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막대기와 돌맹이

80년대 말,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긴장 관계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명백히 초기 단계였지만, 이 시기에 오늘날의 거친 관계의 바탕이 성립되었다. 버스비의 아이들 시대에 많이 생긴 런던에 살고 있는 맨유의 팬들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져있었긴 하다. 또한 소위 '남북 격차'라는 문제도 있었다.

  맨유 팬인 콜린 화이트가 말했다. "전좌석제 실시 이전에 맨유는 아스날 전만 되면 8,000명 이상의 팬을 몰고왔습니다. 스퍼즈나 첼시와의 런던 더비를 제외하고, 아스날과의 경기에 그렇게 많은 팬이 오는 팀은 또 없을 겁니다. 이미 편린들은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우리팀을 응원했고, 아스날 팬들은 당시 맨유가 더 강했으니 우리 선수 하나하나에 대한 노래를 불렀어요. 프랭크 스테이플턴이 늘 공격대상이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배신자 새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번은 밀크컵 경기에서 우리가 아스날을 박살낸 적이 있었고, 그 경기에서 프랭크가 득점했습니다. 아스날 팬들 앞에서 두 손가락을 들어보이더군요. 그가 말하려고 하던 것은 '2골을 넣었습니다'였는데, 마치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스날 팬들은 마이크 덕스버리보고는 '제발 마스크 좀 벗어라'라고 외쳤구요. 그가 잘 생긴 선수는 아니었지요. 그리고 화이트사이드는 어느 팀이든 다 싫어했어요. 거기다가 런던에 사는 맨유팬들도 엄청 많았기에 늘 폭발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1988년, 아스날이 더블을 한지 17년이 지났고, 맨유가 1부리그 우승을 한지 20년이 지난 때였다. 리버풀은 지난 15년간 리그를 지배했지만, 달글리시가 이끄는 팀은 슬슬 내리막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는 조지 그레이엄과 알렉스 퍼거슨이 각각 아스날과 맨유에 부임했기 때문이다. 둘다 스코틀랜드인이었고, 경기를 지는 것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잉글랜드 클럽들은 유럽 무대에 나갈 수 없었기에, 국내 경기가 특히 중요한 때였다.1988년 2월 아스날과 유나이티드과 FA컵 5라운드에서 붙었고, 아스날의 젊은 선수들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알맞은 때였다.

  그 경기는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55,000명이 경기장에 몰려들어와, 노스 뱅크 자리는 웃돈까지 내야했다. 데이브 카메론이 회상했다. "그 경기는 하이버리에서 붐비는 스탠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 2시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도 노스 뱅크에 들어가려고 발악을 했지. 30분이 지낫는데도 클락 엔드 쪽에 맨유팬이 없더라, 다만 들어가려고 발악은 하는데 경찰들이 막고 있더라구. 경기 시작 20분 전에 경찰들이 물러났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놀라운 광경이었어. 클락 엔드로 밀물처럼 쏟아 들어오더니 좋은 자리 찾아다니더라고. 10분만에 10000명은 들어온 것 같아. 요즘 경기장이 너무 조용하다고 불평이 많은데, 사실 그러려면 원정팬도 많아야 해. 1980년대 하이버리에서 봤던 최고의 경기 세 개가 있는데, 81년의 빌라전, 80년의 유베전, 그리고 이 경기에서 모두 원정 팬들이 큰 기여를 했지. 전좌석제 실시 이전의 하이버리가 그리워."

  조지 그레이엄이 선수단 전체에게 지시를 각인시켰고, 아스날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나왔다. 알란 스미스가 회상했다. "조지가 그랬어요. '공간을 절대 주지마. 될때마다 넘어트려버려.' 또 이제 다시 한 번 타이틀을 따낼 기회라고도 했지요. 몇 년 전에 리틀우즈 컵을 따냈으니 이제 FA컵을 추가해야되지 않겠냐면서요. 전반전에 맨유를 압도했어요. 제가 막 들어왔을 때, 아스날 팬들이 제 활약에 썩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날 맨유전 골이 그것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지요. 나이젤 윈터번이 멋진 크로스를 올려서 제가 크리스 터너의 머리 위로 살짝 넘겼습니다. 골망이 철렁이는데 아주 기분이 좋더라구요. 경기장 소리가 아주, 제가 하이버리에서 들어본 것 중 가장 컸어요. 그때 마이크 덕스버리가 자살골을 넣어서 우리를 좀 도와주었지요. 여기서 게임 끝났구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우리가 경험이 없다는 점이 후반전 우리를 곤란하게 했습니다. 맨유가 다시 치고 올라오게 냅둔 거에요. 브라이언 맥클레어가 추격골을 넣고, 맨유가 20분 동안 한 골을 따내려고 공세를 퍼부었어요. 페널티를 따냈고, 우리 선수들 몇몇은 화이트사이드가 페널티를 따낸 방식에 좀 불만이 많았지요. 미키 토마스 근처에서 다리를 감싸쥐고 넘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심판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중요한 경기에서 2-1로 앞서나가다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재경기를 할뻔하게 된것입니다. 페널티 키커인 맥클레어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대단했어요. 아스날 팬들은 소리를 지르고, 아스날 선수들은 화나서 욕설을 퍼붓고, 또 그 와중에 시간은 많이 흘러갔고, 그리고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은 선수도 하나 서있었지요. 그래서 주위에서 지지고 볶든, 맥클레어가 공을 차려고 디딤발을 땠을 때 자신감이 충만했을 거에요."

  데이브 카메론이 회상했다. "맥클레어의 실축은 하이버리에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에요. 왜 축구가 상호작용인지 잘 보여주기도 하구요. 킥을 차기 전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우리가 맥클레어를 비난할 시간이 충분했어요. '맥클레어 개새끼'라든가 '너 놓친다, 스코틀랜드 촌놈아' 이 두 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페널티 키커를 방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강한 휘파람이었죠.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로요. 소리가 점점 커졌고 맥클레어는 점점 신경이 곤두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가와서 공을 빵 찼어요.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 선수가 한 골 더 넣어서 3-1 만드는 것보다 좋았다니까요. 골키퍼 존 루키치가 기뻐하고, 맥클레어는 열받아 날뛰더라구요. 극장이 따로 없죠. 감정이 충돌해요. 그리고 심판이 경기종료를 알렸어요. 그 순간 아스날과 맨유의 관계가 영영 변한거에요."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ITV의 <빅 매치>를 통해 방영되었다. 영상에서는 나이젤 윈터번이 페널티를 놓치는 맥클레어를 '위로'하는 영상도 있었다. "네가 병신이라서 그래."라며. 해설가 브라이언 무어는 "맥클레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한 익명의 아스날 팬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젤은 결코 그 사건에 대해 이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든 선수가 다 잘 지낼 수는 없다고 말하며 넘겼을뿐이죠. 그 후 몇 년간, 선수들 간의 충돌이 꽤 많았지요. 로이 킨과 패트릭 비에이라, 마틴 키언과 뤼트 판 니스텔루이의 대결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진정 최초일 겁니다. 그 계보가 오늘날까지 이어내려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때 사건이 터졌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부터 슬슬 누가 더 높은 순위로 끝내느냐 이상으로 맞대결이 중요해지게 되는 때였으니까요. 이제 두 팀은 타이틀을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각 언론에서 경기를 띄어주면서, 두 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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