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80년대-"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

하이버리에서 조지 그레이엄의 젊은 팀이 1986-87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개막전을 맞기 직전, 그는 선수들에게 전통과 미래를 두루 포함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마 클럽 역사상 가장 효과적이었던 호소였을 것이다. 스튜어트 롭슨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라커룸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즌 첫 경기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면서요. 비장함이 흘렀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스트레칭을 하고, 어떤 선수들은 화장실에 갔고, 또 어떤 선수들은 매치 프로그램을 읽고 있었어요. 하지만 조지 그레이엄이 모이라고 하자, 우리는 모두 경청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역설했어요. "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 이 클럽은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었고, 너희들은 역사를 만들고 이 거인을 잠에서 깨울 사명을 부여받았다. 주변을 돌아보거라. (그 순간 그가 손을 쓱 벽과 대리석 조각들 쪽으로 흔들었어요.) 이곳이 그들이 해야 했던 것 이상으로 일을 해냈던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아스날이 부여한 사명 이상을 해낸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전설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너희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만약 너희들이 타이틀을 따낸다면, 너희들도 전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먼저 모두 한 팀으로 뛰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이다."

  치열한 시즌 내내, 그레이엄의 '위대한 클럽을 재건한다'라는 그의 이상과 함께 뻣뻣하게 다린 흰 셔츠와 말끔한 넥타이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스튜어트 롭슨은 그레이엄이 경기 전 연설에서 하이버리를 최소한 한 번 이상 언급했다고 기억한다. "이 경기장과, 채프먼, 제임스, 그리고 바스틴의 전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유산을 존중하되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그들이 한 일 만큼 하기를 갈망하라고 했지요. 그레이엄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 중 하나에서 뛰고 있다고 말했고, 수 많은 선숟르이 이 곳에서 뛸 수만 있다면 팔 한 짝도 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이버리를 가지고 우리를 북돋은 것이지요. 심지어는 피치 사이즈 까지요. 피치가 작기 때문에 원정팀 상대를 쥐어짜고, 방해하고, 공을 손쉽게 뺏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붙어서, 밀쳐버리고, 축구를 할 틈을 주지마.'라고 했어요. 맨유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미드필더들이 수비를 도와 맨유를 질식시키라고 했어요. 잘 먹혔죠. 보기에 예쁜 축구는 아니었지만, 일단 먹히긴 했습니다."

  아스날이 6년 동안 아무 것도 못할 때 팀의 핵심선수가 된 폴 데이비스가 회상했다. "조지가 오기 전에는, 클럽의 방향성이 없었습니다. 처음 두 주 동안, 그는 모두를 자극했어요. 선수들과 하나하나 개인면담을 했는데, 이게 정말 놀라웠지요. 그의 사무실 밖에서 의자에 앉아 약속을 기다리게 했어요.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 다 들리도록요. 새 감독이 도착하면, 선수들은 대개 찾아가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으려 하거든요. 조지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하이버리에서 사무실 앞에 있으면 절대 더 좋게 재계약 못 해주겠다고 소리 지리고, 폭언을 퍼붓고, 화를 내는게 다 들려요. 토니 우드콕이 재계약하려고 조지에게 말을 하려 했는데, 조지는 토니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클럽이 그렇게 돌아갔으니까요. 대부분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주로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야 했구요. 맨유전 때 피치에 서는 순간, 드디어 마침내 우리가 뭐든 따를 수 있는 전술이란게 생겼구나 싶었지요. 멋진 경기였어요. 경기 거의 끝까지 골이 안 터지다가 갑자기 찰리가 튀어나와 결승골을 집어넣었지요. 꼭 중요한 때 한 건 씩 해주더라구요. 관중들은 더블이라도 한 듯이 열광했구요. 그 후 몇 주 동안, 팬들이 선수들에게 흥분으로 가득차 손을 잡아주곤 했찌요. 마침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 거에요. 클럽에 있는 것이 즐겁고 흡족스러웠던 때였어요. 특히 이게 저의 클럽이기 때문에, 왜냐면 제가 여기서 유소년일 때부터 뛰었으니까 더욱 특별하지요. 마침내 우리가 궤도에 올라섰어요. 유나이티드를 이긴 그 날이 바로 현대 아스날의 탄생한 날이에요."

  득점자 찰리 니콜라스는 그레이엄 아래서 보여준 아스날의 새로운 정신에 기뻐했다. "그날 제 골로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모두들 제가 있건 없건 아스날 팀이 마침내 무언가 해낼 수 있다고 느꼈어요. 받아들여야 했지요. 저는 조지가 좋아할 만한 선수가 아니었어요. 저는 글래스고 더비 같은 경기들을 뛰었고 큰 경기를 좋아합니다. 제 토튼햄 전 기록을 보면 꽤 준수하지요. 저지는 열심히 뛰고, 다재다능한 선수를 원했어요. 그리고 훈련장에서 데이비드 로캐슬, 토니 아담스, 마이클 토마스 같은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위대한 팀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 절로 느껴지죠. 맨유전 승리는 조지 아래서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축소판 같은 거였어요. 1-0이라는 점수에서 딱 느껴지죠. 그리고 우리가 올슨이나 화이트사이드 같은 천재들을 묶어놓았다는 것이 조지를 기쁘게 했어요. 제가 농담삼아 늘 조지가 내가 결승골을 넣은 것 보다 골을 안 먹힌 것을 더 기뻐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틀린 말 같지는 않죠!"

  맨유전 이후 (토튼햄, 옥스포드 유나이티드 전에서의 0-0 무승부를 포함하여) 홈 경기는 마치 80년대의 암흑기를 닮아 보일 정도로 암울했다. 아스날 팬 케브 라이트가 회상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보고 있으니 그냥 후진만 죽어라고 하니. 조지의 처음 몇 주간은 그런 식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어. 맨유전 때는 다들 이거다, 이제 뭔가 된다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옥스포드 전 때는, 돈 하위나 테리 닐 시절 봤던 최악의 경기들을 본 것처럼 불만을 터트렸고. 변해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기가 찼지. 10월 말부터 11월 쯤 록키와 퀴니[각주:1]가 주전을 차지해서, 잠시 동안 리그 1위를 하고 마침내 광명이 찾아오나 싶을 때는 잠시 조용했지. 하지만 그냥 애들이더라고. 퀴니와 헤이스가 달려가는 걸 보고 잇으면 너무 깡마르고 멀대 같기만 해서. 그래가지고는 80년대 유니폼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것은 별로 좋지 않지. 하지만 그 선수들이 1군에서 주전을 차지하니까 젊은 팬들도 자연스레 하이버리로 돌아왔어. 다시 경기 볼만 해진거야.

  맨체스터 시티를 홈에서 3-0으로 이긴 적이 있었어. 관중 수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지. 한 때 20,000명에서 35,000명 까지. 관중들이 다시 자신감을 찾고, 용기를 되찾고 있었지. 그리고 노스뱅크에서 노래를 새로 부르더니 하이버리 전체로 퍼졌어. '아스날이 돌아왔다, 아스날이 돌아왔다!' 너무 중독성이 있는 노래라 후반전 내내 불렀지. 케니 샌섬이 스로인 하러 오는데 체셔 고양이처럼 웃고 있는거야. 팀도 이기고 있고, 우리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토니 아담스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두 손가락을 번쩍 들어보였고. 멋진 순간이었지. 솔직히 '앞으로 나가자'라든가 '너희를 모두 때려잡으마' 같은 80년대 응원가는 모두 역사 속에 파묻어도 되지만, 마침내 수 년동안 침체되어있다가 상향곡선을 긋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냐고. 당시 축구판 규모 때문에 그 노래들은 지금 보면 참 이상한 노래들 뿐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기분이 너무 좋았어. 아스날이 마침내 돌아왔으니까!"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나이얼 퀸(Niall Quinn)의 별명.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선더랜드에서 뛰었던 아일랜드의 축구 선수.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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