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정권교체

1990년 12월 2일, 아스날은 하이버리에서 리그 선두 리버풀을 맞게 되었다. 포병대에게 썩 좋은 한 주는 아니었다. 럼블로즈 컵에서 6-2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태파당하고, 10월에 올드 트래포트에서 저질렀던 난투극 때문에 승점 2점을 감점당해, 리그 선두 리버풀한테 승점 6포인트나 뒤져 있었다. '게임 오버'라고 써붙인 <선>의 헤드라인이 타블로이드의 반응을 일목요연하게 말해준다. 데이비드 오리어리는 미러 지에 "리버풀의 식탁에 타이틀을 갖다 바친 셈이다."라고 평했다. 아스날의 우승 경쟁은 끝이라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경기 시작 전, 조지 그레이엄의 연설은 패배주의라곤 전혀 섞여있지 않았다. 앤더스 림파(Anders Limpar)가 회상했다. "그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우리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 조지의 말은 정말 그의 연설 중 가장 멋졌어요. 리버풀 전때, 우리가 멋진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은 우리와 클럽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리버풀을 상대하고, 우리 모두 그들의 명성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 스스로에 대해서도 알고있지. 이미 리그를 우승했다고 생각할 거야. 우리가 나가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테고.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힘이 빠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일주일 내내 황색언론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맨유에게도. 이제 너희들이 나가서 리버풀을 두들길 때다.' 그리고 조지 그레이엄 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 힘이 솟았습니다. 우리가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팬들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환성을 질렀습니다. 경기장을 달구었습니다. 노래마저도 '요새 정신'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특히 선수들마저 따라부른 노래가 있었어요. '2포인트 따윈 개나 주라지.' 축구하기 너무 좋은 분위기였어요."

  이런 소음이 있든 없든, 아스날의 선수들은 리버풀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지하고 있었다. 알란 스미스가 회상했다. "90년대의 맨유처럼, 리버풀은 종종 경기장에 나오기도 전에 다 이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년간의 전성기 때문에 타팀들이 보기만 해도 겁에 질리는 것이죠. 우리가 그들과 경기할 때, 그들은 전년도 챔피언이었고 이안 러쉬와 존 반스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안필드에서 이길 때 보여주었듯이, 톱니바퀴의 이가 빠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그들을 잡으면, 꽤 재밌겠구나 싶었습니다. 또한 승점 감점이 불평등하다는 분노도 잇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레이엄 정신'이란 말은 사전에 없지만, 리버풀 전은 바로 그 '그레이엄 정신'의 강점을 보여준 경기로 여겨진다. 경기는 ITV의 빅 매치에서 생중계되었고, 리버풀의 패권이 영영 사그러들고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었다. 아스날 팬인 팀 켄워시가 회상했다. "그래요, 1990년은 참 오래 전이지만, 경기는 아직도 내 머릿 속에 생생해요. 우리 팀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대였습니다. 팬부터 선수까지 요새 정신을 가진 클럽이었구요. 당시 리버풀을 이기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어요. 그때 하이버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개 리버풀은 무적의 팀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자라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비행도 끝날 때가 된거지요. 하이버리에서 또 그런 권력이동이 느껴지는 경기를 본 적이 있나 싶네요. 2004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첼시한테 졌을 때가 그랫을까요. 하지만 뭐 다 그런 거죠."

  조지 그레이엄의 격려를 듣고, 아스날은 리버풀의 골문에 폭격을 가했다. 폴 머슨은 발리슛을 때렸고, 심판은 공은 배리 베니슨(Barry Venison)이 걷어내기 전에 골라인을 건넜다고 판정했다. 앤더스 림파가 회상했다. "완전 당황한 것이 느껴졌지요. 뭘 어떻게 하든 결국 방해받을 테니까요. 후반전 중반 쯤, 개리 길레스피가 림파를 넘어트려 아스날에게 PK가 주어졌고, 리 딕슨이 골로 연결시켰다. 다이빙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지만, 림파는 반박했다. "말도 안됩니다. 길레스피가 발로 절 걸어넘어트렸다구요. TV에서는 종종 얼마나 공격수가 빨리 달리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지요."

  그리고 멋진 피날레도 있었다. 아스날이 3번째 골을 넣기 위해 몰아치면서, 폴 머슨은 뒷굼치로 쇄도하는 앨런 스미스 앞에 공을 주었고, 그는 골키퍼 브루스 그로벨라르(Bruce Grobbelaar)가 막지 못하게 강한 슛을 때렸다. 스미스가 말했다. "그 시즌 제가 넣었던 골 중 최고였습니다. 팀플레이로 만들어진 골이고, 게다가 다른 이들도 말했다시피 리버풀을 그렇게 확실히 박살내는 것은 다른 팀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낸 것이죠. 축구선수들은 '만약에'라는 것을 덜 생각하는 편이지만, 굳이 만약에 리버풀이 그날 이겼다면, 타이틀을 향해 순항했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쯤에 9포인트를 앞서가고 있으면 결코 뒤집게 쉽지 않죠. 그리고 이제 승점차는 3점으로 좁혀졌습니다. 사실상 6점을 따낸 경기죠. 그 이후 그들은 초조해졌고, 이제 그들은 16년 동안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의 전성기 때 자란 저 같은 사람에게 이 일은 무척 놀랍습니다. 우리의 승리가 이제 그들이 어떤 분야든 상대할만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당시 아스날 선수들에게는 리버풀의 왕관을 벗겨낸데 대한 합당한 평가를 못받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앤더스 림파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그 시대 이전의 사건들은 잘 몰라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역사를 다시 써야 합니다. 알렉스 퍼거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버풀의 패권을 끝장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989년 리버풀을 박살낸 것도 아스날이었고, 다시 한 번 1991년에 우승한 것도 아스날이었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리즈도 맨유가 우승하기 이전인 1992년에 우승했어요. 이제 별로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리버풀이라는 철옹성을 무너트린건 바로 아스날입니다."

  림파의 동료였던 페리 그루브스는 1991년 초 아스날은, 마치 리버풀이 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1990년대를 지배할만한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돈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조지가 두 번이나 리그 우승을 한 팀을 어떻게 만들었냐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었지. 1991년부터는 사람이 달라졌어. 그냥 그가 한물 간 거였는지, 아니면 시대가 그런 방식을 용납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날 리버풀 전때는, 경기장을 나갈 때 나는 우리가 축구를 영원히 지배할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마치 채프먼의 팀이 3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