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이상 기류

하이버리 단골들은 수년동안 종종 괴이한 광경을 목격하고,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보이는 일도 겪었다. 1953년, 괴상한 자살골이 하나 들어갔다. 아스날 팬 이안 탯첼의 말로는 대략 이렇다. "리그 1위였던 블랙풀을 4-0으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끝나기 직전에 관중들 중에서 어떤 놈이 호루라기를 분거에요. 데니스 에반스가 우리 진영에서 공을 잡고 있었는데, 경기가 끝난줄 알고 우리 네트에다가 공을 꽂아넣었지요. 골키퍼 콘 설리반도 경기가 끝난줄 알고 모자를 집어들고 있었어요. 더 웃겼던건 에반스가 네트에 꽂아넣자마자 마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나 듯이 윙크까지 하더군요.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까 심판은 센터 서클을 가리키고 있었고, 선수들이 경기를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던 거에요. 그때서야 멍청한 짓을 했다고 깨달았죠. 그가 관중 쪽을 쳐다보았고, 우리도 그 쪽을 쳐다보며 서로에게 '맙소사'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스날이 경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제서야 심판이 결국 경기를 끝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긴 하다만, 관중 몇몇이 경기 끝나고 그 휘슬 분 녀석을 찾아다녔죠."

  1972년 FA컵 4라운드 재경기 더비전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경기는 연료 부족때문에 밤에 경기장에 불을 킬 수가 없어서 주중 오후에 열렸다. 샘 베넷이 말했다. "양심에 걸리지도 않았어요. 그날 오후 학교를 땡땡이치고 하이버리에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하이버리에 가면 연금 받는 노인네와 개 한 마리만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사람들이 노스 뱅크에 줄을 쫙 서 있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63,000명이 왔다고 해요. 더 웃겼던건 그 사람들 모두가 자기는 옳다고 생각하더라구요. 노인들은 '모두 직장 때려쳤나?'막 이렇게 떠들더니, 저를 보는데 눈빛이 딱 '이것이 학교는 안 가고 뭐하나' 이런 표정이에요. 다음날 학교에서 왜 점심 먹고 사라졌는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실토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버지는 귀가 따갑도록 훈계를 하시며  내가 그런 식으로 살면 미래가 없다는걸 강조하셨어요. 그날 오후, 아버지 직장 상사가 일 때문에 집에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그걸 어머니가 받으신거에요. 그러자 그 상사분이 마치 전날 오후 아버지가 병원에도 갔다는 듯이 아버지 건강이 괜찮아졌냐고 묻더래요.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에게도 진실을 캐내셨죠. 아버지도 저처럼 하이버리로 몰래 빠져나간 거에요. 어머니는 저와 아버지하고 며칠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어요. 아버지는 그주 내내 찰리 조지 탓만 하셨고요."

  1991년 8월 코벤트리전 리 딕슨의 자살골은 역사상 최고의 자살골이라 할만하다. 최근에 라디오 파이브 라이브(Radio Five Live) 청취자들에게 역대 최고의 자살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앤더스 림파가 설명했다. "손을 들고 리한테서 공을 받으려고 했어요. 날 보고 찾아서 또 뻥차서 넘겨줄줄 알았죠. 그런데, 바로 다음에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살짝 라인 앞으로 나와있던 데이비드 시먼의 키를 넘겨 공을 주더군요. 흠잡을게 하나도 없는 로빙 슛이어서 만약 리가 반대편 골대에서 그걸 했었으면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골이었죠. 리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쥐고, 하프 타임에는 조지 그레이엄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어요. 그날 2-1로 경기를 졌는데 리는 몇 주동안 그 골 생각만 하더군요."


  1998-99 시즌에는 두 건이나 있었다. 쉐필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경기, 전반전이 반 정도 흘렀을 무렵, 쉐필드 선수인 데이비드 홀즈워스가 다친 아스날 선수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을 밖으로 차줬다. 그런데 은완코 카누는 쉐필드 수비수에게 공을 돌려주지 않고, 앞으로 공을 몰고 나가더니 마크 오베르마스에게 주었고, 오베르마스는 톡 차 넣었다. 소동이 발생했다. 넬슨 비바스가 회상했다. "TV로 잉글랜드 경기를 보면 정말 재밌어요. 다 큰 어른들이 인상을 힘껏 찌푸리고 있었죠. 그런 장면만 보면 늘 쉐필드 전이 떠올라요. 스티브 브루스 감독을 포함해서 모두들 카누와 오베르마스를 삥 둘러싸고 침을 튀기며 화를 냈습니다. 카누는 엄청 화났고, 마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브루스가 하도 열 받아서 선수들보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아스날 선수들 간에 좀 토론이 있었어요. 몇몇은 우리가 자살골을 넣어서 동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토니 아담스하고 스티브 불드는 말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대로 밀어붙였고 2-1로 이겼어요. 경기가 끝나고도 브루스 감독은 아직도 화가 나 있었지만 아르센 벵거가 재경기를 제안해서 사태를 해결했죠. 아스날이 저번과 똑같이 2-1로 이겼죠. 정말 이상한 사건이었어요."


  그래도 가장 이상한 사건은 1998-99 시즌 아스톤 빌라와의 홈 경기였다. 2월부터 포병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차를 좁히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윔블던에게 거둔 5-1 승리는 비바스의 말을 빌리자면 "…공격 축구의 진수였습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바로 전 시즌에 더블을 기록한 팀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더군요. 특히 니콜라스 아넬카가 시즌 후반부에 몰아치기 시작하니까 더욱 그랬어요. 그가 런던에 오래 머무르지 않은게 아쉬워요. 미들스브로 전에는 6골을 몰아쳤고,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스퍼즈를 3-1로 꺾었죠. 맨유가 승점을 몇 점 앞서 있어서 실수를 하면 안됐어요. 불행히도, 엘런드 로드에서 제가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한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죠. 그래서 시즌 마지막 빌라와의 홈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했고, 또 만유는 홈에서 스퍼즈한테 져야만 했죠.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하고 올드 트래포트에서 일어나는 일은 잊어야 했습니다. 경기가 20분 정도 흐르고, 관중들이 미쳐가더군요. 레스 퍼디난드(가 토튼햄의 선취골을 넣은거에요. 아스날 팬들이 '힘내라 스퍼즈'같은 노래를 부르며 난리를 치더군요. 토니 아담스가 저를 보더니 오늘 오후 하이버리에 무슨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웃음을 터트리더군요."

  아스날 팬인 데이브 카펜터의 말은 이렇다. "주위 사람들이 다 응원하고 있었지만 전 그럴 수가 없었어요. 가슴 깊이 토튼햄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 때, 조지 그레이엄이 걔네들 감독이었고, 또 조지 그레이엄의 스퍼즈가 아스날의 우승을 돕는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세상일이 그렇게 안 돌아가니까요. 아마 그날 오후 자신들의 패배를 바란 스퍼즈 팬들이 꽤 될 거에요. 당시의 스퍼즈를 한번에 보여주죠, 이기든가 지든가 얻을게 하나도 없는 팀이란 거죠. 다들 알다시피 맨유는 다시 치고 올라와 2-1로 이겼고, 트레블의 처음을 장식했죠. 그날의 단꿈은 스퍼즈 때문에 끝장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들 팬한테 좀 있으면 햇볕 들 날이 올거라고 믿게 하는 것처럼, 살짝 희망을 주더니 결국 와장창 깨트리죠. 그게 일의 전말이에요. 개새끼들."

  카누가 경기 끝나기 전에 결승골을 넣어서 필요한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1930년대 이래 타이틀을 차지한 어느 아스날 스쿼드하고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그들이 타이틀을 지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넬슨 비바스가 말했다. "우리 모두 실망했었고, 그리고 저는 전에 솔 캠벨의 맹활약으로 0-0으로 비긴 경기 생각이 나더군요. 우리가 이겼더라면, 그리고 그 나중에 아스날 선수가 되는 수비수가 맹활약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다시 우승을 했었을 텐데요. 참 이상하죠."

  선수들이 피치를 삥 둘러가며 아스날 팬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을 무렵에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데이브 카펜터가 말을 이었다. "방금전에 토튼햄 응원가를 부른 죄악을 싯기 위해 모두들 "토튼햄 병신들"이라든지 "우리는 토튼햄이 싫어요"같은 응원가를 악을 쓰며 불렀어요. 선수들은 대개 축 쳐져있었지만, 아담스하고 불드는 응원가를 듣고 서로를 보며 킬킬 웃더군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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