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30년대-고백: 테라스 청소부

테라스 청소부, 앤디 훠틀리


"보
수습 직원들이 경기가 끝나고 스탠드 청소를 담당하곤 했는데, 전쟁이 끝나니까 아스날 구단이 슬쩍 지역 신문 광고로 경기 후 청소부들을 모집하더라고. 난 당시 14살먹은 애였는데, 그런 스탠드에 한 번 올라가본다는게 어디야 하고 지원했지. 청소하다 나오는 쓰레기들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는데, 당시 사람들의 습관 같은 것이 아주 확 드러나. 일단 제일 많이 보이는게 담배 꽁초야. 정말 수천 개가 있었어, 아니 문자 그대로 수천 개라니까. 내 기억으로는 사람들이 경기 내내 담배를 줄줄이 피워댔어, 게다가 당시 관중들은 한 경기당 50,000명은 거뜬히 왔다는 것도 생각해봐, 세상에나, 담배 꽁초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안가지? 크리스마스철에는 조금 달랐지. 뜬금없이 담배 꽁초가 전부 시가 꽁초로 바뀌어있어. 아마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가를 주고받고 했으니까 그랬겠지. 그리고, 얼마 안 되가지고 시즌 끝날 때까지 다시 담배 꽁초만 산더미야.

  매치 프로그램과 신문지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어. 경기가 끝나면 테라스는 온통 흰색이었지. 좀 떨어져서 보고 있으면, 마치 하이버리가 눈밭처럼 보이기도 해.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경기중에 그렇게 많이 프로그램을 버리고 갔다는데 손발이 다 떨려. 요즘 물가로 치면 하나에 20, 30 파운드 정도 주고 사 보는거잖아, 그 때 좀 쓸어담아서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그걸 지금 팔았으면 노후 대비는 되는건데 참 아까워.

  이제 뭐 여과없이 다 말해달라 했으니까 다 말할게. 그 뭐냐 신문지들, 특히 런드리 엔드 쪽의 신문지들 말이야. 딱 보면 엄청 젖어있잖아, 심지어는 쨍쨍한 날에도.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 하라는 대로 그런걸 다 주웠었는데, 이상하게 냄새가 나는거야. 다른 동료들이 날 보고 웃더라고, 보아하니 내 옷에도 그 젖은게 튀어가지고 번졌거든. 이유가 뭐냐하면,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오줌 싸고 다녀서 그래. 이유는 알만하지? 꽉 찬 스탠드, 그리고 추운 날 맥주 좀 들고, 화장실 갈 길도 없겠다, 또 당시에는 여자도 경기장에 별로 없겠다, 여기다 싸버리자 이러는 거지. 참 불쾌했어, 오줌하고 그 냄새!

  남정네들이 늘 병에다가 맥주나 위스키를 담아가지고 돌리고, 경기 내내 또 돌리고 했지. 그때는 압수하는 사람도 없었고 지금처럼 그라운드에 뭘 던져대는 얼간이들도 없었거든. 그리고 병이 참 많이 남았는데, 또 거기다가 싸고 가는거야.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청소하는 것은 정말 죽을 맛이었지, 그 오줌 한가득한 병들 보고 있으면 기운이 다 빠져. 가능한 한 아래까지 발로 차 버려서 한 곳에 모인 후에, 다른 사람이 대신 처리해줬으면 했지. 이 물기 좀 어찌 해줄수 없나! 테라스에는 별 희한한 쓰레기들이 많았어. 내 친구 중 하나는 총을 발견한 적도 있다고 했는데, 그건 영 믿을게 못 되고. 그런데 옷하고 신발 정도는 널려있었지. 아마 관중들 몰릴 때 벗겨지고, 다시 못 찾았던 옷가지들이 널려있던게지.

  내가 본 것 중에는 사용하고 버린 콘돔도 있었어. 정말 웃기는 노릇이지. 정말 궁금했었어, 어떻게 한 거지? 그리고 눈치 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낡은 주방용 수도꼭지도 찾았었어. 아리까리 하더라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줌만큼 잊혀지기 힘든게 없어."

프로그램 행상: 클라이브 라이스

"내 일터는 아베넬 가와 블랙스톡 가가 만나는 곳이었어. 당시에는, 정말 자리 차지하는게 싸움이나 다름없었어.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경기장 직원에게 프로그램 한 다발을 받아와가지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많이 잡는다잖아, 8시까지 거리에 나가 있어야했지. 경기 날이면, 그 시간대에도 동네가 부산했어. 사람들이 경기가 곧 있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그런건가봐. 사람들에게 물건 주고 돈 받아 챙기려면 손이 빨라야 해. 겨울에는 정말 힘들어. 일하면서 단골들하고 말 몇 마디 섞는게 제일 즐거웠지. 내 친구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이제 그 사람들이 아빠가 되가지고 아들을 데리고 오곤 해. 세대 간에 전통처럼 이어진다는거 참 멋있지 않아?

  나야, 1940년대는 아름다웠느니 어쩐다니 하고 떠드는 불쌍한 늙은이가 아니야. 그 시대가 무슨 황금기처럼 좋았다고 떠드는 인간들이 있는데 말도 안 돼. 내 얘기 들어보면 알게 될 걸. 사람들이 프로그램 하나 집으려고 밀고 당기고, 또 가끔은 도둑놈까지 있었지. 그때는 소위 '폭격 후 심리'라고 해가지고 그런 걸 행복하게 하던 놈들이 있거든.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은 착했어, 그리고 가끔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뛰쳐 나가서 그 놈을 쫓아가서 잡아 넘어뜨리거나 해가지고 귓방망이를 한 대 날리기도 했어. 내가 다 부끄러웠던 적도 있지. 하루는 어린 놈 하나가 프로그램 10권 정도를 집어가지고 튀는데 마침 딱 경찰하고 마주친거야. 근데 그 경찰이 하필이면 그놈 형이더라고. 그날 그 집 저녁상 꼴 참 볼만했을텐데.

  그때는 해적판 프로그램 파는 놈들을 조심해야했어. 흔한 일이었거든, 게다가 프로그램이 낡은 흰 종이나 붉은 종이로만 인쇄되었기에 만들기도 쉬웠고. 희미하게 인쇄된다던지 그런걸로 구분이 가긴 했지만. 만약 구단 직원이 꾸러미에 해적판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 거야. 당시에는 '델 보이'처럼 어슬렁거리던 놈들이 참 많았어. 전쟁이 끝나고도 여지없이 사기꾼 노릇밖에 할 수 없었던 거지. 결국에는 다들 걸려서 잡혀들어갔어.

  나는 아스날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으니까 꾸러미 안의 책자들을 다 팔고 나면 나도 경기를 보러 갔지. 길에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었고, 관중들이 가지고 가는 다른 쓰레기도 많았지. 생각해보니 정말 이상했던건, 막상 내가 프로그램을 읽어본 적이 없더라. 솔직히 경기 보는 것이 글자 읽는 것보다 훨신 재밌잖아. 나중에 구단이 버는 만큼 수수료를 물리자 나는 결국 일을 관두고 말았지. 하지만 스타디움으로 몰려들어가는 사람들은 평생 못 잊을 광경이야. 나는 그 관중들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경기 있는 날에 그 동네에 있는 것은 행복했지. 토요일 오후만 되면 하이버리는 세계의 중심이었어."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새천년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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