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40년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

느 곳의 사회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축구계에서도 여성은 비교적 최근까지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축구 서적들은 (팬들의 추억을 모으기 보다는) 구단이 치른 경기에만 집중한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이 경기장에 갈 때 혼자 가거나, 동성 친구들과 가기 보다는 '남자들을 따라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극장의 뉴스나 TV 카메라는 경기 날 풍경을 찍으면서 팬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보다는 꾸준히 피치 위의 일에만 전념했다. 결국 한 10년 전까지,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축구 경기를 보러 간다고 말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다시 1930년대 이야기를 하면, 여성들은 축구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조지 메일이 기억하기로는, 홈 경기에서 젊은 여성들이 왕왕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클리프 바스틴과 에디 햅굿이 슥 보고 지나갔다고 한다. 메일이 말했다. "한번은, 어느 소녀가 클리프의 뺨을 쪽쪽 빨았어요. 클리프 답게도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갔었습니다. 또 다른 한 번은, 그 친구가 하이버리 근처의 거리를 돌아가는데 여자 애들 둘이 그를 붙잡고 아스날 경기 결과를 물어봤어요. 그가 아스날이 이겼다고 알려주니까, 여자 애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꺄악, 아스날이 리그 1등이다.' 하고 도망갔어요." 테드 드레이크도 기억하고 있었다. "노부인 한 분이 알렉스가 터널에서 나가고 있는데 그 옆에 서가지고 '알렉스, 사랑한다우.'라고 소리를 치셨어. 그에게 자주 꽃다발을 안겨주곤 했지. 허버트 감독님 아래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그 분 이름도 알고 있었지. 릴(Lil)이었을거야."

  전쟁 전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경기장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셀리아 라팔새디아(Celia Raparsadia)씨가 회상했다. "여자애들이 종종 있었어요. 여자들도 멋대로 해도 되는 공간이잖아요. 축구장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소리를 질러도 숙녀답지 못하다고 혼을 낼 부모님도 없고. 문제는 화장실이었어요. 여성용 화장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잖아요. 사내들이야 급하면 아무데나 싸도 됐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은 어떡해요. 게다가 당시에는 시집도 일찍 가고 아이도 일찍 낳았잖아요, 생각을 해 보세요, 아이는 누가 돌보나요? 남자들이 경기장에 가 있는데, 아가들은 누가 돌보나요? 게다가 축구는 거의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지, 술 마시고, 욕 하고, 담배 펴대고, 잔소리 하는 부인들도 없으니까요. 그때는 세상이 달랐어요. 전쟁 전에는 남자들의 전유물에 침입하고 그러지 않았으니까."

  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사회의 고정관념이 바뀌어 가기 시작한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다수의 남성들이 싸움터로 나갔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을 할 여성들이 필요해졌다. 전쟁이 끝나고, 전쟁 전에 그랬듯이 새장 속 새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여성은 없었다. 셀리아 라팔새디아 씨가 계속 덧붙였다. "전쟁이 끝나기 2년 전부터, 핀치레이에 있는 군수품 공장에서 일했다우. 나는 아직 미혼이었고, 수입도 짭잘했지. 나 혼자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기분이 좋았어요. 30년대에는 아스날 경기를 딱 두 번 보러 갔었어요. 여자들이 몇몇 있기는 했는데, 거의 남정네들이 끌고오다시피 한 거에요. 전쟁이 끝나고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이 가기 시작했어요. 전쟁때문에
하라고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게지. 핀치레이의 공장에서 같이 일한 친구 다섯 명이서 경기를 보러가곤 했어요. 경기 전에 펍에 잠시 들려가지고 맥주 한 잔씩 들었지요. 바텐더는 우리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였을거에요. 맥주 한 잔 걸치고 축구를 보는 여자들이라니? 아마 처음 보는 꼴이었겠지.

  하지만 1950년대에 들어와서는, 뭉쳐서 오는 여자들이 점점 많아졌지요. 들리기 쉬운 곳이 된 것도 있어요. 전후 축구 열기가 조금 잦아들어서, 관중수도 살짝 줄었기에 스탠드에도 설 공간이 조금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축구는 상당히 남성적이었지요. 런드리 엔드에 앉아있으면 담배 연기가 구름 같이 많이 떠 다니고, 맥주 냄새가 진동을 해요. 내 생각에 여기에도 저기에도 넘치는 남성 호르몬 때문에 여성들이 경기장 오기를 꺼렸던 것 같아요.

  보통은 클락 엔드에 있었지만, 종종 런드리 엔드에 가기도 했어요. 런드리 엔드는 소란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지요. 주로 동네 목수나 배관공들이 이곳에 서 있어서 그곳을 '워킹클래스 엔드'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클락 엔드가 훨씬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일단 역이랑 가깝고, 허트포셔나 버킹검셔 같은 곳에서 오려면 돈이 왕창 들지 않겠서요. 노스 뱅크야 이슬링턴에서 바로 들어가면 되지만. 처음에는 남자들이 멍청한 야한 농담을 마구 해댔어요. 그러다가 몇몇이 이렇게 떠드는거지. '계집들이 여기에 있네.' 혹은 비비 꼬면서 차 한 잔 좀 끓여 달라든가 저녁찬을 마련해 오라는 말을 했지요. 그러면 이제 과보호해 주려는 남자들이 나타나서, 모두 욕설을 퍼붓는 것을 멈추게 할 차례가 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요. '지금 숙녀 분들이 있잖소.' 의도는 참 좋은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남자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인지 보여주기도 했지요. 하이버리의 여성들하고 어찌 지내야 할 바를 몰랐던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리가 두 개 달린 것도 아니었고 참.'

  전후 하이버리에 가는 여성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사회적 변화는 아니었다. 1949년, <이슬링턴 가제트>의 기사에 따르면 전쟁으로 집을 잃었던 수천명의 이슬링턴 거주자들이 다시 이슬링턴 구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전쟁 포로였던) 이탈리아 인들의 유입, 그리고 그리스 인들과 사이프러스 인들도 자리를 잡아갔다. 셀리아 라팔새디아 씨가 회상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동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게 피부에 와닿아요. 오래된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이탈리아 사람들과 그리스 사람들의 가게가 문을 열었지요. 이탈리아 빵가게와 파스타 가게가 지천에 깔렸었다우.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도 아스날 경기를 보러 왔어요. 우우리팀 관중들은 옛날에도 꽤 국제적이었어요. 하루는, 경기 보러 갔는데 아주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가 옆에 서 있는 거에요. 그래서 바로 말을 걸었어요. 그가 지금 내 낭군이라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스탠드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에요. 하나 더 말하면 1950년대 초에는, 하이버리 공식 주제가 비슷한 것이 있었어요. '닻을 내리고.'라고 했지. 그 시절에는 관중들이 조금 딱딱했고, 런드리 엔드에서 노래를 시작하는건 늘 이탈리아계 사람들이었지요. 라틴계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 하잖아요. 가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노래 부르자고 졸라대곤 했어요.
그러면 그들이 이렇게 대답을 해요 '그러면 한 번 불러 볼까.' 그때 사람들은 매우 조용했어요.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하고 우리 여자들 없이, 남자들은 입 한 번 뻥긋 안하고 경기만 봤을걸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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