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바바붐(2)

1960년대 초, 아스날 대 스퍼즈는 하이버리의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경기였다. 아스날 팬 브라이언 도스(Brian Dawes)가 회상했다. "저는 헤링에이(Haringay)에서 자랐는데, 애들이 편갈라 놀 때도 아스날 대 스퍼즈로 나누어서 했어요. 1963년에 하이버리에 갈 때는, 참 여유가 많았어요. 뭐 한 블록 빙 줄이 늘어서 있기는 했지만. 아스날 대 스퍼즈는 다른 경기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때 우리 팀의 위상은 지금같지 않았어요. 아스날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카 같은 팀들과는 만날 일도 없었고, 유럽 여행도 지금처럼 싸지 않아서 정말 다른 별에서 온 팀들 같았죠. 처음으로 묻는 질문, 그러니까 경기일정이 나오면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은 이거에요. '우리 스퍼즈랑 언제 붙지?'"

  60년대에 더비 경기를 여러차례 뛰었던 조 베이커가 회상했다.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어씁니다. 팬들이 와가지고 절대 지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거든요. 한 해 남은 시간 동안 인생이 비참해진다구요. 그때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당시 스퍼즈는 더블을 했던 강한 팀이었습니다. 그때 스퍼즈는 말 그대로 예술 축구를 한다고 하였고, 아스날은 끔찍하게 싸우는 기계같은 팀이었습니다. 아스날에 대해 너무 박한 평가가 아니었나 싶어요. 하지만 당시 스퍼즈가 더 낫긴 했습니다."

  최근에 스퍼즈는 하이버리로 원정와서 참패를 하거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무승부를 거두는 것이 전부였다. 지난 여름에 솔 캠벨이 화이트 하트 레인을 떠나 아스날로 와서 분위기는 더욱 가열되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북런던 더비를 보는 관점은 조금 달라졌다. 에두가 회상했다. "아스날에 영입되면, 모든 경기가 중요한 경기가 다 중요한 경기고, 어느 팀이나 우리를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린 아스날이니까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거대한 경기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맨유전이나 첼시전, 그리고 유럽대회가 아닐까 싶네요. 스퍼즈 경기도 크긴 합니다. 잉글랜드 축구는 지역 라이벌들의 역사를 빼놓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열정도요. 하이버리는 스퍼즈가 오면 굉장히 시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스퍼즈는 타이틀에 도전하거나 그러지 못했습니다만, 마틴 욜(Martin Jol)이 부임한 이후에는 약간은 위협적이 되었습니다. 경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2년 전만 해도, 스퍼즈에게 그런 일은 없었고, 날카로운 라이벌 관계는 줄어들었습니다. 아스날이 압도적이었으니까요."

  아스날 팬 데이브 실버(Dave Silver)가 회상했다. "아스날과 스퍼즈의 대결은 지역적이죠. 이웃끼리 싸우는 셈이에요. 지난 15년간 아스날이 스퍼즈보다 좋은 팀이기는 했찌만,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경기입니다. 좀 남쪽에 살면 스퍼즈 팬들과 일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려면 절대 지면 안되죠. 울위치 아스날이 런던으로 왔을 때부터였어요. 스퍼즈 서포터들은 자신들만이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흰색 셔츠까지 포함해서요. 우리 축구하고 선수들 보고는 '못 생겼다'라는 칭호를 붙이구요. 헨리 노리스가 1918년에 스퍼즈를 속여 강등시켜버린 이후부터는, 우리가 언제나 자신들에게 사기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피해의식이 정말 강해졌어요. 우리가 스퍼즈보다 멋진 축구를 하니까요. 특히 솔 캠벨이 이쪽으로 온 이후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컵이나 리그 우승 경쟁에서 떨어질 때밖에 즐거울 일이 없어요. 우리가 잘나갈 수록, 그들의 분노와 좌절이 느껴집니다. 조지 그레이엄이 자기들 감독으로 들어오자, 재밌는 축구를 한다는 자부심에도 상처를 입었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글렌 호들(Glenn Hoddle)이 왔고, 그 사람들이 '우리들의 토튼햄이 돌아왔다네'라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호들 아래서는 뭔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나봐요. 그래서 2002년 10월, 사기가 아주 하늘을 찌르는 채로 하이버리에 왔습니다!"

  토요일 3시 경기였고 분위기는 첨예했다. 솔 캠벨에 대한 응원가가 많았다. 토튼햄 팬들은 '유다'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아스날 팬들은 '우리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캠벨을 데려왔다'와 '화이트 하트 레인의 멍청이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지만, 솔 캠벨은 더블을 얻었다'며
원정팬들에게 사실을 주지시켰다. 경기 시작부터 아스날은 토튼햄을 짓이겼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실뱅 윌토르(Sylvain Wiltord)가 발리슛을 성공시켰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10분 후, 티에리 앙리가 아스날 진영에서 공을 몰고 나와 스퍼즈 미드필더 전부를 제쳐내고, 매튜 에더링턴(Matthew Etherington)을 속이더니, 골키퍼 캐지 켈러(Kasey Keller) 옆으로 공을 박아넣었다. 앙리는 광인처럼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을 한참 동안 달려나가 스퍼즈 팬들 앞에서 무릎으로 미끄러졌다. 에두에 말에 따르면 스퍼즈 팬들은 "…앙리보고 빨리 꺼지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앙리는 진정하고 나서, 그의 세레모니에 대해 섦여했다. "골은 멋진 골이었지만, 관중들이 모두 열광하고 있었고 북런던 더비라는 요소도 고려해보면 이 골은 보통 골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하루종일 기뻐하라면 그럴 수도 있었지만, 동점골을 먹으면 바보처럼 될게 뻔하기에, 집중력을 빨리 되찾아와야 했습니다."

  스퍼즈 미드필더 사이먼 데이비스가 패트릭 비에이라에게 반칙을 범하고 퇴장당하자, 아스날은 추가골 사냥을 시작했다. 앙리의 도움으로 윌토르와 융베리가 골대 근처에서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3-0으로 마무리되었고, 아스날 팬들은 떠나는 스퍼즈 팬들에게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불렀다. '너네들 토튼햄 정말 돌아왔네' 데이브 실버는 경기 결과에 기뻤다. 특히 성 토터링햄의 날(St Totteringham's day)가 3월 앞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성 토터링햄의 날은 기념일이긴 한데, 매년 날짜가 바뀔 수 있는 기념일이에요. 스퍼즈가 리그에서 산술적으로 아스날을 넘어서지 못하게 되는 날이지요. 최근 몇 년간 더 앞당겨지고 있어요. (2005년 12월 시점에서) 현재 최고 기록은 3월 13일이죠. 10경기나 남았는데 산술적으로 우리가 더 앞선다는 것이에요. 다만 앞으로 몇 년간은 이 날이 점점 뒤로 밀릴까봐 걱정이에요. 사라진다면 더 끔찍하겠죠. 성 토터링햄의 날은 1994-95 시즌부터 영원히 있어야해요"

  앙리의 놀라운 골은 유럽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에두가 설명했다. "전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위성 텔레비전으로 그 경기를 보았을 겁니다. 앙리가 훌륭한 재능인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토튼햄 전 그 골은 그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얼마 후, 르노 클리오 광고에 나와서 캐치프레이즈인 '바바붐'을 말하기도 했구요. 그 경기 끝나고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겨야 했을 경기를 너무 많이 내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팀의 핵심은 남아있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습니다."

  그날 오후 아스날 팬들은 하이버리를 나오며 새로운 응원가를 지었다. "우리에게는 세계최고의 선수가 있다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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