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앤더스 림파가 말했다. "아스날 팬의 관점으로 보면, 1990-91 시즌 후반부야말로 조지 그레이엄 시대의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축구를 하고 있었고, 타이틀도 비교적 수월하게 따냈죠. 클럽 역사에서 그런 일이 드물었어요. 팀의 모든 요소가 딱딱 맞아떨어져가서 시즌 말의 몇몇 경기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즐겁게 경기했습니다." 하이버리에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거둔 5-0 승리가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 시점에서 아스날은 잉글랜드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더블을 두 번 거둘 수 있는 팀으로 보였다.

  아스날팬 조 셀비는 시즌이 막바지에 달할 수록 경기장 도처에서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점점 강렬해졌어요. 시즌 막바지에 불렀던 응원가들이 기억이 나요. 빌라 전에는 클락 엔드에 모여가지고 '리그 우승을 다시 한 번'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더블을 할 수 있다는 감이 강하게 들었어요. 제 아버지는 으레 찰리 조지나 밥 윌슨에 대해 길게 썰을 풀곤 했지만, 저는 1991년에 우리가 그 업적에 대등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빌라 전이야 사실상 위력 시위나 마찬가지죠. 30분 동안 폭격을 가했습니다. 골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기억 나요. 림파가 참 잘 했어요, 첫 골 때 캠벨을 맞추고 넣었죠. 당시 케빈 캠벨은 이 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하나였어요. 알란 스미스도 두 골을 멋지게 넣었구요. 자기 머리 위를 넘겨서 공을 뒤로 보내고 다시 뒤로 발리슛을 때려 스핀크스가 지키던 네트 윗그물을 흔들었어요. 그는 딱 보기 만하면 영리하고, 지능적이고, 민첩한 선수라는 것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그 골은 놀라운 시야와 기술까지 보여주었죠."

  "경기 끝나고 아베넬 가를 나돌아다녀 봐야 그 기분을 알아요. 모두들 '더블의 느낌이 난다'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 쯤 재발매된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That Lovin' Feeling'의 멜로디를 그냥 베꼈더만. 노래가 참 구린데도, 동시에 멋졌어요. 대부분 축구장 응원가들이 원래  다 그렇잖아요? 하이버리 반에서 다들 미쳐 날뛰었어요! 빌라를 5-0으로 대파했고, 리그에서는 순항하고 있는데다가 좀 있으면 스퍼즈 전이었습니다. 우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아스날 팬들이 종종 경기장에서 조용하다고 지청구를 듣긴 하지만, 1990-91 시즌 말 경기에선, 모든 경기가 저녁시간 경기 같았어요. 놀라웠습니다. 우리가 더블을 안 먹을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스퍼즈와 가자가 우리의 더블을 날렸고, 우리에게 그냥 틈만 생기면 '더블의 느낌이 안 난다'라는 노래로 되받아쳤어요. 하지만 4강전에서 탈락했다고 리그에서도 우리가 좌절했던 것은 아닙니다."

  앤더스 림파는 스퍼즈 전이 끝나고 웸블리의 라커룸에서 조지 그레이엄이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어요. '자네들이 날 실망시켰네.'라고 그러대요. 우리가 다시 분위기를 바꾸어 리그를 우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웸블리에서의 그 경기가 끝나고 한 동안 고생을 했어요.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서는 2-0으로 앞서가다, 2-2로 따라잡히면서 경기가 끝났습니다. 그래도 리버풀이 우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알아서 사라졌던 것이 다행입니다. 리버풀에서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한 이안 원이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가 리버풀 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 직전에 그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이제 우리가 사실상 우승을 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상했어요. 저는 이적한 첫 시즌에 우승하는 것이라서 너무 기뻤는데, 2년전에 안필드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팀메이트들은 오히려 너무 차분하게 가라앉더군요. 토니 아담스와 다른 선수들은 진짜 어느 때에나 사력을 다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경기장 분위기는 환상적이었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아스날 선수들이 샴페인을 먹고 경기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던데요. 뭐 경기 끝나고야 그럴 수 있겠지만, 조지 그레이엄이 그런 일을 허락할 거 같아요? '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라고 늘 하던 식으로 주문햇어요. 축하행사 때도 느즈러지는 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선수들은 멋진 경기를 치렀습니다."

  승점 삭감, 토니 아담스의 구형 등 여러 문제를 딛고 일어난 포병대는 맨유를 짖이겨놓았다. 알란 스미스는 3골을 때려넣으며 득점왕을 자리를 굳혔다. 그가 말했다. "모든 선수들이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었어요. 물론 89년 안필드하고는 많이 달라요, 하지만 시즌 말에 한 번이라도 정말 한 숨 놓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어요. 딕슨이 제게 페널티를 양보해서 해트트릭을 할 수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의 팀 스피릿이었어요. 91년의 팀은 정말 멋진 팀이었습니다." 아담스와 불드가 맹활약한 수비진은 휴즈와 로빈스를 제압했다. 축구협회가 우승 트로피를 그 다음주 토요일까지 리탐 세인트 아네스의 그들 사무실 캐비넛에 넣고 안 가져오는 바람에 이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1991년 5월의 그날 밤은 아스날이 굳이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않더라도, 2년 전 안필드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후 다시 한 번 이 땅의 최강자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코벤트리와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는, 사실 우승팀의 퍼레이드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는 부록이었다. 그래도 경기는 세계 도처에 흩어져있는 팬들을 끌어모았다. 1983년 핀스버리 파크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한 미키 제임스가 말했다. "아스날이 리그를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영국인 이주자들이 많은 보스턴의 펍으로 직행했습니다. 아스날 팬 두 명이 와 있었고 즐겁게 밤을 보냈어요. 저는 완전 떡이 되어가지고, 우리 셋은 치어스 바 쪽을 지나 집으로 오면서 '챔피언스, 챔피언스'를 목이 쉴새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알딸딸한 그 때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 다음주 토요일 아스날이 코벤트리를 상대하는 것은 기필코 봐야 했습니다.

  2년 정도 경기를 보지 못했어요. 하이버리에서 보로를 3-0으로 꺾은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 여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하니, 그녀도 이해해주더군요. 저는 전화기에 불이 나게 전화를 걸었어요. 상사에게 말해서 휴가를 잡고, 런던의 제 친구들에게 티켓도 예약해달라고 하고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잡아두라고 하고. 수요일 개트윅으로 가는 비행기는 정말 시간이 안 가대요. 제 친구가 도착하자 저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다음 2일 동안 술집과 카레 가게에서 보냈어요. 토요일 준비를 하면서요.

  그날 오후 하이버리는 관중들이 꽉 들어찼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노스 뱅크 쪽에 자릴 잡았고, 이 때가 제가 마지막으로 하이버리에 서게 된 날이 되었습니다. 코벤트리는 정말 축하 제물이더군요. TV에서 림파가 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그날 정말 멋졌어요. 해트트릭을 찍으며 그를 마킹하는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알란 스미스와 페리 그루브스도 골을 넣었습니다. 경기는 6-1로 끝났어요. 우리는 정말 멋지게 그들을 박살낸 거에요.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시즌 내내 외국에 나가있었다는 것이 화가 났어요. 하지만 토니 아담스가 제 앞에서 5 야드 떨어진 곳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만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사진 찍어달라니 포즈 잡아준 것두요. 사진이 아직도 집에 있어요. '91년의 품격'이라고 부른답니다. 적당한 이름이죠?

  그 시즌 내내 온갖 잡음에 시달려 오면서도 타이틀을 땄다는 것이 절 놀랍게 해요. 대부분의 팀은 압박을 못 이기고 무너졌을 거에요. 하지만 그 때 아스날은 그런 흔한 팀이 아니잖아요? 제 친구한테 부탁해서 모든 경기의 비디오가 다 있어요. 돈이 좀 많이 들긴 했는데 무슨 상관이랍니까?"

  <인디펜던트>의 기자 존 로버츠가 '역경의 극복자'라고 명명한 1991년의 아스날 팀은 그 시즌 리그에서 딱 한 번 졌을 뿐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나 있던 프레스턴의 '무패우승'을 제외하고는 이 업적에 견줄 만한 팀이 없었다. 이 기념비적인 업적은 다시는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림파가 지적한 바에 의하면 여기에 자랑스러운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저를 제외하고 우리 팀은 모두 영국 출신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만, 조지 그레이엄은 팀 전체를 유스 팀의 산물과 하부 리그에서 알짜 영입을 해서 만들었거든요. 이제 그런 식으로는 다신 우승을 할 순 없겠지만, 그 팀의 한 축이었다는 것은 언제나 자랑스러울 겁니다. 사실 그 어떤 팀도 시즌에 한 경기만 지는 것은 다신 못 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아스날 팀이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것이 기쁩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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