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개좆?

1993-94 시즌 개막 쯤, 조지 그레이엄의 아스날은 피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라이더슨과 옌센이라는 두 명의 스칸디나비아인과 사인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신의 사망 보증서에 사인한 셈이 되었다. 팀의 경기 스타일이 비판받았다. 새로 지어진 노스 뱅크의 개장은, 그레이엄이 이끄는 아스날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하였다. 새로운 기술로 지어지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심지어 다양한 음식까지 파는 새로운 노스 뱅크는 시즌 개막전인 코벤트리 전에서 공개되었다. 아직 전좌석제 공사가 끝나지 않아, 클락 엔드와 같이 콘크리트와 시멘트 조각들이 널려있었다. 경기장이라기보다는 공사판에 가까웠다. 어쨌거나 전좌석제 시대는 도래했으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한 팬이 데이비드 데인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굳이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면 이쪽 스탠드(노스 뱅크)에는 않지 않겠소. 개좆 같잖소."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노스 뱅크 2층으로 기어 올라가, 믹 퀸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아스날을 3-0으로 박살내는 광경을 훤히 보게 되었다.

  아스날 팬 조지 탈봇이 전좌석제 시대의 개막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20년간 입석에서만 경기를 봤습니다. 경기장에서 앉는 것을 싫어했어요. 새 스탠드가 멋진 것은 인정합니다. 베이글이나 나초 같은 것도 먹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옛날에 주던, 빌어먹을 플라스틱 용기에 손만 갖다 대면 손이 데이는 인스턴트 커피 같은게 아니고, 정말 맛있는 커피와 차를 팔았으니까요. 경기장에서 악단 공연도 하고, 아이들을 불러서 페널티 킥도 차게 해주더라구요. 부인이나 아이들을 데려오면 아빠의 입장이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좀 이기적인지는 몰라도, 아 물론 테일러 보고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축구가 가족적인 스포츠가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저는 축구는 멋지고 점잖은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으니까요. 하이버리는 평일 동안 짜증나는 손님들에게 실컷 시달린 이후 와서 소리지르고 욕도 하는 곳이었어요. 코벤트리 전에서 저는 믹 퀸이 두 번째 골을 기록햇을 때 바로 앞에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스탠드 바로 앞까지 왔지요. 제가 그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씨발 '스핏 더 덕'은 어디다 버리고 왔냐?' 그 사람이 그때 TV에 나오던 밥 카롤지스를 참 닮았잖아요. 어쨌거나 그러니까 그가 절 보고 씩 웃더니 손가락을 들어올리데요. 나참, 그래도 결국 최후의 승자는 그였잖아요.

  입석이었다면, 저와 같이 욕 한 바가지 퍼부었을 남정네들하고 같이 서 있었겠지만, 아이들을 데려온 아주머니 한 분이 저를 노려보대요. 제발 언어의 수위를 낮춰달라고 말하더니, 자기 아이들에게 스핏 더 덕이 누구인지 30분 동안 설명을 하대요. 경기는 안 보구요. 문제는 제가 그 말에 얼마만큼 따랐는지 상관 없이, 저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그리고 최소한 그 경기 동안은 같이 노래 부를 사람도 없었구요. 마지막에 그 아주머니가 퀸이 나한테 손가락 욕을 한 것을 말했는데, 아니 이 나라에서 축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근사한 것도, 달콤한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경기 결과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 축구가 계속 이럴까 싶어 걱정이 들었습니다. 맨유나 첼시랑 할 때는 옛날처럼 분위기가 잡혔지만, 대개의 경기에서는 경기장에 좀 안전해지기는 했어도 날카로움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죽은 것이죠."

  아스날은 절망적인 10월을 보냈다. 올드햄이나 노위치 같은 팀들에게 4번 연속 무승부를 거둔 것이다. 조지 그레이엄이 유럽 대회를 위해 선수들을 쉬게 했다는 것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진이다. 기자회견에서 그레이엄은 컵 위너스 컵이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였다. 한 달 후, 그는 노위치와의 홈 경기가 오덴세와의 컵 위너스 컵 경기보다 덜 중요하다면서 대충 치렀다. 유럽대회에 대한 열망은 기릴 만 하지만, 평균 15파운드를 내고 경기를 보는 노스 뱅크의 팬들에게 무전술이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그중 몇몇은 노위치전의 끔찍한 무승부 때 현수막을 내걸었다. '먹은 돈 도로 뱉어라.' 약정제 논란에 대한 함의가 숨어져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경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까?

  조지 탈봇이 당시 분위기를 말했다. "축구가 이제 더 이상 저렴하지 않잖아요. 구단에서는 우리가 돈을 많이 내길 바라니까, 그러면 그만큼 즐겁게 해줘야죠. 상황이 변했어요. 이제 더 이상 안주 값 정도 내고 들어가서 젖은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경기보는 것이 아니니까요. 심지어 들어갈 권리를 사기 위해 돈을 더 내라고 하니, 당연히 재밌는 축구를 해야지요. 중산층 관중이 늘어나고, 옛 노스 뱅크 단골들이 빠져나간 탓도 있지요. 약정제 사건 이후 다시는 하이버리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을 열 명은 알아요. 돈 낸 이상을 보고 싶어하니까요."

  4월에 열린 맨유와의 홈경기는 멤버쉽 카드 제도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시즌 도중, 암표상인이 티켓을 한다발 사들여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았다. 맨유전에는 런던의 맨유팬도 아닌, 맨체스터 사투리를 쓰는 맨체스터에서 온 맨유팬들이 노스뱅크에 수천명이 있었다. 암표상들에게 표를 사온 것이다. 그해 모든 홈경기를 보러갔던 아스날 서포터들은 화가 나 경기장을 둘러쌌지만, 결국 맨유전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앤디 다니엘스에 따르면, 그 경기에서는 90년대 중반 상품 판매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맨유전은 이상했습니다. 에릭 칸토나가 토니 아담스와 충돌하다가 일주일에 두 번 씩이나 퇴장당하고 말았죠.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아스날 팬 만큼이나 맨유 팬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안 라이트가 경기 종료 직전에 골을 넣어 우리가 3-2로 이기자, 관중석에서는 패싸움이 벌어질뻔 했습니다. 클럽이 며칠 후에 멤버십 카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이죠. 사실 저는 다른 일 때문에 놀랐습니다. 제 옆에 점잖은 사내가 앉아있었는데, <패스트 쇼>
에 나왔던 아스날 팬을 똑 따다 닮았습니다. 경기장 안보다는, 자기 쇼핑 백 안에 더 흥미가 있어보이더군요. 보아하니, 아스날 매장에서 사올 수 있던 건 다 사왔던데요. 컵, 비디오, 포스터, 하여간 다 있었어요. 웨스트 앤드 쪽에서 암표를 샀다고 했고, 주말에는 첼시 경기 보러 스탬포드 브릿지에 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 잘못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게 하이버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했어요. 관객층이 급속도록 중산층화되고 부유해졌어요. 경기장에 들어가거나 상품을 살려면 큰 돈이 있어햐 하니까요. 90년대 중반에 클럽은 이런 팬들을 원했던 거지요. 그런 팬들이 결코 마음을 다 담아서 응원할 것이라곤 생각치 않아요. 시대가 변했지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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