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유럽 제패의 길

아스날이 리그에서 부진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갈 지경이 되었다. 유럽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이 2006-07 리그에 다시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유일한 방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날이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격돌하게 되자 이럴 가능성마저 절망적으로 보였다. 갈락티코 군단은 약간 빛이 바랬을지는 몰라도,6위에서 헤매는 포병대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가 떠나기 직전에, 패트릭 비에이라는 왜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하는지 선배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우리들끼리 왜 유럽에서는 안 될가 토론을 했어요. 팀이 겁을 먹거나 능력이 안되는 거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는 더 미묘한 문제일성 싶었어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팀들이 빠른 페이스로 경기를 합니다. 외국 선수들이 팀을 가득 채웠다고 해도 잉글랜드 식으로 경기를 하거든요. 빠르고, 템포를 올리고, 공을 잡고 생각하지 않으며, 공격에 중점을 두죠. 아스날에는 매우 영리한 선수가 많았지만 '프리미어리그 모드'에서 벗어나 점유율 중심의 챔피언스리그에 적응하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그저 안 되더군요. 또한 운도 없었죠. 유럽에서 이기려면 운이 좀 있어야 합니다. 선수들은 하이버리에서 마지막 시즌이니 이제 팬들이 바라는 유럽대회 우승을 안겨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이버리를 떠나기 전이라서 선수들은 유럽 대회에서 자랑스러워 할 만한 업적을 남겨야 한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아스날은 조별예선은 무난히 돌파하였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일차전은 한 골 차로 승리하였다. 티에리 앙리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결승골을 넣었음에도, 여전히 비평가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크게 반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로베르 피레스가 회상했다. "기자들이 우리에 대해 회의적이라서 더 불이 붙더군요. 몇 년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별로 이룬 것이 없는 까닭일 겁니다. 레알을 상대하기는 딱 좋은 때였죠. 그들의 경기 스타일 덕에 우리는 반격을 구사할 수도 있고, 또 1-0으로 지고 있으니 기필코 공격을 해올 것입니다. 옛날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들이 많았죠. 우리는 더욱 패스 위주의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잘만 된다면 역습을 먹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패트릭이 말했다시피 유럽에서는 운이 필요하고, 옌스 레만이 라울의 슈팅을 막고, 라울의 두번째 슈팅마저도 골대에 맞고 나간 순간이 바로 그 운이겠지요. 하이버리에서 0-0으로 비겼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요. 경기가 끝난 순간, 우리는 우리 중 일부만이 전에 도달한 적이 있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2001년에 유벤투스를 꺾어 봤지만, 일이차전에 걸쳐 강호를 이긴 적은 없었거든요. 게다가 하이버리에서 해낸 일이었습니다. 물론 기뻤지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겨우 8강이었으니까요."

  당시까지 아스날은 8강을 돌파한 적이 없었다. 아스날은 유벤투스와 붙게되었고, 이는 즉 비에이라가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그가 회상했다. "하이버리로 돌아가서 제 옛 동료들과 팬들을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언론에서는 이상한 말을 잔뜩 써놓았더군요. 그런 이야기는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감정은 치워두어야 합니다만, 어떤 이야기들이 써지고 있는지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스날이 절 판 것은 실수라고, 또 나를 대채하지 못했다고, 또 아스날을 떠난 선수들은 대개 잘 하지 못한다고, 그리고 저를 판 것은 아르센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요. 30대를 바라보는 축구선수로서, 저는 언젠가는 팔릴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게 내버려두겠습니다. 결국 그 날의 결과가 축구계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타블로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에이라의 귀환에 주목하였고, 아스날 팬들은 예전의 유벤투스, 삼프도리아, 라치오에 이어 다시 한 번 이탈리아의 강호와의 접전을 기대하였다. 아스날은 빠른 패싱 게임으로 유벤투스를 제압해갔다. 경기는 하이버리의 위대한 순간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로베르 피레스가 회상했다. "
언론에서는 쓸모없는 선수들이라고 부당한 평가를 내렸는데다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세리에A 타이틀을 박탈당해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유벤투스는 뛰어난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그들에게 제대로 공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 스타일을 제대로 구사해주었고, 유벤투스를 상대로 그런 일을 한 팀은 우리가 처음일겁니다. 우리가 경기 내내 지배하였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선취골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었고, 티에리 앙리의 추가골은 유럽에서 그의 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환상적인 밤이었고, 우리에게는 2-0으로 이길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경기 초반,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골로 연결된 피레스가 비에이라에게 건 태클에 대해서는 두 선수 다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상징하는 바는 간단했다. 비에이라와 유벤투스의 밤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스날 팬 존 로리가 회상햇다. "노스 뱅크 쪽 골대 뒤에 앉아서 아스날이 유벤투스를 박살내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즐겁더군요. 사실 경기는 비에이라 이야기였죠. 저는 그를 놓아준 것이 큰 실수라고 생각했고, 중원에서 힘으로 제압당하며 블랙번과 볼튼 같은 팀들과 비슷한 순위로 내려갔을 때는 정말 그를 제대로 대체하지 못한게 분명하였습니다. 프티나 오베르마스처럼 우릴 떠난 선수들이 이후에 잘 못했다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달랐어요. 그래서 피레스가 비에이라에게 태클을 걸었을 때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피레스는 결코 태클을 거는 법이 없었는데 그렇게 비에이라를 잡아내니, 비에이라가 느리고 둔한 선수로 보이는 거에요. 왜 그를 보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가더군요. 그날 밤 팬들이 느낀 바가 클겁니다. 중요한 일이죠. 어떤 선수도 클럽보다 크지는 않지만, 스타 선수가 떠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죠. 결국 관중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는 한때 아스날에서 뛰었네, 이젠 완전 망했네' 같은 것들이요. 잔인합니다만, 이제 마침내 과거를 매듭지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전 여전히 비에이라가 남아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유럽대회 경기에서 아스날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하이버리를 떠나는 이유가 그런 일을 자주 벌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토리노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두고, 아스날은
4강전에서 비야레알과 붙게 되었고, 시즌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과 함께 선수들의 주의가 산만해졌다. 1차전에서 뛰었던 아스날 선수 하나가 이렇게 회상했다. "물론 결승전에 올라가기 위해서 집중을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하이버리에서의 유럽 무대가 문자 그대로 종막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관중들은 열광적이다가 갑자기 침울해지곤 했죠. 우리는 비야레알을 얕잡아본 적도 없고, 콜로 투레의 골 덕에 1-0으로 신승했습니다. 더 멋있게 막을 내렸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너무 힘든 경기였고, 따라서 보기에도 쉬운 경기는 아니었을텐데요. 아스날 팬들은 제게 그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제 홈에서 힘든 일을 이루어냈으니, 결승 진출의 영광을 원정에서 이루게 되었습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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