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권력 이동

2003년 5월,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타이틀을 내주었지만, 아스날 측에서는 타이틀을 놓친 것을 굉장히 아쉬워했다. 올레그 루즈니가 회상했다. "일단 우승한 맨유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맨유는 횡재한 거예요. 우리가 날려먹었기 때문에 차지한 거라구요. 실패요인은 몇 가지 있었죠. 부상도 있었고 기세가 꺾인 것도 있구요. 아르센 벵거의 말이 잘못 인용된 것을 가지고 우리가 거만했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신문에서 무패우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했어요. 리즈 유나이티드 전에서 3-2로 지면서 우승이 결국 좌절되었습니다. 우리는 꽤 잘했지만, 리즈는 강등을 면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키웰가 비두카가 너무 잘했어요. 우리는 절망했지만, 지금 이 선수들과 함께라면 복수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비에이라, 피레스 앙리와 함께라면 이제 하이버리로 권력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구요.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어요."

  올드 트래포드에서 하이버리로 '권력 이동'이 일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스날 팬 프레드 라이트가 말했다. "그러니까 비두카한테 '호주 돼지야'라고 외칠 때부터 안될 것 같았어요. 경기 초반 코너킥을 받아 넣고 우릴보고 씩 웃더군요. 자극을 받아서 간만에 잘 뛰더군요. 평소에는 게으른 편이었는데 그날은 경기내내 우리를 괴롭혔어요. 나중에 리즈와 비길 것만 같았던 순간에, 비두카가 시먼 옆으로 공을 굴려넣고 환호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요. 맨유가 우승했고, 리즈는 잔류했어요. 우리는 망했구요. 맨유를 거의 다 몰아넣었어요. 그들을 끝장내고 런던으로 권력이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풀어주고 말았어요. 하지만 권투의 판정승처럼, 우리가 맨유의 전성기를 끝장냈다고 믿었죠. 그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로 들어왔고,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구너>에 존 스펄링이라는 사람이 매우 잘못되고 거만한 기사를 썼다. "팀스피릿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아스날 팬들은 걱정할 것이 없다."라며 동시에 "포병대는 앞으로 몇 년동안 첼시를 비웃을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편집장 케빈 휘처는 전혀 다른 예측을 했다. "첼시의 힘은 밀물과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큰 위험이 될 것이다." 첼시의 구좌에 아브라모비치의 수조원이 들어갔을 당시 아스날 선수단의 분위기를 에두가 설명했다. "이 엄청난 돈이 잉글랜드 축구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죠. 하지만 선수들은 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2년 정도면 위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구요. 옳은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에게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맨유와 아스날의 양강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것도 분명했죠. 그런 거대 자본을 들여오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냐는 것은 각자 판단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우리는 2003-04 시즌에, 최소한 리그에서는 잘 대처했습니다."

  2003년 10월 처음으로 새로 금칠한 첼시와 붙게 되었다. 에두가 찬 프리킥이 수비를 맞고 들어가 1-0이 되었지만 이내 에르난 크레스포가 공을 휘어넣어 동점이 되었고, 첼시가 13년만에 하이버리에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을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에 카를로 쿠디치니의 실수를 티에리 앙리가 박아 넣어 아스날은 2-1로 승리하고 리그 선두가 되었다. 아직까지는 아스날이 건재했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사람들은 아브라모비치로 술렁이고 있었다.

  아스날 팬 폴 콜린스는 이제 첼시가 프리미어리그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겼다고 한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했을 때, 빚 좀 갚아주고, 비싸기만 하고 실속은 없는 선수들을 사오기를 바랐죠. 첼시가 늘 하던대로요. 하지만 웨인 브릿지나 다미엔 더프 같은 선수들을 사오기 시작하자 아스날에게 좋지 않다고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첼시가 돈을 퍼붓지 않았으면 아슨라이 사올만한 선수들이잖아요. 특히 새 경기장이 벵거의 행보를 크게 제한하고 있었으니까요. 첼시가 지금 당장이나 다음 시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해내겠구나 싶었지요. 10월에 붙었을 때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팀이었더군요.

  그렇다고 그들 팬들 헛바람이 빠지지는 않죠. '경기장 사줄까?'라든가 '돈이 넘치네' 같은 응원가를 불렀어요. 졸부 티가 확 나요. 우리는 '흑백 텔레비전 시절에 리그 우승 했다지', '첼시에게는 역사가 없네', '거지였을 때는 땅파먹고 살았니?' 같은 답가를 불러주었어요. 우리가 경기를 이기고 나니 대답이 오지 않더군요. 그 시점에서는 경기장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었거든요. FA컵에서 붙을 때도 그랬어요. 아드리안 무투가 첼시의 선제골을 넣었지만,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가 경기장을 휘저었고 결국 우리가 2-1로 승리했습니다. 첫 골이 특히 멋졌지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게다가 '알거지'라는 아스날이 그런 돈을 부어 데려온 선수가 첼시 팬들의 입을 막은 것이죠. 멋진 경기였지만, 슬슬 따라잡히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1차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1-1로 비기고 말았고, 평론가들은 우리가 또 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걱정이 됐어요. (하이버리에서) 세 번째 붙는 건데, 이번에는 저쪽에 운이 따르지 않을까 싶더군요."

  4월에 열린 8강 2차전, 이 시즌에만 다섯 번째 만나는 것이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에두와 패트릭 비에이라의 골로 아스날이 2-1로 승리하였다. 에두가 첼시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회상했다. "이제 아스날이 마침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할 때였습니다. 때도 알맞고, 원정골도 넣었으니 경기는 우리가 주도해야 하는 법이죠. 하지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팀을 잘 추스렸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우리처럼 압박감이 없는 팀이었습니다. 그냥 와서 경기만 잘하면 되니까요. 첼시는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이런 단판전이라면 우리를 이길 수도 있었죠. 전반전 종료 직전에 우리가 레예스의 골로 앞서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템포를 너무 올렸다가 쐐기를 박지 못했습니다. 첼시는 한 골만 넣으면 됐고, 우리보다 가진 카드가 더 많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바로 며칠 전에 FA컵 4강전에서 맨유에게 졌어요. 후반전에 아르센은 우리보고 조심하되, 쐐기를 박으라고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공격을 너무 좋아했고, 첼시는 후반전을 굉장히 침착하게 치렀습니다. 후반전은 실망스러웠죠."

  아스날이 후반전에 골을 넣기 위해 분투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그때 첼시의 클로드 마케렐레가 중거리를 때렸고, 옌스 레만이 이를 튕겨냈으나 프랭크 램파드의 발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램파드는 가볍게 밀어넣었다. 지친 아스날 선수들은 반격하지 못했고, 경기종료 3분 전, 웨인 브릿지와 아이두르 구드욘센이 원투패스로 전진했고 브릿지가 골망을 흔들었다. 폴 콜린스가 회상했다. "수백만 개의 생각이 머릿속으로 몰려드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이스트 스탠드에서 브릿지가 공을 가지고 득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모든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스날이 더 이상 경기를 뒤집을 방도가 없었어요. 브릿지가 골을 넣는 순간, 클락 엔드에 군집한 첼시팬들은 모두 일어나 광란을 시작하더군요. 하이버리에서 우리에게 이겨본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이제 우리를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에게 골칫거리 하나 안겨준 셈이죠. 라니에리는 터치라인에서 날뛰고 있었고, 첼시 팬들은 '토튼햄에 세들어 사는 것들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주유소 FC'라고, '러시아 돈은 엉덩이에 쑤셔박아라'라고 반격을 해보아도, 누가 이긴지는 분명했습니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회상했다. "전반전에 너무 잘해서 후반전에 다 타버린 셈이었어요. 아직도 우리가 두 경기 모두 첼시보다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에서는 종종 아주 작은 행운으로도 승패가 갈리곤 하죠."

  절망한 아스날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유럽 대회의 쓴맛을 삼켜야 했다. 포병대가 리그에서는 아직 선두였지만, 에두는 '모든게 무너진 것만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비평가들은 맨유와 첼시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아스날의 시즌은 곧 무저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스날은 금요일에 열리는 리버풀전에 사활을 걸어야했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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