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

아스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벤투스,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아르센 벵거는 계약기간을 연장했지만, 그 시즌 포병대는 이슬링턴의 유니언 채플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두었다. 벵거는 후에 '아스날 보드진이 1925년 허버트 채프먼을 영입하기로 한 이후 최대의 결정'이라고 술회했다. 12월 10일 월요일, 이슬링턴 의회에서는 애쉬버튼 그루브로 이사하는 것을 허락할지 회의를 열었다. 하이버리에서 150미터 떨어진 곳이었는데, 원래 1999년 말 런던의 맨체스터 스퀘어에 거주하는 변호사 앤소니 스펜서의 발상이었다. 스펜서는 런던의 항공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하이버리 바로 앞의 삼각형 지대를 발견했다.

  하이버리를 지키려는 계획은 실패하였다. 이스트 스탠드와 웨스트 스탠드의 문화제 지정을 취소할 방도도 없었으니 클럽은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들의 영혼이 있는 집을 떠난다는데 팬들은 이를 갈며 반대했지만, 애쉬버튼 그루브로 가는 것은 찰리 조지의 말을 빌리면 '최소한 이슬링턴에 남아있을 수는 있잖아요. 습관의 동물인 팬들도 경기 전 습관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구요.' 하이버리에서 떠나는 일은,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2000년 8월, 이슬링턴 의회에서 안건을 처음 논의하며 이정표가 세워졌다.

  회의에 참가한 아스날 독립 서포터 연합(AISA) 회장인 스티브 파월은 처음부터 반대가 서셌다고 말했다. "반대파는 잘 조직되어 있었고 요지도 명료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이슬링턴 경기장 지역사회 연합(ISCA)을 조직하였고, 녹색당과도 연줄이 닿아있었습니다. 로비력이 상당했습니다. AISA가 열심히 운동하지 않는 이상 애쉬버튼 그루브로 이사가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결국 이슬링턴 지역계획 위원회에서는 찬성 6표, 반대 1표로 허가해주었고, 마침내 첫걸음을 떼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ISCA는 그때부터 전면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섰습니다.

  지역 주민이자 아스날 시즌 티켓 보유자인 ISCA 회원 톰 램은 이전에 반대했다. "아스날 팬 대다수와 AISA 회원들은 경기날 일어나는 일과, 클럽이 무슨 이득을 얻을지만 생각합니다. 이슬링턴에 사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아무 배려가 없어요. 저는 환경적인 문제가 걱정이었습니다. 할러웨이 로드에서 수백대의 트럭이 왔다갔다 하며 주변을 봉쇄하는 것도 싫었고, 그 먼지를 내 아이들이 마셔야 한다는 것도 싫었습니다. 일년에 삼십여일만 경기장에 오는 아스날 팬들이 알리가 없죠. 축구장 옆에 살면 이런 일 겪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황당한 의견도 있는데, 말도 안되요. 길 한 가운데 산다고 어느날 갑자기 고속도로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하잖아요? 제 친구들 몇몇이 신문 파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른다고 하지만, 다른 가게들은 축구팬이 떼로 몰려드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22,000명이나 이슬링턴에 더 몰려오면 더 심해지겠죠. 아스날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나가버리거나, 하이버리에 조용히 남던가 둘 중 하나를 택했어야 합니다."

  ISCA가 소리높여 반대하긴 했지만, 스티브 파월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ISCA는 회원수가 부족했습니다. 전 경기장 근처에 사는데, 어느날 아침에 창문을 내다보니, 총선날 맞먹는 소동을 벌이더군요. ISCA가 가두시위를 하려했고, 회원들이 팜플렛을 배부하더군요. 2001년 12월 의회에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크게 모인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경기장 이전에 대해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300명정도 밖에 모여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200여명의 아스날 팬들이 소리를 쳐주었죠. '모두 모은게 그거입니까?'하고, '토튼햄 팬이세요?' 같은 말이요. 우리의 슬로건은 간단했습니다. '아스날을 이슬링턴에 남기자'였지요. 길가에서 노부인들을 만나 청원서에 서명을 부탁하니, 그분들은 '아 아스날은 당연히 이슬링턴에 남아야지'라고 했습니다. ISCA는 우리가 얼마나 탄탄한 지지를 받았는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또한 애쉬버튼 그루브 지역의 1,100여명 상인들이 이전에 반대했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그 지역 상인 대표분께서 많은 가게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분이 모든 상인들을 대신해서 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ISCA의 발언 중 몇개는 비이성적이고 신경질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운동은 빈틈 투성이었죠."

  마감일이 다가왔고, 의회에서는 애쉬버튼 그루브로의 이전을 허가할지 투표를 준비하였다. 유니언 채플에서 열렸다. 존 사이먼스는 참가했다고 한다. "안의 분위기는 굉장히 긴장되었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회의인지 알 수 있죠. 아스날의 미래를 만들거나 박살낼 수도 있었으니까요. 이슬링턴 구청장이 청록색 외투 위에 금줄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델 보이'처럼 보였습니다만, 사실 회의를 잘 진행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벌언권은 3분으로 제한시켰습니다. 괜찮은 생각입니다. 더 하게 하면 사람들이 사족이 늘어나죠. ISCA 대표는 몇 가지를 짚었고, 대개 명료했습니다만 종종 이상한 지적도 끼어있더군요. 어떤 사람은 이슬링턴에 아스날 팬이 1000명 밖에 없다고 했는데, 시즌 티켓 홀더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잘못된 정보였습니다. 하비스트 부동산에서 왔다는 사람이 자기네 건물이 애쉬버튼 그루브 옆에 있다고 했는데, 이제 건물이 공공 화장실처럼 되어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클럽이 간접적으로 다미롤라 테일러 살인사건
[각주:1]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원 같은 분위기가 되어, 양측다 서로를 힐난했습니다. 마침내 표결을 시작하였고, 의원들은 '예'와 '아니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찬성 34표, 반대 7표, 기권 1표로 안건이 통가되었습니다. 사실상 만장일치였지만, ISCA의 지도부였던 앨리슨 카마이클이 재빨리 반대표를 날린 사람들의 이름을 적는 것을 보았습니다. ISCA는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진 싸움을 계속하는 셈이었죠. 하비스트 부동산에서 온 사람은 유럽 인권 재판소에 안건을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니언 채플 안에서 환호하는 아스날 팬들에게 쫓겨나고 말았죠. 이어 의회에서는 하이버리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의안을 통과시켰고, 로프 로드로 쓰레기장을 이전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이전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환상적인 밤이었습니다. 이제 잡음을 뒤로 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찬성한 의원 중 하나가 주장했다. "이 계획이 이번 세기, 우리 이슬링턴 구의 앞날을 만들 것입니다." 스티브 파월 회장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새 개발이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지자체 중 하나에게 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ISCA는 칼레도니안과 할러웨이 가 쪽이 트럭으로 마비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지만,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소음공해도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기장 이전은 지역사회에 큰 혜택을 안겨주었습니다. 앞으로 10년 간, 이슬링턴에 900개의 새 집이 필요한데, 애쉬버튼 그루브에 아파트를 짓고, 하이버리를 주택가로 전환하면 1800개의 주택이 공급되는 셈이죠. 미시적으로도 후광효과란게 존재합니다. 경공업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고, 스타디움이 지어진 후 새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지어질 것입니다. 지역에 중심지가 생길 것이고, 이렇게 큰 계획에 따르는 지역 분위기 상승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또한 우리 이슬링턴 구는 런던의 가장 가난한 해크니 구 옆에 있는데요, 그쪽에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80퍼센트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떠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니 그쪽으로도 기대해볼만 하죠. 만약 반대 집단이 성공했더라면 M25쯤에 자리를 잡았겠고, 경제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겠죠?"

  ISCA는 결국 지역 문제 전문 로펌인 어스라이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전을 막는데는 실패했지만, 어스라이츠의 운동은 전체 운동을 지연시켰고, 몇가지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다미롤라 테일러는 나이지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해온 소년이었다. 2000년 당시 그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귀가하던 도중 폭행을 당했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도중 사망했다. 살인범은 16세의 형제 둘이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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