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컬트 히어로: 앤더스 림파

앤더스 림파가 아스날로 이적했을 때 그는 이미 스타플레이어에게 필요한 일관성과 현란한 기술이라는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헝가리계 스웨덴인인 림파는 동유럽식 감성과 북유럽식 이성을 동시에 지닌 선수였다.  일단 짚고 넘어갈 것 하나. 그는 1990년 10월 럼블로즈 컵에서 체스터를 상대로 뛰라는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일을 상대하는 스웨덴 국가대표팀으로 이동했다. 계약서에는 국가대표 경기가 있으면 아스날이 무조건 그를 보내줘야한다고 써있었다만, 림파는 그레이엄이 결코 기꺼이 따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앤더스, 굳이 가야겠나? 자네에게 주급을 주는 곳은 아스날이지 스웨덴이 아니라네." 그레이엄이 이렇게 말했다. 심지가 굳지 않은 선수라면 한 발자국 물러났겠지만, 림파는 강하게 권리를 주장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가 멍청한 행동을 했다고 했다. 확실히 이동 중에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는 모든 스칸디나비아 기자에게 생각없이 말을 한 행동은 결코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 스웨덴 언론에서는 하이버리에서의 내부갈등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 조지 그레이엄은 늘 선수들에게 호통을 쳤고, 미키 토마스는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제한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있었다고 한다.

  림파는 후에 사과하였고, 그의 발언이 오도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조지 그레이엄은 그를 계속 선발로 내세웠지만, 1990년 11월부터 림파는 자신이 조지의 마음 속에 뿌린 씨를 거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레이엄이 림파에게 지겹게 정기적으로 떠드는 말이 생겼다. "경기 중에 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같이. 늘어가는 교체 횟수만 봐도 알만 했다. 이후, 스퍼즈의 다비드 지놀라에게 비슷한 운명이 닥친다. 그 이후 세 시즌동안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고, 앤더스는 하이버리에서 그를 매일 괴롭히는 조지 그레이엄 때문에 앙몽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당시 림파는 1부 리그에서 가장 위력있는 공격 자원 중 하나였다. 알란 스미스가 회상했다. "앤더스는 팀에 기발함을 더해주는 선수였어요. 빠른 발과 뛰어난 결정력, 그리고 기본적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시야가 다른 선수였습니다. 시즌 처음 몇 달 동안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고, 저 개인적으로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해준 그에게 감사합니다." 그레이엄의 시각에서, 림파의 의외성과 천재적은 재능은 (경기를 이긴다게 해준다는 점에서) 최대 강점이었지만, 동시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킬레스 건이었다. 괴이한 상황이었고, 결국 그레이엄은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다. "앤더스와 나는 결코 주파수가 맞은 적이 없었다." 림파에 대한 비판이거나, 조지 스스로 천재 선수를 다룰 수 없다는 인정이 아니었을까?

  그 다음 시즌부터 림파의 영향력이 급속도록 줄어들었다. 그러나 리버풀 전 50야드 짜리 중거리 로빙 슛은 90년대 가장 놀라운 골로 꼽힌다. 림파가 스스로 설명했다. "이안 라이트에게 공을 줄려고 했는데 오프사이드 위치라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골대 쪽을 바라봤는데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골이 들어가는 광경은 너무 놀라웠습니다. 선수 생활에 딱 한 번 나올만한 골이죠. 아직도 좋은 추억입니다." 케빈 캠벨이 앤더스를 업어 들었고 스웨덴은 악수 하는 것처럼 두 손을 쥐었다. 아스날 팬인 그렉 힌즈는 노팅엄 포레스트 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만한 순간들이 있어요. 사실 아스날 팬들 대부분이, 그런 순간에 가까이에만 있었다면, 라이트와 앙리가 질주하는 순간을 거의 사진처럼 복기해낼 수 있을 거에요. 선수들하고 가까이 있어봐야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어요. 포레스트하고 저녁 경기를 하고 있는데, 림파가 한 순간에 로이 킨을 피해 왼쪽으로 뛰었다가 바로 스튜어트 피어스를 제치려 오른쪽으로 꺾었어요. 둘 다 헛발질을 하다가 서로에게 걸려 넘어졌습니다. 킨하고 피어스가 못하는 선수도 아니잖아요?  제가 축구에서 본 것 중 가장 멋진 장면이었어요."

  1993-94 시즌이 진행될수록 림파는 점점 주변인이 되었다. 10월에 맨체스터 시티와 0-0으로 비기자, 이스트 스탠드의 관중들은 "앤더스를 돌려달라"고 폭발했다. 시즌 티켓 소유자인 팀 예이츠가 말하였다. "조지 그레이엄은 얼굴이 빨게져서, 우리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계속 우리는 벤치에 앉아있던 앤더스의 이름을 불렀지만, 조지는 우리 쪽을 돌아보더니 손가락을 흔들더군요.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뺏는 교사 같았어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노래부른게 실은 림파의 관에다가 못질 하나 더한 셈이 되었죠. 우리가 림파의 이름을 부를수록 조지가 그를 뽑지 않을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조지는 정말 지나치게 고집이 쎘어요.

  그레이엄의 자서전 <영광과 슬픔>에서 림파는 귀찮은 존재로 묘사되어있다. 공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는 '승부사'였다가, 점점 실력과, 팀 동료들의 신임을 잃고, 경기장 안밖에서 열심히 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말이다. 에이미 로렌스의 책인 <자랑스러운 그 이름>에 따르면 그레이엄은 림파에게 거친 발언을 더 했다. 그레이엄에 따르면 림파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너무 즐기는 선수였다고 한다. 짧게 말해 10년 전 아스날에 더 어울리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찰리 니콜라스와 토니 우드콕 같은 선수들과 노래부르고 춤추는 것을 업 삼은 종류의 선수들처럼.

  림파의 팀메이트들은 그레이엄의 시점에서 본 이야기에 반박했다. 폴 데이비스는 림파의 허리 쪽에 쥐 모양의 문신이 있었는데, 그 아래에 이렇게 적혀있었다고 한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그게 팀에 헌신적인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겠지요." 그리고 사실, 1994년에 림파는 기피 대상이 되어버렸다. 알란 스미스는 조지 그레이엄이 평범한 선수들에게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데는 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아스날이 90년대 중반에 가진 최고의 재능인 머슨과 림파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뽑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여기에 폴 데이비스에 대한 냉대까지 합하여, 아스날은 조지 그레이엄 그 자신 때문에 부진에 늪에서 허우적댔다.

  1993-94시즌에 조지 그레이엄은 앤더스에게 선전포고를 하였다. 그는 조 러브조이에게 "림파는 열심히 뛰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앤더스는 외롭고 불행한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그가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에 대해 말했다. "1993-94시즌이 시작할때 쯤, 모든 괴상한 상황에 지쳐떨어져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조지 그레이엄에게 우리 같이 대화로 해결해보자가 편지까지썼어요. 2일 후 그가 편지를 들고 오더군요. 그러더니 '앤더스, 자네는 편지를 쓸 필요가 없네, 그냥 어느 때나 나하고 대화를 할 수 있어.'랍디다. 그런데 매번 만나러 가면 '나 지금 바쁘네, 가야 해.' 혹은 '내일 보게나.'라며 피했어요. 그리고 알다시피 그 내일은 영영 없었죠. 이상해요. 그 사람은 절르 완전 애 취급을 했어요. 대화하려고도 하지 않고요.

  제 마지막 시즌에  저는 겨우 9경기를 나왔어요. 카터와 맥골드릭이 저를 대체했는데, 그 친구들은 발이 참 빨랐습니다. 체력도 좋고, 그래서 윙이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에요, 달리기만 잘하지 진정한 윙어가 아니라구요. 아스날에서 제 마지막 두 경기가 모두 원정경기였는데, 그 두 경기에서 9골을 넣었어요. 이걸 가지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입스위치 전과 사우스햄튼 전에서 저는 정말 잘했다니까요. 이안 라이트에게 공을 잘 주었어요. 아스날 팬들이 경기 내내 제 이름을 불렀고, 그레이엄이 이 상황을 좋아하진 않았겠죠.

  그 두 경기 때 제 폼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서 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남고 싶다고요. '감독님에게 달렸습니다.'라고 말하니 그 사람이 '아니야, 앤더스. 자네에게 달린 거지.'라고 했어요. 대화의 맥이 끊겼습니다.

  결국 에버튼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의를 받았으니 떠나라고 하더군요. 여기까지입니다. 이게 제 아스날 커리어의 끝입니다. 그렇게 슬펐던 적은 없어요. 그냥 자리에 주저앉아서 제가 아스날 시절의 추억들과 함께 하고 싶은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 끝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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