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타이틀 냄새가 난다

2002년 3월, 아스날은 클럽 역사상 세번째 더블을 향한 연승 행진을 시작했다. 날은 길어지고, 날씨는 따듯해지면서 포병대는 98년의 더블을 능가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팀의 여러 조각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이었다. 솔 캠벨과 토니 아담스가 지휘하는 수비진은 적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패트릭 비에이라는 저번 시즌의 일관성을 되찾았고 수비진을 보호했으며, 베르캄프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아스날이 잘할 때마다 그랬듯이, 두 명의 선수가 특히 빛났다. 아스날 팬 제임스 베리어가 회상했다. "이를 악물고 전방으로 뛰쳐나가는 선수가 한둘은 잇어야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지치고,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1971년 더블을 할 때는, 찰리 조지가 부상에서 돌아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대활약을 펼쳤습니다. 우리에게 트로피를 안겨다주었죠. 1998년에는 오베르마스와 프티가 부진에서 벗어나, 나중에는 특출나게 잘했습니다. 2002년에는 피레스와 융베리가 봄이 오자 대활약을 펼쳤죠."

  실비뉴가 회상했다. "로베르가 처음 왔을 때, 그가 대단한 선수인 것은 확실했습니다. 유로 2000을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었던 것은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잉글랜드 축구의 체력과 속도, 그리고 격렬함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언제나 아스날 팬들을 열광시키는 토튼햄 전에서 두 골을 넣긴 했습니다만 하이버리에 오자마자 적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일 년 후, 머리를 기르고 멋진 구렛나루를 기르더니 윙에 선 돌격기병처럼 보였죠. 시즌 후반부 아스날의 유연하고 환상적인 축구를 그가 보여주었습니다." 에두도 동의했다. "아스날 팬들이 어느날 갑자기 로베르가 대단한 선수였다고 깨달은 것은 아니에요. 다들 잘하는 선수인 것은 알고 있었을 뿐이죠. 하지만 최고 수준의 선수인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에요. 시즌 말에 티에리의 슛이 막히면, 다른 선수들이 공을 줏어 넣었죠."

  1999년 스웨덴의 할름스타드에서 이적하여, 데뷔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을 넣은 융베리도 처음에 새로운 환경에 힘들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주가는 토튼햄 전에서 퇴장당하고, 토튼햄 팬들에게 손가락으로 욕을 날린 이후에 오르기 시작했다. 융베리가 그때 인정했다. "처음에는 아스날 팬들이 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2001-02 시즌 동안, 융베리는 아스날 공격작업의 마무리를 담당하였다. 팀메이트들은 동료 스트라이커들이 부상당하거나 부진할 때 융베리가 더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비뉴가 평했다. "프레디는 정통 윙어처럼 뛸 수도 있고, 전방에서 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즌 말에는, 앙리와 베르캄프의 사이에서 뛰고 있었고, 그 둘은 프레디가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그에게 공을 주었죠. 2002년 팀의 강점은 어느 선수나 다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언제나 어시스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타적이었다는 것이죠. 이기적인 선수들로 전방이 꽉 차 있었더라면 교통정리가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아스날 선수들의 공간 감각과 창의력은 탁월했습니다. 융베리에게는 이때 모든 일이 다 일어났습니다. 그런지 룩이 인기를 끌 때라 머리 가운데를 세워 빨갛게 염색했고, 앤디 윌리엄즈가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재발매하자 아스날 팬들이 응원가로 만들었죠. '사랑해요 프레디,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스날 팬 자크 리드에게 아스날의 스타일은 그가 꿈꿔왔던 축구 그 자체였다. "시즌 말이 되니까, 아스날의 스타일은 조지 그레이엄, 돈 하위, 테리 닐 시절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어. 예전에는, 그러니까 한 20년 전에는 베르캄프, 앙리, 비에이라, 피레스 같은 선수가 하이버리에 있다고 말할 수 없었잖아. 세계 어느 팀에 들어가도 한 자리 차지할 선수들인데. 솔직히 역대 어느 아스날 스쿼드하고 비교해도 기술이나 균형에서 훨씬 압도적일거야. 하이버리 시대의 끝을 맞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향수에 젖어가지고 '아 옛날이여' 하는데, 적어도 내게는 지난 몇 년 간이 팬으로서 제일 즐거웠어. 아스날의 축구가 믿을 수 없었으니까. 누군지는 기억 안나는데, 1998 더블 쯤에 누가 이렇게 말했어. '지금 아스날 경기를 보고 계신다면, 생애 최고의 축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확히 짚었지."

  거침없던 아스날의 축구는 시즌 말이 되자 무뎌져기 시작했다. 여러 팀이 경기를 이기기보다는 비기려 하이버리에 왔기 때문이다. 질 그리망디가 설명했다. "시즌 말의 축구는 으레 그렇습니다. 팀들은 긴장해요. 강등이나, 유럽 대회 출전권을 노리거나 그러거든요. 걸린게 많을 수록 긴장도 심해지죠. 침착하게 그런 팀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4월에 뉴캐슬이 FA컵 재경기를 치르러 하이버리에 왔고 그들은 수비축구를 펼쳤지만, 피레스와 베르캄프의 골로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피레스는 니코 다비자스(Nico Dabizas)에게 걸리고 말았다. 피레스는 잘 뛰었지만 그만 잘못 착륙하였고, 그 과정에서 무릎 인대가 끊어졌다. 그리망디가 회상했다. "로베르가 너무 운이 없었어요. 1998년에 베르캄프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우리는 종종 끔찍한 부상 때문에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습니다. 그때도 그랬을 수 있었겠지만, 우리에겐 관성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프레디가 있었죠."

  자크 리드가 회상했다. "웨스트햄이나 입스위치 같은 팀들이 우리의 도전을 말아먹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경기가 진행될 수록, 맨유와 리버풀이 우릴 뒤쫓아오는 것을 느꼈어. 웨스트햄전 때는 도저히 파해를 못하니 다들 날카로워졌고, 경기 10분 쯤 남기니 위장이 아주 쿡쿡 쑤시더라. 그때 베르캄프가 공을 잡고 융베리 앞에 밀어넣더니 프레디가 그걸 집어넣는거야. 아주 다들 미쳐 난장판이 되었지. 웨스트햄 전은 진짜 기억에 남는 밤이었고, 클럽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때때로 승리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괴롭게 하는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었지. 입스위치전도 똑같았어. 후반전 늦게까지 골이 안 터지다가 프레디가 튀어나와 골을 넣었지. 믿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스퍼즈 전이었는데 아주 속이 다 타들어가다가 로렌이 골을 넣는거야. 솔직히 말해보자고. 로렌이 넣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 하지만 그 순간은 그가 하이버리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어. 우승을 하려면 아슬아슬하게 1-0으로 이기는게 필요해. 다 우승경쟁의 일부지. 그리고 의외의 영웅들이 튀어나오는 거야."

  질 그리망디가 시즌 말 홈경기에서의 긴장감에 대해 회상했다. "프레디가 웨스트 햄을 상대로 골을 넣었을 때, 공이 골라인을 건너가는게 수백년은 걸리는 것 같았어요. 얼마나 그 경기들이 힘들었는지 알겠죠. 다 마음먹기 문제에요. 프레디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압박을 다 이겨내고, 빈 공간으로 달려들어가는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데이비드 제임스 옆으로 넣어야 하니까요. 놀랍잖아요. 경기 중에는 늘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어야 좋지만, 팬들에게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신경쇄약이 걸릴 지경이에요! 하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을 확정짓고, 첼시를 이기고 FA컵을 따내자 마침내 쉴 수 있었어요. 우리를 대비하고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머지 두 팀을 상대로는 안심하고 뛸 수 있으니까요. 그때서야 지난 몇 달이 얼마나 힘들었고 심리적으로 지쳤구나 생각이 들어요."

  더블을 확정짓자, 에버튼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사실상 축제 분위기였다. 앙리가 골감각을 되찾으며 포병대는 4-3으로 승리하였다. 이후 축하 행사는 자크 리드의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1998년 에버튼을 이기고 우승했을 때처럼 아름다운 5월의 오후였어. 경기력이 좀 안좋긴 했지만, 이겼으니까. 축하행사가 너무 좋았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피레스가 아스날 셔츠하고 청바지를 입은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경기장으로 걸어들어왔어. 관중들은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환호를 보냈고, 선수단 모두가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지. 하지만 당연한 일이야, 몇 경기를 살렸는데. 리 딕슨은 은퇴를 발표했고, 토니 아담스도 이제 곧 은퇴할 것 같으니, 아름다운 날이지만 슬픈 날이기도 했지. 하지만 새는 언제나 둥지를 버리고 날아가는 법이고, 클럽은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날 하이버리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고, 내가 클럽을 사랑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다 있어."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