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바바붐(1)

아스날 풀백 실비뉴가 이야기를 꺼냈다. "믿기실지는 모르겠지만, 티에리 앙리가 처음 아스날에 왔을 때 골대 너비가 두 배는 되도 골을 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앙리는 원래 윙어였거든요. 그래서 전방에서 뛰는데 익숙해지기는 꽤 시간이 걸렸어요. 티에리는 아르센 벵거가 그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티에리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아니, 전 윙어라니까요.' 하지만 아르센은 고집을 꺾지 않았죠. 벵거의 혜안이 적중한 셈이었습니다. 1999년 여름 레스터 전에서 티에리가 데뷔를 했는데, 완벽한 찬스 두 개를 놓쳤습니다. 굳이 그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관중들은 무척 화를 냈구요. 슈팅이 상당히 빗겨나갔거든요! 그해 겨울부터 차차 적응을 해나가더니, 전방을 쓸어다니며 골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기술과 속도 모두 엄청났죠. 티에리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잉글랜드 선수들에게는 없는 축구에 대한 접근법이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윙어들이 대개 실패하는 가운데 앙리는 성공한 것이죠. 제가 아스날에 몇 년만 더 머물러 그의 전성기를 보았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스날에 들어온지 2년, 앙리의 활약은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절정에 달했다. 그의 득점력은 전세계에 알려졌다. 우선, 맨유전 2골이 있었는데, 아스날 팬 조지 버틀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하이버리에서 가장 웃긴 일'이라고 한다. 한 시즌 전, 앙리는 맨유 키퍼이자 대표팀 동료인 파비앙 바르테즈를 넘기는 환상적인 로빙슛을 성공시켰다. 앙리가 이후 말했다.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을 시도하고 성공시키는 것이 제 임무이기도 하거든요.'
바르테즈가 쇼맨십과 황당한 실수로 유명해지는 와중, 앙리와 바르테즈 사이에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고 있었다.

  조지 버틀러가 회상했다. "2001-02 시즌에 아스날과 맨유가 하이버리에서 붙었는데, 그때 우리가 리그에서 그리 잘하고 있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경기를 놓치면 정말 우승도 못하겠구나 싶었죠. 폴 스콜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솔직히 끝장났다 싶었어요. 그러다가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프레디 륭베리가 동점골을 넣었어요. 그때부터 재밌는 일이 터지기 시작했죠. 앙리가 두 골 다 잘 차긴 했는데, 그날 바르테즈 이후 하이버리에서 그만큼 농락당한 선수가 있나 싶네요. 뭔가 재밌는 일이 터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바닥이 그렇게 미끄러운데 굳이 공을 끌고 나오더군요. 앙리에게 공을 주었을때 뭔 생각을 하고 있었을가요. 패디 로셰가 뛰던 시절 이후 맨유가 그런 식으로 공을 갖다 바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모든게 다 있었습니다. 앙리는 완벽하게 공을 찼고, 바르테즈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굴고 있고, 대형 화면에 나타난 퍼거슨의 얼굴은 시뻘게져 있었죠. 그리고 당연히 관중들은 미쳐날뛰구요. 바르테즈가 다시 한 번 실수를 해서 앙리에게 공을 뺏겼을 때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니까요. 맨유전 승리는 늘 중요하지만, 앙리가 두번째 고을 넣고 3-1이 된 이후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바르테즈는 우리가 야유를 주자 자기 바지를 위로 잡아올려서, 노스 뱅크 관중들에게 엉덩이를 보여주었죠. 그 30분 동안, 경기장 관중들 모두다 '바르테즈에게 줘버려'라든가 '바르테즈는 아스날 팬'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어요. 바르테즈는 완전 속이 뒤집혀져서 우리에게 손가락 욕을 날리더군요. 심지어는 혀를 내밀기도 했어요. 바르테즈는 완전 정신이 나가있었고, 퍼거슨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화가 나 있었어요. 분명 라커룸에서 바르테즈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생각이었겠죠. 반면 앙리의 반응은 차분했습니다. 더이상 같은 나라 사람을 괴롭히기 싫다는 양이요. 그래서 아스날 팬들이 그 대신 놀려주었죠."

  2주 후, 앙리는 놀라운 득점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 하이버리에서 아스톤 빌라에게 2-0으로 지고 있었고, 원정팬들은 후반전 내내 '도서관에서 2-0'이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뱅 윌토르가 추격골을 넣었고, 이후 앙리가 두 골을 넣어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거두었고, 하이버리 관중들은 모두 정신이 나갔다. 질 그리망디가 당시 아스날 팬들의 반응에 대해 설명하였다. "종종 우리에게 와서, 자기들이 본 것 중 최고의 축구였다고 말하는 아스날 팬들이 있어요. 당시 팀에 밸런스가 잡히고 있었어요. 견고한 수비,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춘 중원, 로베르 피레스의 환상적인 모습, 그리고 최전방에서 베르캄프와 앙리의 대활약까지. 그 시즌 초부터 이미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팀이었죠."

  모든 아스날 팬들이 프랑스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기 한 달 전, 아스날은 홈에서 찰튼에게 4-2로 패배했다. 아스날 팬 마틴 길버트가 이야기했다. "팬들의 편견이란 것은 팀이 질 때야 비로소 드러나요. 그제서야 마음 깊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타나거든요. 경기 도중 찰튼에게 4-1로 지고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후반전이 많이 남았는데도 그냥 경기장을 나갔고,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있었어요. 몇몇 사람들이 프랑스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아스날 응원한지 몇 년 안 됐으면, 리그에서 지는 것을 몇 번 못 봤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화를 내고 공황에 빠지는 거에요. 앙리가 화나면 몸짓이 변하죠. 어깨는 올라가고, 손을 허공에 휘두릅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가 본질적으로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석해버리죠.

  종종 '잘좀 해보라고, 이 프랑스 잡놈아' 같은 소리가 들려요. 그리고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더 잘 하긴 위해서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때였어요. 관중들이 두가지를 다 원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면서도 일이 잘 안풀리면 반 프랑스 연합으로 변해서, 아담스와 딕슨이 보여주었던 잉글랜드 식 끈끈함과 '참호 정신'의 부족함을 탓합니다. 특히 2001년 당시에는, 아넬카가 말썽을 부리고 하이버리를 떠났기 때문에 그 와중에 프랑스인은 거만하고 무관심하다는 편견이 강해졌죠. 게다가 여름에 비에이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날 거라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의 프랑스 선수들이 팀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지 다들 의심하고 있었죠."

  그해 12월, 아스날이 홈에서 뉴캐슬에게 3-1로 패하자 앙리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런던 원정에서 37경기 동안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던 뉴캐슬은 경기 30분을 남겨두고 앨런 시어러와 로랑 로베르의 골로 아스날을 대파했다. 심판 그레이엄 폴이 레이 팔러의 늦은 태클 때문에 그를 퇴장시키자, 앙리는 마틴 키언과 팀닥터 개리 르윈을 밀치고 폴에게 화를 냈다. 질 그리망디가 설명했다. "티에리는 완전히 화가 났었어요. 저번 시즌 리버풀과의 FA컵 결승에서 페널티를 안 준 사람이 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티에리가 틀렸어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티에리가 잘못 안 것이었죠. 하지만 팀이 꼴사납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프랑스인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지난 4년간 아스날에 문화적 변화가 심했기에, 어떤 면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선수들도 잉글랜드 선수들 만큼이나 팀을 사랑합니다. 2001년 말에도 우리가 비록 좋은 팀이기는 하지만, 감정적으로나 경기력으로나 한 순간에 훅 꺾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비평가들은 우리가 이겼어야 할 FA컵 결승전에서 진 이후, 3년이나 트로피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도 승리할 줄 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뉴캐슬전 패배 당시 티에리가 폴에게 화를 낼 때, 비평가들은 '또 그러는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프랑스인은 통제가 안된다고요. 실은 그게 아니고, 우리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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