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90년대-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

90년대 중반,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독특한 분위기를 띄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에릭 칸토나가 경기장에 있든 없든 그에게 관심이 쏠렸다. 1992-93, 두 팀의 0-0 무승부에서 언론들은 당시 강 영입된 그가 이스트 스탠드에 앉아 경기장을 지긋이 노려보는 장면에 주목했다. 두 팀이 그 다음에 맞붙어 2-2로 비겼을 때는, 칸토나가 토니 아담스에게 파울을 저질러 퇴장당했다. 일주일에 두 번 퇴장당하고 만 것이다.

  1997년 하이버리에서 이안 라이트(그는 맨유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었다.)와 피터 슈마이켈(Peter Schmeichel)이 맞붙자, 두 팀의 마찰이 처음으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경기가 5분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두 선수는 공을 차지하려 서로 달려들었고, 결국 공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이후 아스날이 2-1로 지고있을 때, 주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트는 양발로 슈마이켈을 걷어찼다. 슈마이헬은 아파하며 굴렀다. 라이트는 퇴장당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심판은 경고 한 장으로 끝냈다. 그러자 맨유의 주장인 로이 킨이 달려와 이안 라이트와 언쟁을 벌였다. 아스날은 경기에서 졌고, 벵거 부임 첫 시즌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스카이 텔레비전에서는 아스날이 앞으로 몇 년 안에 맨유 천하를 끝낼지도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벵거와 퍼거슨 사이의 충돌도 시작되었다. 벵거가 일정이 맨유에게 맞게 수정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퍼거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 인간은 맨유 얘기 말고 이안 라이트 성깔이나 어떻게 해보라고 해." 스티브 모로우가 회상했다. "라이트와 슈마이켈의 충돌은, 윈터번 대 맥클레어 2탄이었습니다. 두 선수 다 투쟁심이 강한 선수들이었는데요. 일단 슈마이켈은 공격수가 골을 넣는 것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고, 라이트는 한 골도 못 넣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있는 상태녔습니다."

  1997년 11월, 다시 아스날 대 맨유. 퍼거슨이 이끄는 맨유는 저번 시즌이 끝나고 은퇴한 칸토나의 대체를 찾지 못해 고생하고 있었다.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들어온 스트라이커는 아스날 팬들의 적이 되가고 있었던 테디 쉐링엄(Teddy Sheringham)이었다. 아스날 팬 이안 제솝(Ian Jessop)이 말했다. "우리가 싫어한 모든 맨유 선수들 중에서도 쉐링엄은 단연 최악이었어. 왜? 일단 토튼햄에서 뛰었으니 토튼햄이라는 꼬리표가 붙잖아. 두번재, 다 들으라고 공공연히 '아스날이 싫다'라고 떠들어대니 그렇지. 정말 그걸 말을 한다니까! 그 이후부터 하이버리만 오면 야유를 듣게 된거야. 세번째, 언제나 우리 상대로 골을 넣었어. 스퍼즈, 맨유, 포츠머스
…. 언제나 우리 상대로 넣는 거야. 마치 리버풀의 로비 파울러(Robbie Fowler) 같달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 이건 꼭 빼먹지 말고 적어놓아요. 축구를 못하지도 않잖아! 대니 밀스(Danny Mills) 같은 놈들 빼면 못하는 놈들은 뭔 짓을 해봤자 신경도 안쓰거든!"

  경기 시작 전에 맨유는 승점 4점을 앞서 있었다. 언론들은 대개 맨유가 승리를 챙길 것이며, 우승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거머쥘 것이라고 점쳤다. 프티와 베르캄프는 출장 정지되었고, 이안 라이트의 실력은 급격히 사그러드는 아스날의 상태는 전혀 좋아보이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온 크리스토퍼 레(Christopher Wreh)가 말했다. "당시 조금 부진했는데다가, 맨유전은 큰 경기였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필요한 때였죠.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이 없더라도, 여전히 경험 많은 잉글랜드 수비진이 있었죠. 그런 경기에는 경험이 필요해요.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저를 놀라게했어요. 아스날과 스퍼즈의 대결이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맨유전은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였습니다."

  맨유 선수들은 클락 엔드 쪽에서 몸을 풀었다. 30년간 클락 엔드에 앉았던 폴 더못(Paul Dermott)도 팬들이 맨유 선수들에게 가한 야유에 놀랐다고 한다. "제가 하이버리에서 들어봤던 야유 중 가장 격렬했어요. 슈마이켈이 맨유 선수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클락 엔드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야유를 지르고 손가락 욕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우리 대부분이 '피터 슈마이켈은 병신, 병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어깨 위로 무언가 날라갔어요. 그러더니 슈마이켈의 어깨를 치고 내용물이 쏟아졌지요. 과자 봉투더라구요. 그리고 팀 명단이 발표가 되는데, 쉐링엄이 출장하는 거에요. 바로 노래가 나왔죠. "오, 테디, 테디, 맨유에 갔지만 넌 여전히 병신이구나." 한 5분은 불렀을 걸요. 대형 화면에 퍼거슨의 얼굴이 나왔어요. 이제 관중들이 바로 그에게 야유를 쏟기 시작했죠. "꺼져라 퍼기, 꺼져라 퍼기." 그가 스크린을 쳐다보대요. 사람들이 그쪽을 쳐다보는 것을 아는 거죠.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어요. 뭐 우리가 한 것이 현명한 행동은 아닙니다만, 잊을 수없는 날이기는 했습니다.

  포병대는 처음부터 맨유를 몰아붙였다. 먼저 패트릭 비에이라가 선취골을 넣었다. "공이 와서 그냥 힘 닿는 대로 강하게 찼어요. 보통은 관중석으로 날라가는데, 그때는 차는 순간 느낌이 오더군요. 관중들은 열광했어요. 그래서 저는 관중 쪽으로 달려나가면서 무릎으로 쭉 미끄러졌는데, 그만 인대가 찢어지고 말았죠. 멍청했어요." 다음에는 니콜라스 아넬카가 아스날에서 첫 골을 기록했다. 아스날이 2-0으로 앞섰다. 크리스토퍼 레가 회상했다. "폭풍처럼 시작했고, 맨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그쯤 완전히 미쳐있던 관중들 덕에 이것이 잉글랜드 축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거에요. 맨유 같은 팀들은 언제든지 점수를 얻어낼 수 있는 팀이었고, 하프타임에는 이미 동점이었습니다." 테디 쉐링엄이 두 골을 우겨넣어 2-2가 되었다. 두번째 골을 넣고는 그의 셔츠에 키스하고 노스 뱅크 쪽으로 웃으며 달려갔다. 후에 팬 네 명이 경기장 직원에게 청원을 넣었다고 하고, 팬 한 명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노스 뱅크 단골인 톰 루이스(Tom Lewis)가 말했다. "내가 쉐링엄을 싫어하기는 하는데, 그런 거 하는 사람도 이해를 못하겠어. 경기 내내 '개자식'이라고 불렀으면, 그놈이 골을 넣으면 자기도 복수를 하고 싶을 거 아냐. 이 나라의 문화가 바뀌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그 신고한 팬들은 무엇이 선수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 생각해봐야지. 쉐링엄은 길거리에서도 아스날 팬들에게 욕을 먹었다고 하더라. 아니 선수들에게 길거리에서도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90분 동안 피치에 서있을 때는 아무거나 해도 되잖아!"

  경기 종료를 몇 분 남기지 않고 데이비드 플랫이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했던 그는 팀메이트들이 그에게 올라타고 있는데도 경기장을 빙빙 돌았다. 어린 시절 맨유에게 방출당한 그는 저조한 활약 때문에 하이버리에서 별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진정한 영웅이었다. 아직 시간은 남아 맨유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몰아붙었고, 크리스토퍼 레는 완벽한 찬스를 놓쳤다. "완벽한 찬스였어요. 제게 공이 왔고 골을 넣고 이름을 남겨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균형을 잃었고, 완벽한 찬스에서 그만 밖으로 날려먹고 말았어요. 관중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곧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어요. 졌더라면 승점 7점차가 날 뻔 했죠. 아지만 이제 1점 차였어요. 맨유같은 팀을 꺾으면 팀의 사기가 확 올라가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신년이 될때까지 계속 부진했어요. 하지만 맨유전 승리는 결국 시즌 끝에 가서 중요해졌습니다. 맨유전은 승점 6점짜리 경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이 경기장 밖으로 나서는 와중에, 폴 더못은 스크린이 다시 한 번 알렉스 퍼거슨을 비추는 것을 보았다. "관중들이 다시 야유를 주었습니다. 라이언 긱스(Ryan Giggs)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위로를 하고 잇더군요. 그리고는 경기에 지면 꼭 하는 일을 했어요. 우리의 예쁜 금잔디에 껌을 뱉는 거에요. 아 제발 다시 주워가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팬들을 쓱 쳐다보니, 뭐라 지껄이면서 성질을 내며 사라지더군요. 선수들의 대치상황이 없어도, 이제 우리는 맨유에 맞설만한 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패트릭 비에이라가 평했다. "아스날과 맨유의 경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어느 측면으로 봐도 그랬어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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