 사진이 널렸어. 우리는 웃음거리였고. 애들이 비버리 시스터즈를 듣겠어? 롤링 스톤즈나 더 후를 듣지. 이제 팬들이 슬슬 떠나는 단계까지 왔어. 어떤 때는 경기장에 가면 사람들이 이런 말도 해. '돌아가자, 우리는 이 광대가 백수가 될 때까지 경기를 보지 않을 거야.' 솔직히 거칠긴 했지. '라이트는 사퇴하라!' 같은 응원가도 있었고. 전에는 하이버리에 그런 것이 없었어. 하지만 그는 정말 재앙 그 자체였지."

  고(古) 조지 암스트롱도 라이트에 대해 말한 바가 있다. "우리 젊은 선수들은 빌리에게 빚진게 많아요,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 선배들하고는 영 사이가 안 좋았죠,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어요. 예를 들자면, 조 베이커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지만, 결코 수비를 하려들지 않았죠. 조지 이스트햄도 마찬가지구요. 모두 경기장에서 자기 할 일을 하지만, 함께 하지는 않았죠. 게다가 사소한 일도 생기죠. 빌리가 채프먼의 흉상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일 같은 거요.  팬들이 그런 사건도 알게 될 정도면, 이제 빌리가 압박을 이겨낼 수 없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흰 소매의 빨간색 유니폼을 모두 빨간색으로 바꾼 것에도 팬들이 그에게 무척 화를 냈어요. 사실 주장인 프랭크 맥린톡의 발상이었는데요. 모두들 빌리가 아스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경기장 안에서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관중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더 있었다. 조 베이커가 술집에서 불만이 가득한 아스날 팬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 보는데 쓰는 돈으로 차 한 대 뽑고 말지." 그리고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리즈 전에서 저조한 관중수에 기여했던 바로 그것이다. 1966년 1월, 이슬링턴 가제트에는 이런 기사가 있다. "볼링장, 영화관, 그리고 음악 콘서트가 런던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고,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축구 경기장을 멀리하고 있다." 1965년 <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가게소득이 10년 동안 15% 정도 상승하였지만, 그 돈은 스포츠가 아닌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재화에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아스날 팬인 로리 하인즈가 말했다. "그래요, 자동차라든가 음반이라든가 살 게 많았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팀이 점점 나락으로 갈수록, 하이버리에 대해 불만만 늘어나죠. 화장실 같은 것부터 보세요. 냄새나고, 소변 보면 넘치고. 구단에서는 대체 조치를 안 취하나요? 내가 볼링을 하러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갈 때면 화장실은 멀쩡했어요. 그런데 축구 클럽이 뭐길래 왜 그걸 그대로 냅둬요? 구내 매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맥주에는 분명 물을 탔을거에요. 끔찍하죠. 플라스틱 컵에 차를 따라주는데 빌어먹게 뜨거워서 깜짝 놀라 떨구기도 하죠. 그리고 결심했어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우리는 이미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구요. 전쟁에서 싸운 경험도 없고, 공 하나 제대로 못 차는데다가 열심히 뛰지도 않는 팀을 숭배하는 삶 이상의 삶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명심해야 할것이 뭐냐면 그 때쯤 해서 샐러리 캡이 폐지되었어요. 이제 돈도 많이 받으니, 당연히 더 잘해야죠."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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