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외인부대

2005년 2월 14일, 포병대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5-1로 박살내면서 아스날 팬들은 환상적인 공격축구를 보게 되었다. 환상적인 골들이었다. 레예스의 패스를 베르캄프가 미끄러지면서 골로 연결시켰고, 이후 레예스가 직접 득점했다. 앙리가 박스 외곽에서 대포알 슛으로 세번째 골을 넣었고, 발재간을 부리며 네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가볍게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골을 가볍게 집어넣고, 노스 뱅크 쪽을 보고 쑥스럽게 웃었다. 에두는 그날 밤 경기를 두고 말했다. "압도적인 공기력이었습니다. 우리의 공격 본능이 전부 발휘되었고, 관중들은 행복하게 집에 돌아갔습니다."

  몇 주 전, 아스날에게 18개월 만에 첫 홈 패배를 안긴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와의 승점을 2점으로 좁혔다. 첼시가 여전히 11점을 앞서있는 가운데, 경기는 선수단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었다. 시즌 초만 해도, 몇 주 전에 수비가 붕괴하며 맨유에게 4-2로 패배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들스브로를 5-3으로 극적으로 제압하며 브라이언 클로가 이끌던 노팅엄 포레스트가 세운 리그 연속 무패 기록과 동률을 이루었고, 며칠 후 블랙번에게 승리를 거두며 새 기록을 세웠다. 에두가 말했다. "절대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록이었고, 앞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기록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에서 18개월 동안 한 경기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10월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패배하면서, 아스날의 경기력을 들쑥날쑥해졌고, 첼시가 그 틈에 치고올라왔다. 아스날은 크리스탈 팰리스 전 승리로 꾸준한 경기력을 찾아왔다.

  유럽의 언론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경기에 대해 다루었다. 아스날의 경기력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었다. <르 몽드>에서는 아르센 벵거를 보고 'une honte'라고 하였으며, <벨트>에서는 'eine Schande'라고 지칭하였다. 해석을 해보면 아스날 감독은 모든 유럽 언어로 '수치'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그의 죄목은 무엇인가? 솔 캠벨과 애쉴리 콜이 부상당해서 선수단을 전부 잉글랜드 밖의 선수들로 구성했다는게 죄다. 위의 프랑스와 독일 신문의 헤드라인은 데일리 메일에서 폴 머슨이 한 말에서 따온 것이다. 문맥은 배제하고 오도된 것이다. 심지어 르 몽드는 머슨이 벵거를 '웃음거리'라고 말했다고까지 보도했다. 사실 머슨은 벵거를 직접 거론한 것이 아니라 당시 스쿼드에 영국 선수들이 없던 것을 '웃음거리'라고 한 것이다. 에두가 회상했다. "정말로 우리 중 아무도 스쿼드에 영국 선수들이 없다는 것을 몰랐을 겁니다. 타블로이드들의 비난은 이상해요. 축구는 이제 사람들이 자기 생각만 고집할 수 없는 세계적인 종목입니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덧붙였다. "아르센은 여권에 뭐라 적혀있는지는 관심 없어요. 능력에만 관심이 있지요. 그런 사소한 것에 집작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능력에 대해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그럼에도 외국인으로만 이루어진 스쿼드를 내보내면서, 벵거는 비판의 포화를 맞아야 했다. 주제 무리뉴는 "제가 이끄는 첼시의 중심은 언제나 영국인일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첼시의 베스트 일레븐 중 단 세 명,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 조 콜 만이 잉글랜드 선수라는 점을 무시하고서. 만약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린다면 그도 벵거와 같은 배를 타게 된다. 무링요는 덧붙였다. "벵거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아스날에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잊고있나 보군요." 실은 그 반대다. 벵거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아스날에 남긴 유산을 꿰뚫고 있다. 분명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그가 8년 전 아스날 감독이 되었을 때, 벵거의 카운슬링으로 토니 아담스의 선수 생활이 몇 년이 늘어났으며, 레이 팔러가 꾸준하게 활약하게 되었고, 부틀린스에서 벌인 난투극과 소화기로 장난친 사건을 옛날 일이 되게 하였다. 수비수였던 딕슨, 윈터번, 그리고 불드가 모범이 되긴 했지만, 벵거는 기본적으로 잉글랜드 선수들을 불신할만 하다. 기술이나 삶의 태도에서 모두. 최근에 사우스햄튼의 유망주 테오 월콧을 데려온 것은 예외라 할만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평소에는 극히 조심스러운 벵거는 놀랍게도 두 명의 잉글랜드 유망주를 극찬했다. 지금은 둘 다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제퍼스의 이적은 벵거의 말에 따르면 '티에리 앙리의 기술'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하였다. 7백만 파운드짜리 '박스 안의 여우'는 실망 그 자체였다. 분명 부상이 그를 괴롭히기는 했지만, 아스날의 외국인 선수들은 제퍼스의 느긋함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제퍼스가 아스날로 오게되자 나이트클럽에서 혼이 나갈 정도로 정도로 축하행사를 했다는 소식에 벵거는 분노했다. 그리고 저메인 페넌트가 있었다. 벵거는 한때 그를 '천재 소년'이라고 하였다. 페넌트는 작년에 음주운전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사생활에 대한 각종 소문으로 얼룩진 그의 하이버리 생활도 같이 끝났다. 버밍엄으로 떠난 이후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벵거가 그를 방출한 것이 결코 그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03년 방출당한 중앙 수비수였던 매튜 업슨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벵거는 비판 받았다.

  머슨이 벵거를 비판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90년대 중반, 벵거의 전임자였던 브루스 리오치는 머슨이 도박 중독과 약물 중독으로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지고 다녔던 '봉투'에 대해 말하며 분노했다. 벵거가 하이버리에 와서 처음으로 내린 큰 결정은 하이버리 시절 내내 재능을 낭비한 머슨 대신 금욕적인 데니스 베르캄프를 선택한 일이었다. 대륙의 선수들이 그를 애먹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니콜라스 아넬카 같은 예도 있따. 하지만 벵거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외국 선수들은 좋은 자세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만 같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가르쳐야 합니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메일지는 여러 지면에 걸쳐 외국 선수들이 늘어나는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고, 1면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국민의료보험이지, 세계의료보험이 아니다!" 당시 보수당 당수 마이클 하워드가 '건강 관광객'들로부터 국민의료보험을 되찾아오겠다고 맹세한 것에 지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물론 두 주장의 유사함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아스날의 옛 스타들도 데일리 메일의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앤더스 림파가 평했다. "아스날이 1991년에 리그를 우승했을 때 베스트 일레븐에는 10명의 잉글랜드 선수들과 스웨덴인인 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선에서 우리를 두고 '최강의 영국인들'이라든가, 하여간 비슷하게 이름 붙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제 EU 회원국민이라면 다른 EU 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고, 여행하는 것도 더욱 쉬운 세상이 되었는데, 대체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나 싶습니다. 대체 낡은 섬나라 근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위기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외국 선수들이 잉글랜드 선수들만큼 '아스날 정신'이 없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륙에서 온 선수들은 축구에 여러 다른 요소를 부여해줄 수 있습니다. 아스날은 지난 몇 년 간 베르캄프의 영리함과 프랑스 선수들의 우아함 덕에 잘해 왔습니다.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를 한 것입니다. 제가 1990년에 이적해 왔을 때는, 토니 아담스의 '우리 속 호랑이' 같은 방식으로 팀이 돌아갔습니다. 앤디 리니건은 상대 공격진에 대해 윈스턴 처칠 식으로 말했어요. '절대, 결코, 이 곳을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요. 우리의 전설적인 수비진은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있는 자질을 다 가추고 있었죠. 강인함, 결단력,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요.

  외국 선수들이 아스날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말입니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신경쓰지 않았나요? 로이 킨에게 물어보시죠. 티에리 앙리는 아스날을 신경쓰지 않고 있나요? 10년 이상 아스날을 응원하고 있던 아스날 팬들은 알 겁니다. 80년대 아스날에는 클럽에 해줄 수 있던 만큼 결코 하지 못했던 영국 선수들로 가득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도 마찬가지였구요. 잉글랜드 사람인지 카메룬 사람인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아스날을 위해 뛴다면, 아스날 정신이 옆에서 살아 숨쉬는 것입니다. 아스날 팬들은 베르캄프 같은 외국 선수들이 프로페셔널리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현재 팀이 제가 뛰던 시절처럼 음주가무를 했다면,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을 겁니다. 세월이 변했어요. 타블로이드 기자들보다는 팬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시간과 함께 변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들입니다."

  아스날 팬 롭 나이트가 설명했다. "다른 팀에서는, 팰리스 전 선수들이 전부 외국 선수들이었다는게 문제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아스날은 그 이상의 팀이야. 그런 잡소리들은 집어치웠기에 우리가 성공한 것이고. 아스날 선수들, 팬들, 그리고 이사진은 모두 잉글랜드인 놀이 하려고 있는게 아니라 우승을 하고 싶어하지. 내가 아스날 경기를 처음 보러 다닐때 난 로캐슬과 아담스, 그리고 토마스를 좋아했어. 하지만 잉글랜드 선수라서 좋아한게 아니야. 훌륭한 선수라서 좋아한 거라고. 요즘은 앙리와 베르캄프가 그들만큼 좋아. 이 팀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잖아. 그리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요즘 아스날에 어울릴만큼 기술이 뛰어나지 않잖아. 게다가 선수가 별로 없다보니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비싸고. 뉴캐슬에서 저메인 제나스를 천 팔백만 파운드에 사온다는 루머를 들었을 때는 기가 차더라. 말도 안되는 돈이지. 물론, 나이 많은 팬들은 고집이 더 쎄서 투덜투덜 하겠지만, 아스날은 늘 코스모폴리탄이었잖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 데일리 메일의 불평 따위는 한 귀로 흘리자고."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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