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이웃에 방해가 되 않는 선에서(3)

1997년 초, 아스날 이사진이 하이버리의 수용인원을 45,000명으로 늘리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해 3월, 이사진은 공개적으로 클락 엔드를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하였고(이미 10년 전에 구조변경이 한 번 이루어졌다), 하이버리 힐의 주택들을 웨스트 스탠드를 새로 짓겠다고 하였다. 그러려면 하이버리 힐에 늘어서 있는 주택들의 토지 수용 명령을 받아와야 했다. 알렉스 핀이 회상했다. "벵거의 첫 더블 쯤이었습니다. 클럽이 하이버리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수용인원을 45,000명까지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막대한 경제력으로 마술을 부리고 있었으니까요. 아스날은 그럴 돈이 없었고, 맨유처럼 잉글랜드를 지배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핀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루머가 있었다. 1997-98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이안 라이트의 대체자로 패트릭 클루이베르트가 6백만 파운드에 아스날로 이적한다는 것이었다. 아스날은 영입을 포기하고, 결국 미숙한 크리스토퍼 레와 니콜라스 아넬카를 최전방에 세워두기로 한다. 다음 시즌 초 골부족에 시달린 포병대는 단 승점 일 점 차로 타이틀을 놓치게 된다.

  1997년 9월 주주총회의 화제는 단연 하이버리 재개발이었다. 아스날의 구단주 피터 힐우드는 경기장에 남는 것이 이사진이 '선호하는 선택'이라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불길한 징조가 보였다. 힐우드는 45,000 명으로 늘리는 것은 '최소한'이며 50,000명은 수용해야 재개발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새 웨스트 스탠드를 짓지 못하면 계획은 파기였다. 하이버리 힐의 주민들이 '아스날 스타디움 권고 모임'(ASAG)를 만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ASAG가 웨스트 스탠드에 대한 두가지 입장을 밝힌 미공개 문서를 입수했다. 이렇게 적혀있다. "…1913년 아스날이 경기장을 옮기기 전부터 있었던 빅토리아 양식의 거리 풍경은 지켜져야한다." 클로드 페리어가 설계한 웨스트 스탠드는 1930년대 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감히 잉글랜드에서 가장 우아한 건축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새 웨스트 스탠드가 그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ASAG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했다. "하이버리 힐의 주택들은 안전 문제가 아닌 이상 허물면 안된다. 경기장 수용인원확장을 위해 파괴할 수는 없다." 확실히, 구청에서는 '디자인과 도시 풍경에 대한 지침'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스탠드는 구석 부분을 채워서는 안된다…새 웨스트 스탠드와 사우스 스탠드는 현재 이스트 스탠드보다 높아서는 안된다."라며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아스날이 하이버리를 떠나야 한다는, 전에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불편한 진실이 되가고 있었다. 이사진의 스타디움 확장 계획은 이미 물건너 가버렸다.

  전 구너 편집장인 마이크 프랜시스는, 원 닐 다운의 토니 윌리스, 하이버리 하이의 토니 매든과 함께 데이비드 데인과 켄 프라이어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스날 팬들끼리 자문 그룹을 만들었다고 적혀있었다. 프랜시스의 말을 빌리면 '아스날 팬들이 스타디움 문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있지는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 세 명은 1998년 4월 8일 회의에 초대받았고, 그곳에는 프라이어와 아스날 언론 담당인 클레어 톰린슨이 있었다. 프랜시스는 그 회의에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켄 프라이어는 품위있는 자세로, 그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몇몇 질문에는 얼버무렸지만, 그 얼버무린 것들은 그 이후에도 한동안 확실해지지 않았던 것들 뿐입니다. 요점은 이사진은 하이버리에 남는 것을 원하지만, 자신들 스스로도 그게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나봅니다. 여전히 기존 계획인 경기장 확장을 지속하고 싶어하는듯 했죠.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환경 영향 조사'도 했습니다. 대화 도중, 프라이어는 하이버리에 남을 수만 있다면 45,000명 규모로도 만족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일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 수 있죠.

  클럽은 다른 방안도 찾고 있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웸블리 경기장에 1억 2천만 파운드짜리 제안도 했지만, 웸블리 유한 책임 회사가 제 때에 답을 하지 않는 바람에 포기했다는군요. 물론 클럽이 1998-99 시즌과 그 다음해까지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르긴 했습니다. 팬들이 웸블리까지 가기는 했지만,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고 거기서 전적도 별로 좋지 않았어요! 킹스 크로스 쪽에 새 경기장을 짓자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런던에 있으면서 웸블리 지역 쪽 공간도 활용할 수 있겠죠. 국가대표 경기장인 웸블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보나마나 불편한 일이 생길텐데, 이렇게 하면 그런 일도 없겠지요. 하이버리에 남는 것도 여러가지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요. 일단 주변 주택가와 상가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하이버리에 남는 것이 다른 선택권보다 더 괜찮고, 끔찍한 'M25' 지역 쪽으로 옮기는 것보다야 훨신 비위가 안상하죠. 그 홈 카운티[각주:1]에 영혼이고 뭐고 없는 콘크리트 경기장을 짓는다는 것을 아스날 팬들은 상상만 해도 공포에 떨었어요."

  아스날 팬 팀 하울랜드가 말했다. "아스날이 경기장 위에서는 그렇게 잘하고 있는데도, 경기장 밖의 팬들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기였습니다. 1991년 타이틀을 따내더니 약정제 파문이 덥치고, 이제 더블을 따내니 정든 곳을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네요. 대부분 사람들이 이사가기 싫었을 것이고, 저도 하이버리를 떠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영혼의 깃든 곳이고, 이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경기장은 세계적으로 드물지 않습니까. 하지만 퍽 빠르게도, 맨유가 경제적으로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무언가 조치를 취할 때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웨스트 스탠드 1층에 앉는데, 솔직히 잘 안 보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주택들에게 둘러쌓여있다는 건물의 강점마저 사라져가고 있었죠.

  다만 대안이 없어보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무도 웸블리로 가고싶어 하지는 않았어요. 끔찍한 곳인데다가, 가려면 또 엄청 걸어야 합니다. 게다가 그냥 경기장으로만 가야 해요. 경기장 부근에 아무것도 없거든요. 허트포드셔나 그런 곳으로 갔으면 클럽은 아예 끝장이었을 거에요. 확신합니다. 축구장에 가는 것은 단순히 축구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수년 동안 해왔던 의식을 반복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이 되자, 이제 경기장에서 벗어나 펍들과, 햄버거 노점상, 그리고 경기하는 날을 특별하게 해주는 모든 사람하고도 헤어져야할 때가 올 것만 같았습니다.

  대안은 하이버리 가까운 곳에 경기장을 지어 팬들이 자신의 뿌리와 경기날 습관을 잃지 않아야 하되, 크고 멋진 건물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말 이미 축구는 전통이 아니라 돈문제였기 때문에, 저대로 되리라곤 결코 생각 못했습니다. 솔직히 허트포드셔에다가 경기장을 짓고, 클럽의 영혼이 짓이겨질줄만 알았죠. 그때 애쉬버튼 그루브라는 동네가있는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런던 중심부. 잘사는 동네가 많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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