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70년대-교감하기

스날 선수였던 자 중 말콤 맥도날드(Malcolm Macdonald)만큼 똑부러지게 하이버리 관중들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맥도날드 만큼 클럽과, 특히 하이버리의 아름다움을 설파한 사람은 더욱 없다. 1976년 여름 333,333.33 파운드라는 놀랍지만 괴상한 이적료로 다리가 조금 휜데다가 자신감이 가득찬 스트라이커가 하이버리에 입성했다. 그는 금새 기이한 약속과, 탁월한 득점력 두 가지를 다 보여주었다. 그는 북런던 행을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선언하였다. "제 목표는 간단합니다. 한 시즌에 30골을 넣고, 아스날을 이 땅에서 제일 가는 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엄포를 늘어놓던 그 성격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최면 같은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힘이 났어요. 가끔 제 예언이 어긋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였죠. 하지만 동기부여는 꼭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마침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축구 클럽에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팬들, 동료들, 그리고 감독님까지 모두에게 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죠."

  하이버리에서 처음 몇 달동안 그의 활약은 들쑥날쑥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그를 마음에 들어해서 그가 공을 받을 때마다 "슈퍼맥, 슈퍼스타, 지금까지 몇 골 넣었나요?"라고 노래를 불렀다. 허나 맥도날드는 스스로와 팀의 활약이 불만스러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는 어느정도 "테리 닐의 회전문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팻 하워드(Pat Howard)라고 저처럼 뉴캐슬에서 온 선수가 있었어요. 아스날에서 아홉 경기를 뛰고 방출당했지요.[각주:1] 닐은 그가 적응하지 못했다고 봤나봐요. 팀 전체를 대하는 태도가 그랬어요. 모두 자신의 자리가 어찌 될지 몰라 불안해 했습니다. 정말 잘하는 선수들도 그의 전술에 맞출 수가 없었어요. 앨런 볼이나 앨런 허드슨 같은 선수들이요."

  12월 4일 맥도날드의 친정팀인 뉴캐슬을 맞이했을 때, 아스날은 중위권에서 분투 중이었고, 시즌 초반의 낙관론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맥도날드는 15경기에서 겨우 6골을 넣었다.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하이버리 서포터들에 대한 모욕이잖아요. 제 친정팀이 왔을 때, 전 이제야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뉴캐슬의 새 감독이 되었던 고든 리(Gordon Lee)[각주:2]와 맞지 않아서 팀을 나온 것이었 거든요. 그가 제게 원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어요. 제 역할은 간단하게 골을 넣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또 그 때 그 사람이 언론에 대고 '저라면 맥도날드를 영입하는데 그런 돈을 쓰지 않지요. 그럴 가치가 없는 선수입니다.'라고 말한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오후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어요. 문제는 피치 상태였습니다. 1976년 여름에는 가뭄이 있었고, 이제는 한파가 닥쳐 피치가 몹쓸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조지 암스트롱은 전혀 신경쓰지 않더라구요!"

  암스트롱이 회상했다. "말콤은 골을 넣지 못하면 금새 부르퉁해졌어요. 아스날에서 처음에 썩 좋은 모습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사실 운이 없었지요. 일이 잘 안 풀렸어요. 하지만 뉴캐슬 전에서, 말콤의 완전 물 만난 고기였습니다. 동료들, 아스날 팬들이 모두 그가 어떤 선수인지 똑똑히 보게 되었죠." 말콤은 앨런 볼의 프리킥으로 올라온 공을 머리로 받아 뉴캐슬 키퍼 마호니(Mahoney)가 지킨 네트의 구석으로 꽂아넣어 첫 골을 기록하였다. (말콤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멋진 골이었어요. 정말 꿈에 그리던 패스가 올라와, 머릿속에 그리던대로 집어넣었으니까요.") 후반전이 반쯤 흘렀을 때, 프랭크 스테이플턴이 잘못 찬 공을 받아 두번째 골을 넣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살짝 공을 툭 차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썩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의 '슈퍼맥'이라는 별명을 잘 나타내는 것은 골이 아닌 골세레모니었다. 그는 세 골을 만들어준 팀메이트에게 감사하기 보다는 노스 뱅크와 클락 엔드의 관중들 쪽으로 달려갔다.

  맥도날드가 하이버리 관중들에 대한 일편단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이버리가 저를 위한 장소로 변할 만한 골을 넣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 골들이 저를 관중들과 이어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골은 정말 강력한 것이에요. 사람들의 사랑을 얻게 해주지요. 내가 골을 넣었으니 사람들이 주말을 행복하게 보낼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피치의 다른 모든 것들은 하등 상관 없었습니다. 아스날 팬들은 뉴캐슬 팬들하고는 달랐어요. 목소리는 더 작지만, 선수들에 대해 더 신중하고 자세히 알고 있지요. 뉴캐슬 전은 어제처럼 선해요, 그리고 관중들이 보기에도 마침내 제가 각인되었겠지요. 골이 밤하늘의 별이라면, 해트트릭은 유성우지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요. 해트트릭을 하고나면 완전 신천지라니까요."

  하지만 맥도날드의 저런 접근법은 그의 팀원들과 반목하게 하였다. 조지 암스트롱은 저런 생각에 대해 말을 흐렸다. "말콤은 골 중독자였습니다. 제 몫을 못하면 성질이 뻗치는 사람이었지요. 뉴캐슬전이 있던 그 시즌에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붙었어요. 말콤이 멋진 골을 넣었고, 당시에는 매우 어린 선수였던 프랭크 스테이플턴이 알렉스 스테프니(Alex Stepney) 옆으로 공을 굴려넣었죠. 그런데 라인을 넘는 바로 그 순간에, 말콤이 몸을 던지며 발을 가져다댔어요.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그 직후 그가 프랭크에게 '내가 넣은 골이야'라고 말을 했지요. 테이프를 아무리 돌려봐도 프랭크의 골이 확실한데요. 하지만 말콤은 그저 골을 더 넣고 싶어했어요. 또 그때 쯤 그가 프랭크가 온갖 잡일을 다 해준다는 의미에서 '내 강아지'라고 불렀을 거에요. 하나 알아 두세요, 우리가 말콤을 보고 너무 이러쿵저러쿵 한 것은 아니에요. 승리수당을 수 번이나 챙겨주었으니까요!"

  팀메이트들이 말콤의 엄청난 자신감에 혀를 내두를 무렵, 그 본인은 하이버리의 장관에 압도되어 있었다. "마블 홀로 들어가면 채프먼의 흉상이 서 있죠. 그러면 그 역사와 품격에 압도당하고 말아요. 뉴캐슬은 훌륭한 클럽이지만,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낡은 드레싱 룸은 겨울에는 악몽 같이 추웠습니다. 하이버리는 온돌식 난방이 있고, 경기 전에 목욕도 따듯하게 할 수 있었지요. 뉴캐슬의 드레싱 룸 창문은 큰 틈이 있어 한기가 방 안을 휩쓸고, 낡은 전기 난로로 몸을 녹여야 했죠. 게다가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또 얼마나 위험하답니까? 경기장이 클럽의 성격까지 반영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죠. 그리고 하이버리가 딱 아스날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었구요."

  맥도날드는 그의 첫해 목표를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다. 29골이었다. 두번째 시즌에는 25골을 넣었다. 하지만 인대 부상이 그의 전진을 막고 있었고, 결국 1979년 5월 은퇴하고 만다.[각주:3] 그 추억들은 선명히 남아있다. "하이버리는 아름답고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제게 은퇴를 권하던 그 때, 저는 마블 홀을 걸어나오며 세인트 토마스 로드로 내려가는 길을 굽어보았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영광은 이제 끝이었고 세상에는 저 홀로 남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좇겨나 속세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죠. 그 시절 저는 하이버리와 하나였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맥도날드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는 리그에서 16경기, 총 20경기를 뛰었다. [본문으로]
  2. 포트 베일의 감독으로 유명하였다. 그는 뉴캐슬에서 2시즌 팀을 지휘하였다. 이후 에버튼의 감독으로 취임한다. [본문으로]
  3. 당시 그는 29살이었다. 그는 아스날에서 은퇴한 이후 스웨덴의 쥬르고당 IF에서 2개월여를 뛰었으나, 결국 포기하고 다시 은퇴하고 만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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