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감회어린 곳

하이버리에서 마지막 경기가 다가올 수록, 2005-06 시즌은 전환기라는 점이 확실해져만 갔다. 브라이언 도스가 설명했다. "아르센 벵거가 감독을 맡은 이후만 서포팅을 했다면 최악의 시즌일 거요. 하지만 나처럼 50년간 아스날을 봐온 사람이라면, 이해할만한 시즌입니다. 지난 십년간 우리 팬들은 너무 응석받이였어요.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시즌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일이 다 이런 걸요."

  시즌이 시작하기 전, 아르센 벵거는 아스날이 타이틀을 따낼 수 있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하지만 비에이라가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 그를 대체하는데 실패했고, 아스날의 중원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첼시는 놀라운 구매력 때문에 벵거가 여름에 스쿼드를 보강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뭉쳐 이 역사적인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들어올리려는 벵거의 꿈을 박살냈다. 지난 몇 년간 막강했던 홈경기에서도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첼시전의 시작은 좋았지만, 반 페르시의 골이 무효 처리되고, 앙리가 포스트를 맞추면서 2-0으로 패배했다. 그리 인상깊지도 않은 경기력으로 후반전에 첼시는 아스날을 쉽게 제압했고, 아스날 팬들의 '러시아 돈은 엉덩이에 쑤셔박아라'라는 공격적인 응원가마저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처량하게 들렸다. 최근 들어 더욱 격렬해진 매년 열리는 맨유와의 '파이트 클럽'도 맥빠지게 0-0으로 끝났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말했다. "맨유전은 선수들끼리의 충돌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저와 로이 킨이 둘 다 사라졌으니, 잠잠해지겠죠."

  빛나는 순간도 있었도. 2006년 1월 아스날은 미들스브로를 7-0으로 대파하며 9개월 전 에버튼을 상대로 세운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날의 최다득점 기록과 동률을 이루었다. 에버튼을 무찌르는 와중 관중들은 베르캄프에게 '일 년 더'를 외쳤는데, 보로전에는 앙리에게 비슷한 말을 외치고 있었다. 두 경기에서 모두 뛴 현 아스날 선수가 말했다. "관중들은 에버튼 전에 무척 감정적이었습니다. 베르캄프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는 그날 정말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5골에 관여를 했고, 한 골은 직접 넣었죠. 미들스브로전도 똑같았어요. 관중들은 앙리가 떠날까봐 무척 걱정이었고, 그 경기에서 그는 쇼를 펼쳐보였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남는다면 클럽의 모두가 기뻐할 것입니다. 2005-06 시즌에 하이버리에서 한 경기는 대체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첼시에 도전할만한 위치가 아니었기에 빛이 바랬죠."

  하이버리를 떠나는데 대한 소감이 어떠냐고 아스날 선수들에게 물으면 대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다. 새 구장에 관심이 더 가있는 것이다. 위의 선수가 밝혔다. "리그에서 잘 하지 못했고, 아스날 팬들은 마지막 시즌에 정말 잘 하기를 원했기에 시즌 내내 어려운 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서는 새 경기장에서 뛰고 싶고, 구단이 그곳에서는 좋은 시절을 보낼 거란 기대감에 부풀죠. 이상한 시즌이었습니다."

  티에리 앙리는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자 조나단 윌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이버리를)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답하기 힘들어요. 처음에 감독님하고 같이 둘러볼 때부터, 경기를 기다리며 관중들을 쳐다봤을 때부터, 모든게 좋았어요. 제가 어느날 아침에 일찍 와서, 팀원들하고 같이 아무도 없는 경기장을 바라볼 때도요. 모르겠어요, 그냥 킥오프까지 그 과정이, 그 모든 것이 참. 아스날에서 6년이나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해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요. 안필드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역사가 느껴지죠. 맨유 경기장이 더 큰 건 압니다만, 이게 경기장 크기 문제는 아니거든요. 사우스햄튼 팬들은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이 더 크다고 해도, 여전히 더 델에 머물고 싶어할 거에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하이버리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 비교할 대상이 없네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도 뛰어봤지만, 제게는 여전히 하이버리만 있을 거에요. 여기서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나는 거죠.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하이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이버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겠죠. 93년이나 됐다고 하죠? 그래서 영원히 그리울 거에요." 패트릭 비에이라도 동의했다. "하이버리만의 특징, 전통, 역사가 느껴지잖아요…. 아스날을 떠나기 전쯤에는, 갓 도착했을 때만큼 하이버리의 아우라를 느꼈죠. 끔찍하도록 슬픈 날이 될 겁니다."

  선수들이 감정을 추스리는 동안, 아스날 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아스날 팬 이안 롭쇼(Ian Robshaw)가 설명했다. "아스날이 해줘야 할 만큼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약간의 현실 점검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올해 잘했더라면, 제 마음 속에서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거에요. '이사갈 필요가 없겠네. 여기서도 잘만 하는걸.' 하지만 이제 클럽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가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어요. 최근에 사정이 안 좋아졌으니까요. 게다가 좋든 싫든간에, 현대축구에서는 돈이 중요하지요. 팀에 수익이 더 필요해요. 저는 시즌 초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와인색 유니폼은 안 되요. 빨간색과 흰색이 우리의 색이죠. 이래가지곤 '레즈, 힘 좀 내 보라고!'라고도 못하잖아요. 지난 몇 달 간 최선을 다해서 모든 순간을 추억하려 했지요. 하이버리가 아름다운 햇살 아래에서는 어떤지, 야간 경기에서는 어떤지, 그리고 빛의 방향이 변하는 가을날에는 어떤지 다 기억해두려고 했지요. 또 경기장 안에서 밖을 보면 보이는 나무들과 근처 주택가를 보면서, 하이버리는 정말 예스럽고, 아담하고, 독창적인 곳이라고 느끼게 되요. 하지만 제가 앉은 노스 뱅크에서는 크레인과 길 건너편의 매혹적인 미래도 같이 보였지요. 저는 우리를 아스날이게 해주는 것들을 잃게 될까봐 무섭습니다. 아담한 경기장, 피치, 그리고 하이버리는 무엇보다 대충 뻗은 원형이 아니잖아요. 아스날에 수백만 파운드짜리 스폰서와 최첨단 경기장이 어울리는 것일까요? 우리의 영혼이 사라질까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이버리는 처음부터 아스날의 집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클럽의 미래가 훨씬 중요한 법이지요."

  패트릭 비에이라가 덧붙였다. "클럽을 위해서라면, 그 영혼과 심장이 하이버리를 떠나야 합니다. 클럽이 살아남으려면 새 구장으로 가야합니다. 수용인원만 놓고 보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아스날에게 더 큰 무대가 될 것입니다, 수용인원만 놓고 보면요. 하이버리에서 나간다고 해서 클럽이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하이버리의 낡고 특이한 점을 사랑했죠. 과연 새롭고 반짝이는 것을 사랑할 수도 있을까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죠."

  과연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또 이것이 아르센 벵거의 이적 자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축구 컨설턴드 알렉스 핀이 설명했다. "축구 클럽의 수익원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경기일 수입이 있죠. 입장료, 시즌 티켓, 우량 고객 우대, 프로그램, 그리고 식품 판매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두번째로, 상업적 수입이 있는데요, 여기에는 광고, 관련 상품 판매, 스폰서쉽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로 방송사에게 받는 대중 매체의 돈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스날은 저 중 한 가지만을 증진시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에 말했다시피, 80년대에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클락 엔드를 개발했거나, 노스 뱅크의 층수를 늘렸더라면 지난 몇 년간 수입이 더 많은 수입을 올렸을 것입니다. 즉 새 경기장을 짓기 위해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죠. 아스날이 애쉬버튼 그루브로 이전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적시장에서 아르센 벵거의 선택권에도 제약이 많았고, 결국 팀 성적의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안 롭쇼가 덧붙였다. "아스날이 애쉬버튼 그루브로 옮긴다고 했을 때, 그렇게 하면 경제적으로 다른 팀들보다 한참 앞서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첼시에 아브라모비치가 도래하고 맨유가 경기장을 72,000석으로 확장하면서, 그저 허세부리는 격이 되고 말았어요. 아무리 추가수익이 생긴다고 해도, 이적시장에서 첼시를 이길 재간은 없을 것이고, 새 경기장 때문에 빌린 돈이 얼마나 심하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아스날을 제약할지는 모르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역사와 전통입니다. 우리는 늘 빅 클럽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스날이 유럽의 강자가 되기를 바랍니다만, 하이버리를 떠난다는 것이 우리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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