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Orion Books에서 출간된 Jon Spurling의 저서의 번역본입니다.

1930년대-고백: 건설 인부들

공사 인부, 클라이브 베이커

"1930년대 초에 나 같이 건축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기 힘들었어. 경기가 가라앉으면 가장 먼저 피를 보는 분야잖아. 내가 일했던 회사인 W.J. 선스(W.J Cearns)가 하이버리 공사에 참여하기로 결정됐을 때, 모두 좋아 난리였어. 아스날이 아르데코 풍의 스탠드를 원한다니 더욱 흥분됐어. 완전 새로운 것이잖아. 그때는, 아키몬드 레이치의 발상이 경기장 건축의 새로운 지향점 같은 것이어서, 아스날의 새 경기장은 완전히 참신한 것이었거든.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 걱정이었지. 그때 나는 겨우 21살이었지만 먹여살릴 애가 둘이었어.

  아스날이 웨스트 스탠드에만 그 돈을 쏟아붙는다는게 믿을수가 없었지. 그때 또, 이번에 설계를 담당한 클로드 페리어와 윌리엄 비니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거든. 특히 페리어는 경기장에 더 많은 팬을 들여오려면 전체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 만약 경기장의 모든 면을 확장한다면, 20,00명의 관중이 더 들어오고 입구마다 5,000 파운드의 수입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당시에는 엄청난 돈이었지만, 구단은 선수 영입을 위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했거든. 즉, 수지는 맞는 셈이지.

  30년대 초에, 하이버리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지만, 시기가 안 좋았지. 허버트 채프먼이 우리 일에 대해 자주 물어봤어. 우리는 모두 그를 좋아했어. 그는 아스날을 단순히 오래된 구단이 아닌 그 이상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자주 우리 조장에게 하이버리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어. 그는 사이클 트랙이 있는 원형 구장이 되기를 원했는데, 별로 믿기지는 않겠지만 당시 사이클 트랙은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였거든. 다른 모든 야심가들처럼, 가끔 의욕이 지나쳤지. 그가 하이버리 힐의 모든 집을 산 다음에, 세인트 존스 대학쪽으로 경기장 방향을 틀려고 했다는 소리도 들었어. 건축 허가에 대해서 잘 몰랐나봐. 그러나 당시 아스날 경기장 주위 공간이 부족했다는 것도 사실이지.

  위쪽에서 점점 채찍을 휘두르며 재촉했지. 아마 채프먼이 직접 압력을 가한 것이 분명해. 그가 이사진에게 건축이 오래 걸릴수록, 팀에 투자할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했을 거야. 그래서 이사진은 비니와 페리어를 압박했고, 그들이 다시 W.J. 선스의 목을 졸라왔어. 내 조장은 매일 푸념을 늘어놓았어. 캐치프레이즈를 외우고 다녔지. '미친 듯이 일하자.' 조장들이 늘 하는 말이었고. 일단 노스 뱅크, 그러니까 당시에는 런드리 뱅크라고 부른 곳을 지어야 했어. 쉽지 않았지. 원래 진흙으로 골격을 짓는 바람에, 그것을 갉아내고 지역 일꾼들의 폐자재를 포함한 딱딱한 것으로 다시 지어야 했어. 대학 쪽 스탠드도 지어야 했는데, 일꾼들이 내내 폐자재를 버리러 왔던 것만 기억나.

  회사가 적은 수의 일꾼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자 슬슬 문제가 생겼어. 우리보고 게으르고 형편없다는 소리를 해대서 화가 나기도 했어. 1932년 초까지 스탠드 확장 공사를 마쳐야 했지만, 크리스마스 쯤 보니 아직도 한참 남아있었던거야. 비니와 페리어는 일이 진척되지 않자 완전 구겨진 얼굴로 공사 현장에 왔고. 선스가 일을 끝낼때까지 돈을 못 받을것이 거의 확실해지자 우리도 걱정이 되었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가? 페리어는 완전 고집불통이었어. 우리가 확장 공사를 지연시켰기에, 선스에서 받는 급료가 30%나 깎였고, 아스날은 페리어에게 지불할 몫도 안 주고 질질 끌었어. 결국 우리는 돈을 다 받지 못했어.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 스탠드 대부분을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해 놓아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어. 애초에 선스가 몇 명만 더 데려와서 일을 시켰으면 없을 일이었지.

공사 인부, 로버트 흄

"매일, 매일 싸웠지. 웨스트 스탠드 공사에 걸리는 시간이 특히 문제였어. 하이버리에 왔을때, 서쪽 스탠드는 완전 개방되어 있었거든. 팬들이 그쪽까지 가기가 힘들었던게, 그쪽은 주택이 꽉꽉 들어차 있어 들어갈수가 없어 길레스피 가 쪽이나 아베넬 가 쪽 문으로 들어와서 한참 돌아가야 겨우 갈 수 있었거든.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하면 대개 스탠드를 확장했지. 유일한 해결책은 뒤에 집을 사서 부수고 입구를 만드는 것이었어. 이런 말 저런 말 많았는데, 결국 집 두채를 사서 계획에 숨통이 트였지. 그리고 그쪽으로 자재를 들여왔어. 스탠드가 모양새를 갖춰 갈수록, 이게 얼마나 멋진 건물이 될지 슬슬 감이 오는거야. 그 유명한 알렉스 제임스 사진이 경기장에 걸려있어도 뒤의 웅장한 스탠드에 빛이 바랬지. 일단 팬을 위한 것이었고, 내 생각에는, 장관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스탠드 위쪽은 4,100개의 좌석이 있었고, 아랫쪽은 아직도 개방되어 있어서 덮을 것이 필요했지. 쉽지 않았어. 비가 방향만 바꾸면, 또 어떻게든 젖게 되있는거잖아. 나는 스탠드 뒤쪽의 입구 공사를 맡았지. 50,000 파운드 정도 들었다고 해. 당시에는 엄청나 돈이었어. 웨스트 스탠드는 이제 낡았지만, 하이버리 힐에서 아르데코 스타일으로 떡하니 서있는 것은 아직도 장관이야. 그때 노가다 뛰었던 친구들은 1932년 말에, 공식 개장 때 모두 모였고, 행사는 후에 왕이 되는 에드워드 8세가 주관했어. 그가 하이버리로 오는 길 내내 깃발이 날리고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지. 그때는 월리스 심슨을 알지도 못했을거야! 축하주가 쫙 돌았지. 완전 축제였어. 온동네가 들썩들썩했어."

스티븐 로리

"제가 이스트 스탠드를 처음 본 것은 1936년의 일이었습니다. 완공 직전이었지요. 배선 점검을 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렀습니다만 클럽 관계자 한분이 스탠드를 쭉 돌아달라고 하시더군요. 클로드 페리어가 사고로 죽은 이후에 윌리암 비니가 거의 홀로 일을 처리했다고 귀띔해주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웨스트 스탠드가 방향만 바뀐 것 같았습니다, 이곳도 아르데코풍이구요. 하지만 실내는 놀라왔습니다. 칸막이가 있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당시 축구 경기장에는 매우 드물었죠. 난방이 되는 라커룸과, 선술집, 찻집, 클럽 직원들을 위한 아름다운 사무소까지……. 이스트 스탠드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숨이 멎을것만 같았지요. 마블 홀도 마찬 가지였어요. 대리석과 마호가니로만 꾸민 곳에 허버트 채프먼의 흉상이 서 있었습니다. 제이콥 엡스타인이 디자인 했다는데, 그때는 그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일개 축구팀을 위해 일하거나 한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 말끔했고 우아했습니다. 이스트 스탠드는 전세계 다른 모든 클럽에게 아스날이 스타일로는 앞서간다는 선언 같아 보였습니다.

  제게 경기장을 안내한 사람은 이사진 전용 방과, 미래에 하이버리에서 텔레비전 축구 중계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쯤 되니 어이가 없더군요. 너무 앞서간다 싶었죠. 당시에는 결코 TV가 축구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때 갑자기 그가 이스트 스탠드 건축에 130,000파운드가 들었다고 하니 기가 막히더군요. 아스날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겨우 스탠드 따위에 그런 돈을 쓰다니요."




머릿말

태동기
침입자들-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1)-자리 잡기-첫번째 경기-토튼햄 놈들-아스날의 첫번째 슈퍼스타

1930년대
채프먼이 하이버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백:건설 인부들-타지 마할-"위이 알렉"-가장 가슴쓰린 경기-하이버리의 전투-"이 친구들 만날 때가 됐군"-야유 받은 친구들:브라인 존스-고백:테라스 청소부-은막 위에서

1940년대
뻥 터져버렸네-내 축구는 어디 있지?-"계집들이 여기에 있어"-컬트 히어로:조 머서

1950년대
환한 불빛 아래서-구사일생-앙증맞은 것들이 돌아왔다네

1960년대
텅 빈 공간-가장 위대한 인간-두 스탠드 이야기-규칙 따위 필요 없어-고백:정비사, 악사-런던의 악동들

1970년대
부활-어중간하게 하지마라-머리부터-잊혀진 영웅-찰리 조지 만세-컬트 히어로:테리 만시니-때리고 부수고-편견 없이?(1)-교감하기-컬트 히어로:윌리 영-불세출의 천재

1980년대
검투사들-라디오 매치-야유 받은 친구들:하이버리의 무능력자들-이게 아직도 축구로 보이니-컬트 히어로: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찰리 왕자님의 길-아스날 액션 그룹-고백:마스코트, '부자 되세요' 걸-"문을 열고 나가 아스날의 일원이 되어라"-컬트 히어로:페리 그루브스-막대기와 돌맹이-고백:팬진 편집자-기업정체성-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으리

1990년대
정권교체-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사요나라 노스 뱅크-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2)-개좆?-컬트 히어로:앤더스 림파-환상특급-심장마비-베르캄프 원더랜드-초전박살-저스트 던 잇-맨체스터 촌놈 길들이기-아름다운 날-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3)-이상 기류-록키를 추억하며

새천년
바바붐(1)-사인해서, 봉인하고, 배달 완료-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4)-고백:변호사, 암표상, 경기장 관리인, 안내인-타이틀 냄새가 난다-바바붐(2)-권력 이동-무적의 팀?-컬트 히어로:레이 팔러-외인부대-고요를 깨우다-편견 없이?(2)-감회어린 곳-유럽 제패의 길-초침은 흘러가고-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




Posted by 시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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