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2000년대-편견 없이?(2)

2005년 11월, '공동체 속의 아스날'의 책임자인 알란 세프턴이 클럽에서 이스라엘에 다섯 개의 축구 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미 소웨토와 우크라이나에 설립된 축구 학교에 이은 것이다. 세프턴이 설명했다.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랍-이스라엘 사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스날은 유대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각종 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축구 경기를 하기 전에 같이 종교 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세프턴은 후에 이것이 그와 클럽의 믿음이라고 하엿다. "축구는 다른 계급, 사회 집단, 종족, 국적을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분열과 배타성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프턴은 데이비드 데인과 다니엘 피츠먼을 포함한 여러 아스날 이사들과, 그 스스로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대신, 이 운동은 '다른 종족과 문화가 어울리기 원하는' 아스날의 바람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하였다. 티에리 앙리는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발로 차버리자'라는 운동의 간판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아스날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데 있어 가장 앞서나가는 클럽이라 할만 했다. 이전에 인터뷰했던 콜린스 캠벨이 설명했다. "브랜던 뱃슨이 데뷔전을 치렀을 때, 역겨워서 경기장을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이제 팬들과 선수 모두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댓가를 치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겁니다. 하이버리에서 인종에 관련된 말을 사용하는 걸 들은지는 이제 꽤 됐어요…아마 80년대 초부터 사라졌을 겁니다."

  이스라엘에서의 운동과, 하이버리 안밖에서 '인종주의적 언어와 욕설을 사용할 시 제제가 가해집니다'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의 아스날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며 '이드(yid)'라는 말을 자유롭게 사양한다. 이 단어는 토튼햄과 관련이 있는 '이도(yiddo)'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자주 들리는 '겁내지 말고 토튼햄 주위를 얼쩡거리자'라는 가사가 있는 응원가에서도 들을 수 있다. 브랜단 뱃슨이 설명했다. "이드라는 단어는 런던의 축구팬들 사이에서 많이 쓰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옳다는 것은 아니에요. 국적이나 종교를 가지고 욕을 하는 것보다 피부색에 대한 욕설은 더 사람을 흥분케 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루이스 아라고네스가 티에리 앙리에게 '흑인놈'이 아니라 '프랑스놈'이라고 했다면, 이만큼 파문이 크지는 않았겠지요. 원래 이런 법입니다."

  데이브 카먼은 2005년 말에 핀스버리 파크 역 근처의 개스라이트 펍에서 일어난 사건을 떠올렸다. "제 친구 셋하고 같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흑인이었습니다. 늘 티에리 앙리를 찬양하면서 그가 스포츠계의 흑인들의 모범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설명했죠. 그런데 갑자기 그가 길 반대편의 유대인 남자를 보더니 '이도, 이도'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더 놀랐던 일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그랬다는 거에요. 흑인들까지 포함해서요. 제가 당장 그를 제지했습니다. '이도'라는 말은 '니그로'라는 말이랑 무슨 차이가 있냐구요. 저를 보고 웃더니 진정하라더군요. 피부를 가지고 놀리는 것하고 종교를 가지고 놀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앞에 무슬림이 있으면 바로 놀릴 것이냐고 물어봤죠. 그러더니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뭐 배낭만 매고 있지 않다면야. 배낭 매고 있으면 뻥 하고 터트릴 거니까.' 제가 웃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자 스퍼즈 팬들이 모두 유대인이기 때문에 '이도'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토튼햄은 스탬포드 힐 근처에 있잖아요. 거기서 대화를 끝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이중잣대가 만연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죠. 아스날 팬들이 모인 술집에서, 팬들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파키스탄 놈보다는 터키 놈이 낫지.' 그 중 흑인 팬들도 많았구요.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잖아.'라고 하더군요. 아스날 팬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교양이 없나보군요."

  아스날 팬 마크 힌즈는 런던 축구계에서 '이드'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설명했다. "1950년대부터 경기장에 다녔는데, 아스날 팬들은 언제나 '이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알아두셔야 할 것은, 애초에 토튼햄을 자원해서 보러 간 많은 수의 유대인 팬들을 공격하기 위해 쓰인 단어라는 것이죠. 또한 2차 대전 이후 유대인이 몰려들자 그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말이기도 하구요. 아스날 팬들이 스퍼즈가 '유대인 클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늘 우스웠습니다. 왜냐하면 아스날 팬 중에서도 유대인이 수천명은 됐을 거니까요. 저도 그 중 하나구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는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드'라는 단어는 명백한 모독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종교를 따르는 것을 신경쓰는 행위죠. 제가 아는 한 그것도 편견의 일종입니다. 옛날 하이버리 응원가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유대인들에게 가스를 먹이자'라든가 '스퍼즈는 아우슈비츠로 향하고 있네' 같은 응원가까지 있었고, 수천명의 팬들이 가스가 새나가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가스를 먹이자'고 웃는 것이 흑인들을 '니그로'라고 부르는 것보다 못한 일입니까? 뭐, 제 피부색을 가지고 저를 공격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만, 유대인으로서 '이드'라는 단어는 불편합니다. 그리고 하이버리에 토요일만 오면, 노스 뱅크에 절반 가량은 '이도'를 즐겁게 합창하더군요.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70, 80년대에 스퍼즈 팬들은 유대인 팬들을 아스날 팬들의 응원가로부터 보호하려고 '이드'라는 단어를 통채로 받아들였거든요. 저번 시즌 아스날이 토튼햄하고 붙었을 때, 클락 엔드의 토튼햄 팬들이 '이드가 야구모자 쓰고 아스날과 전쟁하러 나갔다네'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어요. 일상적으로 하더군요. 제가 또 놀란 것은, 뭐좀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찾다가 위키피디아에 '이드'가 토튼햄 팬들끼리 사용할 경우에는 불쾌한 용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어쩌다가 이런 시각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전 하이버리에서 이 말을 쓰는 젊은이들 몇 명을 혼낸 적도 있어요. 토튼햄 팬들을 이드라고 부른다고 해명하면서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는 몰랐다고 하더군요. 설마 그랬겠습니까. 학교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웠을텐데요. 분명 선생님들이 '이드'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가르쳤겠지요. 아슈케나짐 유대인들은 같은 유대인 친구를 말할때 '이든(yidn)'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부인이 사용하면 놀리는 말이 되죠. 그른 일입니다. 제 친구들 몇몇은 경기장 직원에게 항의했는데, '이드'는 인종차별적 언어가 아니며, 따라서 불쾌하지도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직원 하나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모두 쓰는 말 아닙니까, 그게 어떻게 불편합니까?" 전 '니그로'나 '검둥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쓰이던 60년대에도 경기장에 갔었습니다만,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요, 아스날 팬들에게도 주의를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제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따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문화사회에 산다면, 이 문제는 반드시 제기되야 합니다."

  서포터들이 이 말을 쓰는 것에 대한 클럽의 공식 입장은 불분명하다. 구단에 보낸 두 통의 편지에는 답이 오지 않았지만, 전화 담당자는 '이드'라는 말은 '아스날 팬들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문화적 무지'라고 주장하였다.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2000년대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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