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80년대-아스날 액션 그룹

역대 최악의 하이버리 경기를 모아놓고 즐기는 기질이 있는 마조히스트라면 80년대 초야말로 진정한 보고라 할만하다. <피버 피치>의 저자 닉 혼비를 포함한 여러 하이버리 붙박이들은 17,000명 앞에서 선보인 버밍엄과의 0-0 무승부야말로 가장 끔찍한 경기라고 주장한다. 찰리 니콜라스는 코벤트리에게 0-1로 패한 경기가 '마음이 무너지는 절망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982년 11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게 5-2로 처참하게 무너진 경기가 있다. 아스날 팬들은 러시아 선수들이 공을 받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고, 스파르타크가 아스날의 수비진을 갈라들어올 때마다 환호성을 보냈다.

  하지만 이 시기의 분위기를 단 한 경기로 말해야 한다면, 그리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는 경기라면 단연 1983년 10월 월설과의 밀크 컵 경기였다. 50년 전, 채프먼의 포병대는 같은 팀에게 졌고, 그 경기에서 아스날 선수 5명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이 밀크 컵 경기 때문에 몇 명의 목이 날라갔다.

  스튜어트 롭슨이 아스날의 선취골을 뽑아내자마자 포병대는 급작스래 당황하기 시작했다. 월설이 후반전에 몰아쳤고, 61분에 마크 리스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6분 남았을 때, 크리스 와이트가 잘못 찬 것을 앨리 브라운이 받아 결승골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야유가 경기장을 뒤엎었고, 아베넬 로드에 3,000여명의 팬이 모여 피를 찾아 해맸다. 그들의 항의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잡혀 기록으로 남겨졌다. 스튜어트 롭슨이 회상했다. "하이버리의 라커룸은 아베넬 가를 마주보는 쪽에 있었어요. 진짜 라커룸 안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밖에서 팬들이 '테리 닐을 해임하라, 테리 닐을 해임하라'라고 하는 것이 다 들렸지요. 테리가 못 들은 척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그가 남아 있을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하게 보이는 이상한 상황이었어요." 닐은 사태를 속시원히 파악할 수 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번 라운드에서 스퍼즈를 이긴 팀이 어떻게 그 다음 경기에서 머리 없는 닭처럼 뛸 수 있는지 나는 영원히 모를 것이오." 그는 패배에 대해 '수치스러운 밤'과 '모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2주일만에 2번이나 분위기가 극적으로 변했다. 하이버리에서 웨스트 브롬에게 1-0으로 한 번 더 진 후에, 아스날 액션 그룹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아스날 팬 스튜어트 마니가 말했다. "1960년대 이후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 그 때, 순전히 빌리 라이트가 물러나는 꼴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가는 사람들이 었었어. 입구 앞에 서가지고 고개 돌리고 집에 가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었거든. 경기에 안 나오면 이사진이 라이트를 내보낼 것이라고 믿은 것이지. 그 사람들은 성공했지. 아스날 액션 그룹의 전략은 달랐어. 훨씬 전략적으로 요구를 했지. 클럽 내부의 중요인사와 연줄도 닿아 있었으니까."

  그 '중요인사' 중 한 명은 새로운 이사 데이비드 데인이었다. 그는 이미 하이버리 홈 경기할 때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아스날 액션 그룹이 얼마나 데인에게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직까지 수수께끼이지만, 대변인인 앨런 에스파르자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축구계는 눈에 확 띄는 산업이었기에, 어떤 팬이 만든 단체든 눈에 띄게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80년대 축구는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린 당시에도 꽤 유명했고, 그 발자취를 뚜렷히 남겼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테리 닐의 감독직 수행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체를 설립하였습니다. 1971년에 더블을 달성한 이후, FA컵 하나만을 차지하곤 최소한 리그에서는 평범한 팀이었지요. 이 팀은 아스날이고 따라서 당연히 불만족스러웠습니다. 변화할 시점이 된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 로더햄 경기장에서 지고난 이후 경기장 밖에서 그에게 항의를 한 일이 기억납니다. 그러더니 그가 '하지만 난 내 가족을 두 주나 보지 못했고, 우리는 지금 반 더 커크호프 형제를 데려오려고 노력중이오." 관심 없었습니다. 돈 받고 일하는 그가 처리할 일이지요. 제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1983에 우리들 몇 명이 길레스피 로드에 있는 카페에서 아스날 액션 그룹을 만들고 술집이나 역, 그리고 경기장 주변에서 푯말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감독해고를 위한 서명운동을 했지요. 악감정이 많아서인지 25,000명의 사인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분명 대표자였습니다. 어쨌거나 힐우드와 만날 약속을 잡으려 했고, 결국 켄 프라이어와 만났습니다. 그는 '우리 경기장의 새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보여드리죠.'라면서 말을 돌리더군요. 우리가 원하는게 그것인 것처럼요! 또 우리는 데이비드 데인을 여러번 만났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청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우리가 해야 할 말을 들었지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오해가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청원을 같이 했긴 했지만, 월설과 웨스트 브롬 전이 끝나고 하이버리 밖에 모인 사람들은 4연패 때문에 급작스레 모인 사람들입니다. 아스날 액션 그룹이 모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당시의 분위기가 그러했습니다. 니콜라스와 우드콕 같은 선수들 가지고는 결코 업적을 이루거나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졌죠. 그저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테리 닐이 월설 전에 끝나고 라디오에 나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한두 명 소리를 지르긴 하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4,000명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옳죠, 증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떠들긴. 전 데인, 프라이어, 힐우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그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우리가 대체 저 위에서 무슨 대화를 했다고 생각합니까? 카드 치고 놀고 있던 것이 아닙니다.' 물론 닐은 곧 해임되었죠. 우리가 그 과정에서 어느정도 압박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닐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가 해임될 무렵 데인이 단체의 회원들과 같이 몇 번 만났다고 한고, 닐이 떠난 이후 데인이 공개 회의에 참석한 것은 잘 알려져있다. 에스프라자는 그 공개 회의가 닐의 목이 날아가기 전에 계획되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닐은 이사진들이 단체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스튜어트 롭슨이 회상했다. "선수들은 갇힌 세계에 사는 것과 다름없어서 사실 팀에 적응만 잘하고 있다면 그라운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가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테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에 선수들의 잘못은 별로 추궁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전 경기 스퍼즈 전에서 얼마나 잘했는지 생각해보면, 월설 전이야말로 정말 그에게 마지막이 된 셈이죠. 테리가 해고될 쯤, 맨체스터 시티에서 토미 카튼을 영입했습니다. 그가 언론에 '아스날 같이 안정적인 클럽에 정착하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말했어요. 시티에서는 좀 어수선한 위치였으니까요. 그때, 그가 합류한지 단 며칠 만에, 그를 고용한 감독이 짤린 셈이죠! 당시 우리 팀 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한 주 동안 반짝 잘 했다가, 바로 다음 주에 바닥을 보여주곤 했으니까요. 우리 모두에게 이상하고 불안정한 시기였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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