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환상특급

그때까지 아스날 팬들은 아무 의견을 표출하지 않았지만, 1994년 10월 아스날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3-2로 지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아스날 팬인 콜린 윙그로브가 회상했다. "저는 이스트 스탠드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제 뒤에 잇던 남자들이 '그레이엄을 내보내라'라고 소리를 치는 것을 들었어요. 이스트 스탠드의 대다수는 가만히 있었지만, 그래도 꽤 숫자가 되었지요. 게다가 더 단적으로 그들을 제지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조지 그레이엄이 짤리기 몇 달 전이었지만, 이제 조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었죠. 게다가 뉴캐슬전 패배 이후 순위가 두자릿수로 밀려났으니까요. 그가 이끌던 예전의 아스날이랑 비교하면 결코 만족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경기장 밖의 일도 조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저번 시즌의 어느 평범한 훈련 일과가 끝나자, 덴마크의 TV 기자인  헨릭 마드센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물었다. "그레이엄 씨, 룬 하우게를 아십니까? 그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그레이엄은 경멸스럽게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근거가 없는 주장이군요." 그는 의혹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1994-95년 아스날은 리그에서 부진했고, 타블로이드에서는 '뒷돈', '뇌물', '상납' 같은 단어를 쏟아냈다. 조지 그레이엄이 노르웨이 출신의 수비스 폴 라이더슨을 285,000 파운드에 사오는 댓가로 140,000 파운드의 댓가를 받았다고 판명되었다. 알란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그레이엄의 동기부여 능력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고 한다. "1994-95 시즌에, 조지는 그가 해아할 말을 다 했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들을만큼 들었고, 조지 스스로도 이제 안 통할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전에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하이버리 피치로 나왔지만, 이젠 무덤덤했죠."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좋지 않은 징조가 보였다. 다시 한 번 표값이 크게 오르자 아스날의 부진과 겹쳐 그레이엄의 추종자들마저 현상황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콜린 윙로브가 말했다. "모든 것이 밝혀졌습니다. 문제 하나. 폴 머슨은 매우 상태가 안 좋았어요. 그는 시즌 첫 경기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0분 만에 다쳐서 나갔어요. 이안 라이트 혼자 열심히 뛰어야 했어요. 그가 지쳐버린 것도 알만하죠. 문제 둘. 일단 선수들의 수준 저하가 심각했어요. 맥골드릭, 힐리어, 옌센…이 세 명으로 끝나지도 않아요. 그해 겨울 유일하게 잘한 것이라곤 옌센이 QPR 전에서 골을 넣은 것 뿐이죠. 경기는 3-1로 졌구요. 우린 완전 망한 거에요. 조지는 여기서 우리를 꺼낼 능력도 잃었구요."

  그레이엄이 글렌 헬더, 크리스 키웜야, 존 하트슨을 합쳐 8백만 파운드에 사왔지만, 부정을 저지른 것이 밝혀져 1995년 2월 21일 결국 해고되고 만다. 그가 마지막으로 데려온 선수인 글렌 헬더는 그날의 이상한 풍경을 회상했다. "저녁에 있는 노팅엄전 준비 때문에 아침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몇몇 선수들이 조지가 해고되었대요. 선수들이 모두 조용해졌고, 훈련 준비도 그냥 이상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당황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을 데려온 감독이 해고되면 위기의식을 느끼거든요. 저는 아직 데뷔전도 못 치른 상황이었는데 말이에요. 포레스트전 때, 스튜어트 휴스턴이 감독 대신해서 말했어요. 그는 침착하게 조지가 했던 대로 경기를 치르자고 했지요. 경기장에 나가기 전에, 관중들의 반응이 두려웠어요. 아스날 팬들이 경기를 보이콧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야유를 받지 않을까? 하지만 늘 그랬듯이 관중들은 우리를 환대했어요. 사실 그날 밤은 더 열정적이었죠. 토니 아담스와 스티브 불드 같은 잉글랜드 선수들은 조지가 만들어버린 이 사태로부터 좀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대요. 토니 아담스는 자기 책에다가, 무서운 선생님이 사라진 교실에 비유했더군요. 모두들 한숨 놓을 수 잇었어요. 이상한 밤이었어요. 초현실적인 현실이었습니다. 드라마 <환상특급> 같았어요."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스탠 콜리모어와 브라이언 로이가 빠진 포레스트를 제압하였다. 크리스 키웜야는 그레이엄 해고 이후 처음으로 골을 넣은 선수가 되었다. 글렌 헬더가 회상했다. "크리스는 멋진 골을 넣었고, 저는 데뷔전에서 꽤 잘했습니다. 사실 이게 좀 문제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스날 팬들이 제게 엄청 큰 기대를 했다고 하더군요. 상황은 제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팬들은 저를 한 번 재롱 부리고 끝난 조랑말이라고 불렀구요. 분위기는 급히 식었습니다. 팬들은 제 머리스타일을 보고 "라이오넬 리치가 윙에 서 있네"라고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습니다만. 사람들은 '유일무이한 조지 그레이엄'이나 '조지 그레이엄의 레드 앤 화이트 아미'같은 노래도 불렀어요. 저는 여러 클럽을 전전했고, 팬들은 선수들은 변덕스럽다며 비난했지만, 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은 한 순간 칭찬했다가, 바로 잊어버립니다. 축구계의 상황은 늘 급변하고, 팬들의 눈에 클럽은 선수 열한 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권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그레이엄은 비참한 말로를 맞았지만, 어떤 식으로 보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는 법이죠."

  경기를 보러 온 아스날 팬들에게 상황은 더욱 이상했다. 그레이엄 해고 전에 인쇄된 매치 프로그램에 그의 경기 전 발언이 실려있었다. 그 중 한 줄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제가 떠난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입니다. 하이버리에 남아있던 조지의 흔적은 빠르게 사라져가싿. 아스날 박물관의 그의 목소리는 밥 윌슨의 목소리로 대체되었다. 아스날의 구단주인 힐우드는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허버트 채프먼의 흉상 옆에 자신의 흉상을 세우고 싶어했던 조지의 야망은 영영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콜린 윙로브는 포레스트 전을 뚜렷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날 아침에 그레이엄과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 "자동차 라디오로 해고 소식을 듣자마자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려고 차에서 내렸어요. 그때 조지 그레이엄이 딸과 같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걸어나오는 거에요. 저는 아스날 셔츠를 입고 있어가지고 그가 절 복 아차 싶어하는 표정이더군요. 부끄러워 보였어요, 그래서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전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고 지금까지 이룬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어요. 다시 그는 부끄러워하며 발거름을 빨리 옮기며 살졌어요. 그날 경기 전에 올드 트라이앵글 펍에 들렸어요. 초상집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다만 큰 짐을 내려놓은 분위기였어요. 너무 안 좋은 때였고,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 수록 더 힘들어질 것도 알았어요. 경기장 안에서도 그레이엄 노래를 조금 부르긴 했지만, 많이는 안 불렀어요.

  조지는 늘 아스날 팬들을 쿨하게 존중했습니다. 팬들끼리 서로 가지듯 상호간의 깊은 애정 같은 것이 아니라요. 우리는 점잖게 박수를 쳐주고, 그도 손을 흔들어주거나 고개를 살짝 까닥일 뿐이었죠. 그가 해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운 사람은 없었어요. 아스날 팬들은 그냥 받아들이고 클럽이 장기적인 미래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에요. 그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모두 그의 시간이 끝났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죠.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사라지면 클럽이 같이 붕괴할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두려움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선수들도 감독들도 왔다 가는 법이고, 조지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팬들은 영원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포레스트 전 내내, 아스날 벤치 쪽을 쳐다보며 그가 레인코트를 입고 서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전달하는 모습을 바랐습니다. 조지가 더 이상 우리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는 몇 주가 더 걸렸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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