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무적의 팀?

초조하다는 말 정도로는 금요일 리버풀 경기 직전의 분위기가 설명이 안된다. 하이버리 밖의 여러 술집에서는 아직도 챔피언스리그 첼시전의 패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올드 트라이앵글 밖은 특히 긴장상태였다. 아스날 팬 마틴 위너가 회상했다. "점심 쯤 리버풀 팬 우리 쪽으로 걸어오면서 다 들으라는 듯이 입을 놀려. '아스날 다트판이 왜 안 팔리는 줄 알아?' 한 쪽이 이렇게 묻더니 '더블하고 트리플 부분이 없어서 그렇지.'라고 다른 쪽에서 대답하는 거야. 스탠 보드맨[각주:1] 같은 새끼들. 진짜 맹세컨데 옆에 기마경찰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그날 리버풀 인구가 두 명 줄었을거야. 하지만 그놈들 말이 정곡을 찔렀지. 우리가 리버풀을 잡지 못한다면 끔찍한 상황이 펼쳐졌을거야. 궤도에 올라서야만 했어."

  아스날은 전반전에 부진했다. 마이클 오웬과 사미 히피아의 골로 전반전이 끝난 시점에서 리버풀은 2-1로 앞서나갔다. 컨디션이 완전치 못한 티에리 앙리가 아스날의 대답이었다. 에두가 하프타임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큰 문제였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치긴 했지만 나가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죠. 드레싱룸에서 나갈 때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습니다." 익명의 아스날 선수가 회상했다. "벵거는 간결하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최근에 고난을 겪었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를 차지할 수는 있다구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다음 45분 동안 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셨죠. 우리가 이땅에서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피치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티에리 앙리가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포병대는 환상적인 경기로 리버풀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앙리는 상대 진영에서 공을 몰고 들어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골을 넣었다.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 앙리는 이후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자 조나단 윌슨에게 이 골이 아스날에서 자신이 넣은 가장 중요한 골이라고 하였다. "경기장 모든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리둥절하는게 느껴져요. 사실 관중석 소리가 들리거든요. 관중들이 이번에도 타이틀을 날려먹을까봐 절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 우리들이 돌아왔죠…" 아르센 벵거 감독이 평했다. "티에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두도 동의했다. "리버풀을 4-2로 이기니 마침내 압박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집중력을 되찾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물 흐르는 듯한 공격축구를 다시 구현할 때였죠."

  일주일 후, 아스날은 1년 전 타이틀을 앗아간 리즈 유나이티드를 5-0으로 박살냈다. 티에리 앙리는 네 골을 넣었고, 동료들은 경악했다. 에두가 말했다. "티에리가 거침없이 공을 찰 때는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운동 능력도 극에 달했지만, 미적인 부분도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리즈 전에서는 우리들마저 발을 멈추고 경외심에 쳐다봤다니까요. 넘어지면서도 결국 집어넣어 더욱 아름답게 되어버린 마지막 골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장면이었어요. 리즈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갈 때도 앙리에게 경의를 표했을 거에요. 비록 그들이 강등권에서 헤매고 있다고 해도, 그런 말이 무색한 아름다운 광경을 봤잖아요. 그때부터 벵거가 티에리를 보고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말했습니다. 반박할 이유가 없죠. 게다가 아직도 우리는 무패였습니다."

  5월 15일,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서 25승 12무를 거두었다. 이제 하이버리에서 강등이 확정된 레스터 시티에게 지지만 않는다면, 프레스턴 노스 엔드가 우승했던 1888-89 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패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익명의 아스날 선수가 회상했다. "압박감은 없었지만 책임감은 느꼈지요. 같은 기록을 세울 수는 있어도, 결코 깨트릴 수는 없는 기록을 세울 기회가 온 것입니다. 아르센 벵거는 클럽의 전통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제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될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축구적인 의미로요. 전반전에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의 축구에서 긴박감이 사라졌고, 이제 되찾아야 할 때였습니다. 폴 딕코프(Paul Dickov)의 깜짝골로 레스터가 앞섰습니다. 각본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게 도리어 우리에게 자극이 되었습니다. 딕코프가 2-0으로 만들 뻔도 했지만, 티에리가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고, 패트릭이 경기 종료 20분 전에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우리가 시즌 내내 하던 식으로요. 데니스 베르캄프가 공간을 찾더니, 갑자기 마법같은 패스를 연결거든요. 우리는 잘 추스렸고 마지막 20분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이제 환상적인 업적을 남기기 직전이었죠. 프레스턴에 오래 전에 해낸 일이기는 하지만, 19세기 축구랑 요즘 축구가 비교가 되나요. 휘슬이 울리니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세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업적을 남겼습니다."

  빨간색과 흰색 종이가 날리는 축하 행사 도중에도 한 가지 의문점은 남아있었다.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와 무패 우승을 맞바꾼 것이 아닐까? 언론에서는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에두가 설명했다. "우리도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우리의 무패우승은 대단한 일입니다. 아스날 선수들은 아직도 그 이야기만 하면 뿌듯해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죠. 감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저는 무패우승을 한게 기쁜 만큼 첼시에게 진 것이 슬펐습니다. 다만 첼시를 이겼더라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을 것이라는 사람들은 좀 실례되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결국 우승을 차지하고 모두를 놀래킨 포르투가, 아니면 AS 모나코가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어찌 장담합니까. 그래서 제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제가 말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프리미어리그를 처음으로 우승해본 선수들은, 무패로 우승했기에 더 기분이 좋았겠지요. 영국인들에게는 리그가 우선이니까요. 이제 기대치가 달라집니다. 다음 시즌에 추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한 번 더 무패를 하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해야하죠. 축구에서는 성공을 하면 야망도 더욱 높아지는 법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내년에는 얼마나 더 잘할까? 가끔은 이룩한 것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패트릭 비에이라가 말했다. "에두 말이 맞아요. 우리에게 무패와 챔피언스리그 중 어떤 업적이 더 소중하냐는 문제가 아니에요. 두 개 다 소중합니다. 아스날은 그런 클럽이니까요.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해요. 첼시전 패배는 실망스러웠지만, 하이버리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게 즐겁지 않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기쁩니다. 그리고 무패 팀의 주장이었다는 것은 언제나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아스날 팬 샘 프레이저는 레스터 시티 전이 끝나고 축하 행사에 참가했다. "그날 오후는 영원히 기억할 거에요. 요 몇 년간에 세 번이나 우승을 하다니 운이 참 좋았죠. 그날에 대해서는 침이 마르도록 할 말이 많지만, 대신 다른 시각을 말하겠습니다. 웃음 뒤에는 실망도 있었어요. 우리는 다시 한 번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었지만, 클럽은 새로운 아스날 선수들만큼 새롭지 못했거든요. 하이버리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점점 작아보이기 시작했고,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이를 반영했어요. 유럽의 최강자가 되기 위한 한 발작을 못 딛는 거에요. 환상적인 축구와 우승컵으로 그동안 즐거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팠습니다. 무패우승을 하고도 불평하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지만, 축구에서는 늘 전진해야 하니까요. 사실 벵거가 지난 10년 간 우리를 얼마나 큰 팀으로 만들었는지 반증하기도 하는 셈이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선수들도 사실상 그렇게 말했지요. 리즈와 레스터를 때려잡는 거야 쉬었지만, 유럽대회에서는 언제 그런걸 해볼까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1.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열렬한 리버풀 서포터다. [본문으로]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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