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베르캄프 원더랜드

1995년 9월, 아스날 대 사우스햄튼, 적어도 언론들은 클럽이 새로 영입한 데니스 베르캄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인터 밀란에서 7백 5십만 파운드에 영입한 베르캄프는 일곱 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칼링컵 하틀풀(Hatlepool) 전에서도 득점에 실패하자, 더 선에서는 그를 '하틀풀'(Hartlefool)이라 명명했다. 다른 타블로이드에서는 그를 수년전 놀라운 이적료로 왔으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찰리 니콜라스와 비교하고 있었다. 끔찍한 그레이엄 시대 말을 지나와 이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에게는 아스날을 세계화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끌어올릴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플릿 스트리트의 사람들[각주:1]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캄프를 데려온 아스날의 전 감독 브루스 리오치가 회상했다. "데니스를 둘러싸고 난리가 났습니다. 홈 데뷔였던 미들스보로전 때부터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였죠. 그리고 막 잉글랜드 주장이 된 데이비드 플랫도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아스날이 전에도 슈퍼스타를 데려온 적은 있지만, 데니스는 그들과는 달랐어요. 그를 데려온 것은 저와 이사진의 일종의 제스쳐였습니다. 처음 몇 경기에서는 감각을 찾고 새 전술에 적응하느라 고전했습니다. 언론에서는 그가 잉글랜드의 속도에 적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지만 기사로 찍더군요. 그의 팀메이트들은 물론, 제 생각에 아스날 팬들도 그가 능력을 폭발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기술, 트래핑, 그리고 완벽한 균형감각까지, 없는 것이 없는 선수였거든요. 하지만 다들 일단 골을 보고 싶어했어요. 그가 하이버리에서 데뷔골을 넣어 기쁩니다."

  아스날이 베르캄프를 데려왔다는 소식이 퍼지자, 포병대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기자들이 붙여준 '지겨운 아스날' 꼬리표까지 포함해서. 스티브 모로우가 회상했다. "데니스와 데이비드를 영입하자 두가지가 변했습니다. 먼저 오랜 부진의 세월 동안 클럽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아왔는데요. 마침내 이사진이 타이틀을 따기 위한 재능이라면 돈을 쓴다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1990년대 중반에는 이미 어느정도 돈을 쓰지 않는다면 타이틀을 따기 힘들었어요. 두번째로 클럽이 프리미어리그 시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졌어요. 전에는 그저 이기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멋진 경기를 원하니까요.

  데니스는 우리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를 실제로 보면 클럽의 그 누구와도 달라 보였어요. 금발의 신이였다니까요. 베르캄프는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과는 다른 훈련을 했고, 다른 삶을 살았어요. 네덜란드 선수들은 보통 술 마시는 것을 안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어요. 저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지만, 90년대 중반의 우리팀은 완전 노동자 집단 같았잖아요.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구요. 열심히 뛰기만 하되 화려한 맛이라곤 전혀 없었습니다. 그게 조지의 아스날이었구요. 베르캄프가 오자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이후의 아스날 팀으로 변해가는 첫번째 징조였습니다."

  아스날 팬인 크리스 제임스가 회상했다. "믿기실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들 대부분은 베르캄프보다 데이비드 플랫의 영입이 더 기뻤어요. 아직 우리가 시야가 좁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죠. 하지만 미들스보로 전에서 그를 보자마자, 그가 공을 잡을 때면 사람들이 들뜨기 시작했어요. 그가 보로 전 이후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기대치가 느껴졌습니다. 시즌 시작할 때 관중들의 기를 살려주려면 영입이 최고이기는 합니다만, 제 세대 팬들은 찰리 니콜라스와 그 때의 기대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다만 그와 다르게 베르캄프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였습니다. 시즌 초에는 아스날이 조금 부진하긴 했다만, 모두 데니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지요. '잘할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지금은 모르겠어.'"

  사우스햄튼전 처음 30분 동안, 베르캄프의 활약은 시즌 초의 그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중거리슛 두 개를 날리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 세인츠의 수비수들을 몇 번 농락했따. 크리스 제임스가 말했다. "처음에는 데니스가 주변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그러자 30분 경, 네덜란드인 동료 글렌 헬더가 왼쪽에서 루즈 볼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사우스햄튼은 그날 따라 공간을 많이 주었는데, 저한때 딱 좋은 일이죠. 그래서 저는 공을 잡고, 데니스가 박스 외곽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그를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크로스를 꽤 잘 올려주었습니다. 먼저 공을 잡아서 슛을 할 줄 알았습니다. 거기서 골대 구석으로 발리슛을 찬다는 것은 힘들어 보였거든요. 하지만 베르캄프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쉽게 보이게 하는데 달인이죠. 그대로 반대쪽 구석으로 발리슛을 차넣었습니다. 사실 데니스가 딱히 부담을 느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모든 공격수들은 골을 넣고 싶어하고 그가 안도하는 것이 눈에보였습니다. 관중들은 환호를 질렀지만, 그는 이제 막 시동이 걸렸을 뿐입니다."

  토니 아담스가 선제골을 넣었었지만, 전반전 종료 직전에 세인츠는 두 골을 따라붙었고 점수는 2-2로 동점이 되었다. 글렌 헬더가 말했다. "하프 타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었습니다." 세인츠가 후반전에 몰아붙이자, 베르캄프가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는 켄 몬쿠의 왼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무게를 오른쪽으로 실어 막을 수 없는 30야드 중거리슛을 날렸다. 그의 팀메이트인 스티브 모로우는 감동에 젖어 그 광경을 보고잇었다. "하이버리에서 그보다 더 아름다운 골을 찾으려면 고생 좀 해야할 겁니다. 슈팅할 때 전 바로 뒤쪽에 있었는데, 너무 놀라웠어요. 그런 골이 결국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한 쪽으로 꺾으면서, 다시 반대쪽으로 가다가, 공을 살짝 휘어 슈팅을 날리는 거요. 아름다운 골이었습니다. 골대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포스트를 한 번 때리고 푹 꺾어들어가는 광경이 말입니다. 데니스는 말이 없는 친구였는데, 인터뷰에서는 그런 골이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여간 비슷한 말이었어요. 그가 골을 넣고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며 좋아한 것은, 그 골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아스날 이적 후 6주 동안 골이 없다가 마침내 하이버리에 족적을 남긴 것이다. 이안 라이트가 추가골을 넣었고 아스날은 4-2로 승리했다. 브루스 리오치가 회상했다. "데니스는 기뻐했고, 동료들도 그랬어요. 그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던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인 셈이죠. 그래도 그는 자신에게 늘 엄격했고, 하이버리를 정말 자기 집처럼 여기는데는 몇 주 더 걸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쯤에 관중들이 '베르캄프 원더랜드' 응원가를 불러주더군요. 관중들 몇몇은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베르캄프는 늘 하던대로 노스 뱅크 앞에서 가상의 공을 헤딩하는 워밍업을 했어요. 노래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습니다. 선수들은 응원가가 생기면 마침내 클럽에 들어왔구나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감히, 아스날에서 알렉스 제임스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선수는 바로 데니스 베르캄프라고 말하겠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한 때 플릿 스트리트에서는 영국 국영 언론부터 로이터 사의 지부까지 있었다. 그래서 플릿 스트리트는 영국 언론을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쓰인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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