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60년대-규칙 따위 필요 없어

록 이전에도 하이버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폭력 사태가 있었지만, 1960년대에 들어 사태는 급작스레 악화된다. 경기장에서 최초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은 1964년 아스날과 리버풀의 경기라는 목격담이 많다.

  전직 경찰관 로버트 쿠퍼는 당시 하이버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경기장 밖부터 조짐이 보였어요. 원정 온 리버풀의 서포터들은 보통 아스날 팬들보다 훨씬 쾌활하고 외향적이었습니다. 아스날 역에서 떼를 지어 나가, 사람들을 밀치며 헤쳐나가 존재감을 과시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주의를 주면, 잠시 듣는 척을 해요. 그러다가 또 한 눈 팔고 있으면, 어느새 도로를 저만치 내려가 욕설을 퍼붓고 행차를 시작해요. 지역 주민들이 리버풀 팬들이 담장과 문을 파손하고, 때로는 창문까지 깨트린다며 항의를 많이 했어요. 주로 비틀즈 노래를 부르면서 그런다는 목격담이 많죠. 그리고 조만간 경기장까지 가서 그 위용을 보여주죠.

  아스날이 1964년 리버풀과 경기를 가졌을 때, 클락 엔드의 서포터 몇몇이 머리에 찰과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어요. 리버풀 팬들이 가장자리를 갈아 날카롭게 만든 동전을 던져댔지요. 다음 해, 아스날 팬들이 똑같이 화답을 했습니다. 어린 아스날 팬들이 응수를하고 물건을 던져대고 하는 일은 전에 없던 일입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지 자주 토론했습니다. 국민병역이 폐지되어 국민기강이 헤이해져서 생긴 일인가? 이 세대는 부모 세대처럼 전쟁을 겪지 못해서 생긴 일인가? 이런 문제가 대체 왜 일어나는지 종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도 물론 있겠다만, 실은 그저 젊은이들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근가기 전까지 60년대 저는 주로 골드호크 로드를 순찰했는데, 술집이나 클럽에 가면 '약쟁이'가 남쳐났습니다. 그 아이들은 퍼플 허트라고 불린 암페타민을 남용한 더 후 같은 밴드들을 따라했던 겁니다.  런던 전역에, 특히 그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노스 뱅크와 클락 엔드의 어린 아이들은 한 술 더 떴죠. 술을 마시고 약을 했습니다. 눈을 보면 알아요, 훨씬 공격적이 되었습니다. 에버튼 팬들이 더 후의 노래 'My Generation'에 맞춰 찰리 조지를 향해 노래를 불렀죠. '늙기 전에 뒈져야지.' 라고요. 어떻게 사람들이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점점 심해져만 갔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심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메이너 하우스 역에서 특히 안 좋았습니다. 아스날이 60년대 말 라이벌 팀을 상대하고 나면 꼭 그 곳이 전장이 되더군요. 아니면 핀스버리 파크 역 뒤쪽에서요. 무슨 일이 일어난다 싶어 헐레벌덕 뛰어가면, 이미 끝나있습니다. 경찰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보복을 끝낸 것입니다.

  아이들은 전에 하지 않던 짓을 하며 다양하게 선을 넘었습니다. 클럽의 정책에 따르면 이스트 스탠드에 어린 관중들을 싼 가격으로 들여보내주고, 만약 부모님이 노스 뱅크에 있어야 그 안으로 들여보내주었죠. 굳이 서류가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신뢰의 문제였죠. 그리하여 많은 아이들이 기대를 배신하고 '가짜 아빠'를 만들어냈습니다. '저기 있잖아요, 우리 아빠라니까요.' 그들이 소리를 치면 제대로 제지하여 확인하기 전에 문을 잽싸게 뚫고 지나가고, 그 일당들이 우리를 보고 깔깔대요. 한번은, 한 열 명 정도 무리들이 제 옆을 뚫고 지나가며 절 엎어트리더니 기어코 들어갔죠. 결국 구단에서 문을 잠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규칙을 어겼으니까요. 물론, 아스날 팬의 대부분은 멋진 사람들이었습니다만, 우리의 믿음을 악용하는 무리들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 한 때 휘청거리던 강팀 리즈 유나이티드가 돈 레비의 지휘 아래, 그리고 또 하나의 휘청거리던 강팀인 리버풀이 빌 생클리의 지휘아래 반격을 시작했다. 그 팀들은 스미스, 예이츠, 헌터, 브렘너 같은 '철인'들이 이끌고 있었고, 두 팀 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긴다'라는 모토를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조지 이스트햄이 회상했다. "리즈에 보비 콜린스라는 소악당이 있었어. 놀라운 놈이었는데, 심심하면 남의 다리를 걷어차곤 했지. 그리고 그가 은퇴했더니, 브렘너하고 자일즈가 대를 이은거야. 당시에, 내 말이 인용된 적이 있지. '그런 식으로 축구 할 것이라면, 그냥 타이틀을 건내줘야겠다.' 하여간 그런 비슷한 말이었어. 말인즉슨 리즈가 경기를 대하는 태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는 거야. 리즈는 한 골만 넣으면 그 다음부터 상대 선수들을 발로 차고 다녔거든. 리즈는 강팀이었어, 하지만 재능과 창조성을 폭력을 행사하느라 하느니라 희생하고 말았지. 언제부턴가 다른 팀 선수들도 리즈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는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똑같이 사람 차고 다니더군. 모두가 규칙 따위는 필요 없었어. 매번 잔디 바닥에 구르는 것이 60년대 축구였지. 축구가 점점 폭력적이 되어가고 있었어."

  축구 칼럼니스트들은 피치 안과 밖의 사건의 관계를 찾기를 꺼린다. 실은, 사회변화가 두 곳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1950년대 말까지 '십대'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았다. 그 때쯤 말론 브랜도나 제임스 딘의 영화가 전세계에서 상영되었다. <이유 없는 반항> 같은 영화였다. 당시의 많은 아스날 팬들은 영화의 영향과 피치 안의 폭력적인 축구 경기가 하이버리 안과 밖의 폭력적인 행동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테리 무어가 기억하는 바는 이렇다. "1960년대 중반에는, 어디 집단에 껴서 경기를 보느냐가 중요해지기 시작했어. 할러웨이 포시, 이슬링턴 에인절스, 그리고 핀치레이 보이스 같은 무리들이 있었지. 더 많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야. 그리고 실제로 그 무리 사이에 끼지 않더라도 끼어다닌 척을 하고 다녔어. 영화에서 보고 따라한 것이야. 내 생각에는 그래. 영화관에 가서 말론 브랜도의 무리들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몰려다니는 것을 보고, 제임스 딘의 친구들이 불법 자동차 경주를 하는 장면을 본단 말이야. 그리고 공연장에서는 밴드들이 악기를 부셔대고 있었지. 모두 문제가 되는 행동이지. 그리고 그 영화 속 인간들이 스스로를 뭐라고 하는지 봐. 우울하고, 불안하고, 거만하고, 공격적이고. 어린 나이에, 특히 그 시기에는 다들 그게 진리인줄만 알지.

  그러니까 어떤 광경이냐면, 만약에 조지 이스트햄이 보비 콜린스 같은 선수들에게 발로 차인다고 생각해봐. 욕설을 퍼붓고 공격적이 되지. 아스날 대 맨유 경기 같은 것 있잖아, 아스날 대 찰튼 경기보다는 훨씬 민감해지고 달아오르잖아, 그렇지? 사건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남성 호르몬이 풀풀 풍기지. 그리고 축구 자체가 싸움터가 되었어. 60년대에는, 팀들이 매주 서로 치고 박고 때렸지. 폭력이 점점 심해지더니, 스탠드까지 감염이 된거야. 그래서 많은 아스날 팬들에게 최고의 인기인은 피터 스토리였어. 상대를 어떻게든 작살을 내놓잖아. 적을 쫓아가서 우리 선수가 당한 만큼 반드시 보복을 하고 오지. 빌리 브렘너나 토미 스미스 같은 선수들의 독재를 막고 자유를 찾아오는 사내 같았지. 때때로 전쟁 같았어. 그것이 관중들을 더욱 흥분시켰고."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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