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그리고 마지막

2006년 5월 7일 아침부터 하이버리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팬들은 오전 7시 반쯤부터 동네 식당에 몰려들었다. 93년만에 마침내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날에는 비가 많이 왔지만, 다행히도 하이버리의 마지막 날에는 날이 개었다. 앨런 에드워즈는 아침 8시 30분에 도착하여 근처 거리가 가득찬 것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경기장 밖에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이미 그때부터 붐비고 있었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수백만 명은 되었고, 스카이와 BBC와 라디오 방송국에서 팬들을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표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고 봉쇄를 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은 모두가 하이버리에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행상들이 프로그램을 한 가득 안고 그 인파를 헤집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느껴졌지요. 마침내 떠나는구나. 이제 정말 끝이구나."

  선수들의 주안점은 달랐다. 로베르 피레스가 회상했다. "할 일이 남아있었는데다가, 우리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위건전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만. 우리 중 누구도 마지막 경기 며칠 전부터 '그저 또다른 경기일 뿐이지'라고 말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죠. 그건 굉장히 무감각한 짓입니다. 사실 이 분위기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하이버리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했습니다. 마블 홀, 허버트 채프먼의 흉상, 그리고 역사의 향취. 위건전 당일이 되자, 선수들 출입구가 팬들로 붐비고 있었고, 아베넬 가에서부터 눈이 닿는데까지 팬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늘 결코 이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지요."

  두 시간 정도 근처를 거닐고, 느긋하게 요리한 아침을 먹고나서 앨런 에드워즈는 점심쯤 친구들과 합류하려 올드 트라이앵글로 향했다. 지역 술집들이 다 그랬듯이, 그곳도 팬들로 가득차있었다. 그 중 몇몇은 표를 구하지 못해 TV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이야기가 밝혀졌다.

  "그날 올드 트라이앵글의 분위기는 결코 못 잊을거에요. 모두가 오늘을 기념하기를 바라는 축제 같았지요. 그때 TV 화면에는 이상한 자막이 뜨고, 문자 메세지가 돌기 시작하는 거에요. 스퍼즈 팬들 한두명이 식중독으로 쓰러졌다더군요. 이상했어요. 그때 다들 흥분하기 시작했고, 스퍼즈 대 웨스트 햄 경기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벌써 음모론이 떠돌고 있었죠. 아스날 팬인 주방장이 음식에 뭘 탔다는둥 말이에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이버리로 향하는 중, 스퍼즈가 경기도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비야레알전 경기장에 난입했던 다람쥐가 스퍼즈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오래 뛰어봤다고 농담을 했지만, 이제 이 농담에 우리가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엇습니다. 경찰이 막은 곳 근처에서 30,000명이 서있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분들은 참 유감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떠나는 것이기도 하죠? 팬들이 큰 경기를 놓치지 않도록요. 저는 마지막으로 노스 뱅크에 줄을 섰는데 그저 목이 메더군요. 너무 벅차올랐어요."

  경기에 초대받은 전 아스날 선수들도 목이 멨다. 윌리 영이 회상했다. "하이버리에 안 온지 몇 년 됐거든. 하지만 여전하더라. 너무 슬펐어. 경기장은 옮기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언제나 하이버리의 특이한 것들이 거야. 경기장 안에서 밖의 나무도 보이고, 스탠드들 높이가 삐뚤빼뚤해서 햇살도 특이하게 특어왔지. 빅토리아 시대의 거리가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이스트 스탠드 앞까지 오기 전까지는 경기장에 온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 이상하게 구석진 곳하고 틈까지 포함해서 아름다운 곳이었어. 요즘 경기장들은 다 둥그렇게 생겨가지고 동네에서도 좀 떨어져있잖아. 너무 딱딱하달까. 하이버리는 결코 그렇지 않았거든. 주변에는 주택가가 있었지. 하지만 끝이 온거야. 하이버리에서 떠난다는 것이 우리가 경기날 하던, 축구를 더 즐겁게 해주던 일들까지 다 관두게 한다는 것일가. 나는 친구들한테 새 경기장은 공항 라운지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곤 했거든."

  오후 4시, 하이버리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 빨간색과 흰색 셔츠를 입은 팬들이 함성을 질렀고, 아스날은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로베르 피레스가 회상했다. "위건은 승격 첫 시즌을 잘 보낸 좋은 팀입니다. 그들의 팬들도 그날을 같이 즐겨주었고, 우리 구단 측에서 나누어준 파란색 셔츠를 입어주었습니다. 스퍼즈나 첼시 팬들이었으면 그렇게 잘 따라주었을까요? 제가 선취득점을 했는데, 하이버리의 마지막 날에 선수 생활 내내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었죠. 웨스트햄에서 경기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스퍼즈 선수들이 아팠다고는 들었는데, 그들이 결국 선제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우리는 2-1로 지고 있었습니다. 끔찍한 날이 될뻔했죠.

  그날 티에리 앙리의 대활약은 구 노스 뱅크가 문을 닫은 1991-92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 나온 이안 라이트의 해트트릭에 비견할만 하다. 차이라면 앙리의 골들은 상징적이기도 한 동시에 문자 그대로 값진 골이었다는 것이다. 앨런 에드워즈가 평했다. "티에리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해주었지만, 저는 그 위건전만으로도 그를 평생 사랑할 거에요. 한켠으로는 그날이 비참한 날이 되는 것을 막아주었기 때문이지만, 또 그가 계속 아스날 벤치와 관중 쪽을 쳐다보며 스퍼즈 경기 결과를 물어봤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이버리의 마지막 날이 그래서 좋아요. 오래전 우리가 이 곳에 발을 내렸을 때처럼, 우리와 토튼햄의 싸움이잖었잖아요. 그가 페널티를 성공시키고 잔디에 키스를 할 때, 아마 다들 그가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그냥 경기장에다가 작별인사 한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약간 제멋대로 각색해서 우리와 이별하는 극적인 순간으로 받아들이려구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거의 확정된 마지막 몇 분 동안은 정말 축구를 보는 이유 그 자체였어요. 하이버리는 완벽한 마지막을 맞았고, 성 토터링햄의 날은 마침내 돌아왔습니다. 소설로 써도 이렇게는 못할 거에요."

  공식 폐장 행사가 시작하자, 몇몇 팬들은 시즌 내내 그리워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나, 그저 제일 사랑하는 동네 술집에서 추억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거너스 펍에서는, 사람들이 토튼햄에 관련된 노래를 짓는데 열중했다.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한바퀴 돌고 있었고, 카메라 플래쉬가 수천번 터지는 가운데, 아스날 팬 아담 노그로브는 현실을 짚어보게 되었다. "베르캄프와 피레스를 보는 것은 분명히 마지막일테고, 콜과 캠벨도 떠날 것 같았는데다가, 앙리도 그래보였어요. 하이버리의 마지막일 뿐만 아니라, 2년 전 무패를 이루어냈던 팀도 같이 해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픈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스날 팬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정적이여야 하는 그 순간에서도 현실적이라는 것이죠. 애쉴리 콜이 앙리와 피레스와 같이 우리 옆을 지나갈 때,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거든요. 자기 자서전에다가 어떻게 하이버리의 마지막 날에 아스날에게 자란 선수를 그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며, 자신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고 하던데요. 엿이나 먹으라고 해요. 이미 늦었잖아요? 콜은 우리를 배신했어요. 다들 알고 있었구요. 그리고 토니 아담스는 대체 어딨는 겁니까? 요 몇 년간 우리를 위해 그렇게 많은 경기를 뛰었던 선수가 자리에 없다니요. 왔어야 했어요. 전 아스날 선수 퍼레이드는 좀 우스웠어요. 카터와 맥골드릭 따위가 라이트와 맥린톡 옆에서 같이 행진을 하고 있다니요, 그런 놈들은 진정한 아스날의 전설들과 옆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인데요." 앙리와 콜 옆에서, 로베르 피레스도 하이버리 피치에 앉아 마지막 순간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 셋은 각자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한 팀으로 넣었던 골과 환상적인 경기력을 회상하고 있었습니다. 기쁘고도 슬픈, 그런 강렬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안 라이트 바로 뒤에 서는 바람에 윌리 영에게는 약간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팬들이 나를 기억도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날 기억하는 팬들도 라이트가 앞에 서있는 바람에 내가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뭐 다들 보고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내 존재가 묻혀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여전히 활기 넘치는 행사였고, 참가하게 되어 기뻐." 로저 달트리가 직접 지은 'Highbury Highs'를 열창한 후, 서포터들에게 'My Generation'을 따라 부르게 하려 했지만 애를 먹었다. 아담 노그로브가 회상했다. "로저 달트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스날 팬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로저 달트리가 밴드를 데려온다고 했을 때, '더 후'를 데려온다는 말인줄 알았지 브래스 밴드인줄 알았나요. 우리에게 따라부르게 하려고 엄청 노력하더만, 솔직히 당혹스럽기만 했죠." 정확히 6시 29분 50초, 사회자 톰 와트가 아르센 벵거에게 마이크를 넘겨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6시 반 정각, 하이버리는 공식적으로 폐장하였다. 붉은색과 흰색 리본이 경기장에 내리덮었고, 폭죽은 저녁하늘을 수놓았다. 애쉬버튼 그루브에서의 아스날의 미래는 오직 시간만이 알 것이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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