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초침은 흘러가고

어느 면으로 보나,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하이버리에서는 토튼햄와의 경기를 포함하여 딱 두 경기가 남았지만, 아스날은 라이벌과의 승점 격차를 줄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각종 언론에서는 이미 티에리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떠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하이버리 마지막 날의 티켓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표를 찾아 헤맸다.

  아스날 팬 이안 미첼이 회상했다. "그 시즌의 마지막 몇 주 동안, 아스날 팬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해봤어요. 지인을 통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을 얻은 것은 좋았는데, 그때까지 시즌 내내 딱 한 번 홈경기를 놓쳤는데, 스퍼즈 전하고 위건 전 티켓을 구할 수가 없었던 거에요. 여러 암표 사이트를 돌아다녔는데, 가격표가 600파운드부터 시작하더군요. 날마다 100파운드는 올라가더군요. 게다가 돈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돈만 받으면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제가 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죠. 그래서 저는 최후의 수단으로 물물교환을 선택했어요. 하이버리에 20년간 다닌 사람으로서 이 경기를 놓칠 수는 없었죠. 그래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에 웃돈을 얹어서 스퍼즈 전과 위건 전 티켓하고 바꾸자고 올렸습니다. 마지막 한 수였죠. 하지만 놀랍게도 두세명이나 연락을 해왔어요. 결국 저랑 거래했던 사람은 하이버리에 다닌지 두 시즌 정도밖에 안된다고 했고, 경기장 이전이 저에게 의미있는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해가 갑니다. 아스날이 언젠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다시 오를 날이 있겠죠. 하이버리의 마지막 두 경기를 놓칠 수는 없었어요."

  팀이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북런던 더비를 준비하는 동안, 캣위즐 같은 암표상들은 마지막 장사를 준비했다. 그는 하이버리보다 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시대가 오면 스탬포드 브릿지로 일터를 옮기는 것이 더 이윤이 많고 일하기도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때, 캣위즐은 침울했지만 (다행히도) 침착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으로 한 몫 잡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암표가 몇 장 없긴 하지만, 그 몇 장 있는게 진짜 금값이지. 스퍼즈 전 보려고 600파운드까지 내고, 위건전 보려고 거의 그 두 배를 내. 완전 대목 잡은 셈이지만, 하이버리에서 장사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도 알고있지. 믿든지 말든지, 우리는 고객들을 많이 그리워할거야. 다른 암표상들은 옮기거나 일을 접든가 하겠지. 난 첼시 경기장에서 일하려고, 하지만 하이버리 같지는 않겠지. 언제나 하이버리의 열기가 그리울거야."

  서포터들은 스퍼즈 전에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떨림을 느꼈다. 아스날 팬 폴 핸리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경기 갈 때부터 기분을 잡쳤어. 모두 앙리가 떠난다는 신문을 손에 쥐고 있더라고. 팀이 삐긋거리고 있었지. 콜은 첼시로 갈 것 같고, 피레스와 베르캄프도 떠날 예정인데, 우리가 가진 최고의 선수도 갈 수 있다니 어떻게 슬프지 않겠어. 스퍼즈가 하이버리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챔피언스리그 나가는 것도 힘들어지겠지. 찰튼과 빌라를 상대로 컨디션을 올리긴 했지. 유럽대회에서 활약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옛날의 우리처럼 좋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스퍼즈도 우리만큼 하고 있었어. 하이버리를 떠나는 과정은 돈냄새가 너무 나더라. 클럽에서는 카운트다운이라고 이것저것 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우스꽝스러운 시간낭비였어. 옛날 목재 점수판이랑 옛선수들 행진은 솔직히 지겨웠고. 하지만 레드액션이 웨스트 브롬위치 전을 데니스 베르캄프 데이로 만든 것은 멋진 일이었어. 베르캄프 같이 위대한 선수에게는 응당한 일이지. 하지만 이사가기 전에 짐싸놓고 얼쩡거리는 것만 같더라. 시즌 전체가 경기장 이전에 대한 생각 때문에 못쓰게 되어버린 기분이었어. 그리고 솔직히 스퍼즈보다 순위가 낮으면 무슨 흥이 나겠어?"

  로베르 피레스가 회상했다. "어떤 이유로든 이기고 싶었지만, 그날은 저희도 관중들도 특히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스퍼즈는 강한 팀이었고, 며칠전 우리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했던 것처럼 도리어 우리를 압박해오더군요. 마이클 캐릭이 좋은 찬스를 놓쳤지만, 로비 킨의 골로 스퍼즈가 승기를 잡는가 싶었습니다. 그때 티에리가 교체로 나와서 환상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경기 끝날 무렵에는 스퍼즈 팬들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고 노래를 불러대더군요.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거의다 해냈다고 느끼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다시는 스퍼즈를 하이버리에서 상대할 일이 없기에 슬픈 일이었습니다."

  마침내 스퍼즈 전 티켓을 받게 된 이안 미첼도 결과에 실망했다. "그해 설마 성 토터링햄의 날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팬들이 있기나 할까요. 날려먹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퍼즈 팬들 응원가가  황당하긴 했죠. '우리는 영어로만 말한다.'도 좀 웃기긴 했고, '잉글랜드, 잉글랜드'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할 말이 저것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스퍼즈가 승점을 따낼 만큼 좋은 경기를 했고, 사실 이겼을 수도 있었지요. 경기가 끝나고 스퍼즈를 응원하는 제 친구와 펍에 가서, 이 경기의 역사성에 대한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는 아스날이 하이버리에 오면서 스퍼즈와 그 팬들에게 모욕을 주었으니, 이제 우리가 머리를 감싸쥐고 도망가는 것은 순리라고 하더군요. 그 친구 표현을 빌리면, '침입자들'인 우리들은 스퍼즈 덕에 하이버리의 마지막 경기를 최악의 이유로 기억하게 될 것이고, 앙리는 곧 떠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런 환상은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깨지고 말았죠. 그가 좀 허풍이 심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의 관점은 알 수 있었어요.
그 경기가 끝나고 아스날 팬들은 모든 일은 행복하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우리의 운수가 다했다고 생각했지요. 스퍼즈와의 라이벌 관계가 정확히 잘못된 때에 돌아오고 말았어요. 그저 그렇게 보인 것뿐일 수도 있구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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